▲ 마재윤은 데뷔 초기에는 'IPXZerg'라는 아이디를 쓰다가 전성기 때는 'Savior'란 아이디를 썼다. 아이디 그대로 당시 그는 저그의 '구세주'였다.

한때 스타크래프트 프로게이머였던 마재윤이 최근 자신의 ‘아프리카 방송’에서 자신은 돈만 건네는 역할을 했을 뿐 직접적인 승부조작은 하지 않았다고 고백했다. 그의 얘기는 여전히 사리에 맞지 않는다. 그는 “나는 승부조작에 가담했지만, ‘고의패배’는 한 적이 없다”고 말해야 했다.

그는 다른 게이머들에게 “나도 해봤는데, 별 거 아니더라. 돈 벌 수 있는 일이다”는 식으로 승부조작을 제의하고 돈을 건넸다고 고백한다. 그렇다면 그는 고의패배한 이들보다도 훨씬 깊숙하게 승부조작에 가담한 것이다. 당시 그는 ‘고참게이머’의 위치에 있었고 대부분의 프로게이머보다 나이가 많았다. 마재윤이 할 정도라면 별 일 아니라는 생각으로 끼어든 이들도 있었을 것이다. 몇 사람이나 그렇게 끌어들였는지는 모르지만, 마재윤은 자신이 그들의 인생까지 함께 말아먹었다는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하지만 ‘스덕질’(스타크래프트 덕후질)을 해본 적이 없는 이라면 스덕들이 마재윤을 보면서 느끼는 그 상실감을 이해하지는 못할 것이다. 마재윤은 지나치게 위대한 게이머였고 그렇기에 그의 전락은 충격이었다. 내 표현에서 어떤 이들은 타락천사 루시퍼 따위나 떠올리겠지만 마재윤은 그 정도 수준이 아니었다. 마재윤의 전락은 우리의 좁은 세계에서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사탄의 우두머리가 되신 수준의 충격을 줬다. ‘광명성’ 정도가 아니라 태양이 지구 위로 떨어진 것과 다름없었다. 이게 대체 가능이나 한 일이었을까?

‘마본좌’, 본좌론을 만들다

‘스덕질’은 나름의 역사학과 계보학을 가진다. 승패가 분명한 스포츠의 세계에 역사가 있고 담론이 있고 해석이 있다. 그리고 ‘스덕질’의 역사학과 계보학을 관통하는 하나의 키워드는 ‘본좌론’이다.

‘본좌’는 원래 무협소설 등에서 직위를 가진 인물이 자기 자신을 지칭할 때 쓰는 말이다. 그런데 한국의 인터넷 문화에서 이 어휘는 특정한 분야에서 압도적인 성취를 내거나 포스를 내는 인물을 지칭하는 어휘로 바뀌었다. 더군다나 ‘스덕’의 역사학과 계보학에서 ‘본좌’는 더욱 구체적인 의미를 지닌다. ‘스덕 담론’에서 ‘본좌’란 말은 "일정기간 이상 스타리그판을 쥐락펴락한 당대 최강자"의 의미이며, 스덕들의 합의에 의해서 도출되는 것이지 사적 규정이 가능한 대상이 아니다.

‘공식적 스덕 담론’에서 본좌의 계보는 ‘임요환-이윤열-최연성-마재윤’이며 여기에 이영호를 더해서 완결된다. 이영호는 마지막 본좌였고 여기서 스타1리그의 역사는 종결된다. 하지만 나는 스타리그판에 언제나 ‘본좌’라 불릴만한 최강자가 존재하지는 않았기 때문에 중국 왕조들을 나누듯 좀 더 세밀한 규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가령 내가 생각하는 방식은 이런 식이다.

R: 랜덤 유저 / T: 테란 유저 / Z: 저그 유저 / P: 프로토스 유저
(선사시대) ‘기욤 패트리R&P 본좌기’-‘임요환T 본좌기’와 프로토스 분투시대(김동수P, 박정석P)-홍진호Z가 잠깐 임요환T을 넘어선 슬픈 시대-‘이윤열T 본좌기’와 조용호Z의 슬픈 2인자 시대-‘강민P의 반짝 통치’-‘최연성T 본좌기’-‘박성준Z의 반짝 통치’-‘삼신전 시대’(‘머신’ 이윤열T, ‘투신’ 박성준Z, ‘운영의 마술사’ 박태민Z의 삼두정치)-‘마재윤Z 본좌기’ ('3.3혁명'으로 인한 역사의 단절) 택뱅시대(김택용P, 송병구P)-리쌍시대(이제동Z, 이영호T)-택뱅시대 시즌2-프로토스 육룡시대(김택용P, 송병구P, 윤용태P, 김구현P, 도재욱P, 허영무P)- 택뱅리쌍(김택용P, 송병구P, 이제동Z, 이영호T)시대-택동(김택용P. 이제동Z) 시대-리쌍시대 시즌2-‘이영호T 본좌기’-정명훈T 허영무P의 남북국시대 (역사의 종언)

그렇다면 언제부터 스덕들은 ‘본좌론’으로 스타리그 역사를 규정하게 된 것일까? 바로 ‘마재윤Z 본좌기’의 일이다. 시기적으로는 2005년 중반즈음부터 2007년 3월까지의 기간에 해당한다. 해당 기간에 압도적인 포스를 보이던 마재윤이 ‘마본좌’라 불리면서 앞선 역사에서도 마재윤에 대응하는 존재였는지를 찾아보다가 ‘본좌의 계보’를 확립하게 된 것이다. 당시 마재윤은 심지어 동료 프로게이머 사이에서도 ‘마본좌’라 불렸다.

그러므로 ‘마재윤Z 본좌기’는 ‘스덕 제국’의 공식적인 역사가 정립되고 사관들이 투쟁하게 된 시기이기도 하다. 지젝이 “카이사르는 죽었지만 카이저(황제)는 남았다”고 말한 것과 비슷하게, ‘마본좌’는 권좌에서 내려왔지만 ‘본좌’란 이름은 남아 스타리그의 역사를 설명하는 어휘가 되었다. ‘본좌’라는 기표는 ‘스타리그의 역사’라는 기의를 꿰뚫었고 그대로 과거로 날아가 스타리그의 역사를 ‘본좌론’으로 다시 꿰맸다. ‘스덕 제국’의 사관들은 그후 ‘임-이-최-마’라는 ‘본좌의 계보’를 정리하고 다음 본좌가 누구인지의 문제로 쟁투했다.

▲ 마재윤의 '절정'이었던 2006년의 전적을 보여주는 MBC게임의 방송화면 캡처사진

'테란의 역사를 끝낸 마재윤, 그의 앞에 프로토스의 내일은 없다'

당시 스덕들은 마재윤의 전성기를 보면서도 믿지 못했다. 스타크래프트란 게임엔 모두 알다시피 3종족이 있고 이들 간엔 종족 상성이 있다. 대체로 아마추어 레벨에서 종족 상성은 ‘테란>저그>플토>테란’으로 표현된다.

그런데 테란의 운영과 컨트롤이 발전하면서 프로게이머 사이의 종족 상성은 ‘테란>저그>>>플토=테란’으로 변했다. 이런 구도에서 3종족전을 다 잘하는 ‘본좌’가 될 가능성은 사실상 테란에게만 열려있었다. 그래서 스타리그가 제법 발전한 이후의 본좌들인 ‘임(요환)-이(윤열)-최(연성)’은 모두 테란이었다.

마재윤은 이런 오랜 상성의 역사를 이겨내고 저그가 ‘본좌’가 될 수 있는 새로운 운영을 선보였다. 저그는 운영이 가장 어려운 종족이다. 일꾼을 뽑는 건물과 공격유닛을 뽑는 건물이 따로 있는 테란이나 프로토스와는 달리 저그는 ‘해처리’에서 ‘라바’라는 이름의 알을 일꾼(드론)으로 변환시킬지 유닛으로 변환시킬지 매 순간 택일해야 한다.

그래서 저그 유저들은 운영을 잘하는 이를 ‘작두를 탄다’라 표현하기도 한다. 공격적인 성향의 게이머는 일단 유닛을 모으려 할 것이고 자원을 많이 먹지 못해 가난해진다. 그렇다면 모은 공격유닛으로 초반에 ‘쇼부’를 봐야 한다. ‘초반형 저그’=‘가난한 저그’=‘공격형 저그’의 공식이 이렇게 도출되며 이 운영의 대표주자는 ‘폭풍저그’ 홍진호였다.

반대로 배를 째는 성향의 게이머는 일단 드론을 모으려 할 것이고 초반엔 공격유닛이 별로 없다가 후반에 유닛이 폭발한다. ‘후반형 저그’=‘부자 저그’=‘운영형 저그’의 공식이 이렇게 만들어지며 이 운영의 대표주자는 ‘목동저그’ 조용호였다.

나는 저그의 빌드에 대한 이해가 깊지는 않지만 당시 마재윤은 완성형 저그라 불렸고 ‘일꾼을 찍을지 아니면 유닛을 찍을지’의 딜레마 상황에서 작두를 타면서 ‘3해처리 빌드’로 테란을 압살하기 시작했다. 팬덤에서 붙여준 별명 중 마재윤이 가장 선호했던 ‘마에스트로’라는 별명은 저그 군단에 대한 그의 ‘지휘’가 ‘거장’의 그것이었음을 설명하는 것이다. 그의 지휘 속에 '저그 군단'은 일사분란하게 움직였고 패자의 머리 속에는 절망의 선율이 흐른다고 묘사되었다.

3대본좌 최연성은 2005년부터 이미 마재윤의 ‘밥’이었고 CJ가 2006년 ‘슈퍼파이트’란 이벤트전을 열어 아직 저그전은 건재했던 1대본좌 임요환이나 당대 테란 중 가장 좋은 기세를 보였던 온게임넷 스타리그 우승자 2대본좌 이윤열을 데려와 마재윤과 붙여봤지만 결론은 뭐 하나 제대로 해보지도 못하고 ‘떡실신’당하는 것이엇다.

테란이 그 지경이었으니 저그에게 상당히 불리한 플토에게 마재윤은 ‘대재앙’급이었다. 마재윤은 실제로 전성기 내내 ‘역대 최악의 프로토스의 대재앙’이라 불렸다. 그의 플토전은 ‘레어 단계 트라이덴트’ 운영이라 하여 저그 업그레이드가 레어인 상황에서 세 개의 빌드 선택지를 자유자재로 선택하는 것이었는데 이 때에 프로토스는 저그가 무슨 선택을 내릴지 거의 ‘감으로 때려맞춰야 하는’ 상황에 처해서 괴롭기 짝이 없었다. 마재윤이 삼지창을 휘드르면 그 세 개의 창 끝 중 하나는 반드시 프로토스를 꿰뚫었다.

당시 프로토스 진영의 두 수장은 강민과 박정석이었다. 변칙적인 운영을 성공시켜 ‘몽상가’라 불렸던 강민은 2006년에 마재윤을 다전제에서 1:3 패배를 두 번 당하면서 2번 이겼을 뿐이다. 환상적인 유닛 컨트롤과 폭발적인 물량으로 ‘영웅’이라 불렸던 박정석은 2006년에 맵중앙에 게이트웨이를 지어놓고 ‘하드코어 질럿러시’를 가서야 간신히 마재윤을 한 번 잡을 수 있었다. 2006년 마재윤의 ‘대프로토스전 전적’은 21승 3패였다. 다른 프로토스들은 그의 옷깃조차 잡지 못했다.

‘MBC게임 스타리그’(MSL)의 한 경기 예고편에서 나온 “테란의 역사를 끝낸 마재윤, 그의 앞에 프로토스의 내일은 없다”는 말은 사실이었다.

2006년 11월 ‘프링글스 MSL 시즌2’ 4강전을 앞둔 MBC게임 방송국의 자체 제작 예고편. 당시 스타판에서 마재윤이 어떤 존재였는지를 느낄 수 있다.

성전(聖戰)을 즐겨라 : 플토빠 역대 최고의 설레발과 정신승리

하지만 ‘플토빠’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그들은 강민이 리그에서 마재윤을 만날 때마다 ‘성전’이라 하여 수많은 패러디물을 양산했다. 흔히 2006년 7월의 ‘프링글스 MSL 시즌1’ 결승전을 ‘1차 성전’으로, 2006년 11월 ‘프링글스 MSL 시즌2’ 4강전을 ‘2차 성전’으로 부른다. 플토빠들은 ‘마본좌’를 리그의 높은 곳에서 만나는 유일한 프로토스 게이머인 ‘꿈의 군주’ 강민을 전심전력으로 응원했다.

두 경기는 명승부 끝에 강민의 1:3의 패배로 끝났지만, 2007년 1월 11일 열린 ‘곰TV MSL 시즌1’ 8강전(단판전)을 앞두고 플토빠들의 ‘설레발’과 ‘정신승리’는 극에 달했고 스덕들 사이에 두고두고 회자되는 유명한 패러디들을 양산했다. 그들은 “이것은 성전이며, 모든 신도들의 전쟁이다”라고 외쳤으나 그렇다고 강민이 마재윤에게 연거푸 패배하는 일을 막을 수는 없었다.

'플토빠 역대 최고 최악의 설레발' 성전 패러디 영상들

‘물 위를 걷는 마에스트로’

플토빠들은 강민을 ‘신앙’했지만 게임단 및 게임 방송국 관계자들은 좀 더 현실적인 고려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들은 프로토스가 ‘저그 본좌’를 꺾는 일은 불가능하다고 보았다. 하지만 리그 흥행의 문제에서 마재윤과 그의 빌드를 본받은 저그들의 득세를 방관할 수는 없었기에 ‘테란vs저그 전에서 테란에게 유리한 맵’을 만들어 채택하기에 이른다. 적어도 당시 대부분의 스덕들은 그들의 의지를 그렇게 추론했다.

이는 2006년 말에서 2007년 초까지 열린 MBC 게임이 주최하는 ‘곰TV MSL 시즌1’과 온게임넷이 주최하는 ‘신한은행 스타리그 시즌3’ 모두에 해당하는 일이다. 양방송국이 테란에게 유리한 맵을 채택하자 마재윤을 제외한 모든 저그들이 해일에 쓸려나가듯 쓸려나갔다.

그런데도 마재윤은 쓸려나가지 않았다. 이미 세 번의 우승을 차지했던 MSL에서도, 예선을 처음으로 뚫고 진출한 온게임넷 스타리그에서도 말이다. 그가 발명해낸 빌드의 필살기들을 사실상 사용할 수 없도록 맵으로 강제해도 그 빌드를 금세 그 맵에 맞게 수정해서 다시 들고 나왔다.

저그빠들은 ‘개테란맵’에 대한 분노와 ‘물 위를 걷는 마에스트로’에 대한 열광으로 달아올랐다. 경기수가 늘어나고 리그가 겹치면서 양대리그 4강전이 고작 하루 터울로 열린 상황에서, 마재윤은 MSL에서는 ‘레드 스나이퍼’라 불린 테란 진영수 선수를, OSL(온게임넷 스타리그)에서는 ‘버서커’라 불린 테란 변형태 선수를 맞이했다.

많은 팬들은 이런 맵에선 마재윤이 패배한다 해도 그가 진게 아니라고 말했다. 하지만 마재윤은... 이겼다. 각각 3대2까지 간 이 피튀기는 양일의 승부에서 그는 양대리그 결승에 진출했다.

2007년 2월 곰TV MSL 시즌1 4강전을 앞둔 MBC게임방송국의 자체 제약 예고편. 그들은 진영수에게 희망을 걸었다. 두번째 동영상을 보면 그들은 자신들이 만든 맵의 이름을 거명하며 이것이 저그에게 불리하다는 사실을 대놓고 광고하고 있다. 한편, 마재윤은 훗날 이때 승부를 겨룬 진영수 역시 승부조작에 끌어들였다. 진영수는 마재윤에 비해 가정형편이 좋지 않았다고 알려져 있다.

‘온화주의’를 타파하다

이때 상당수 스덕들의 마음 속에서 이미 마재윤은 ‘본좌’였다. 하지만 온게임넷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들은 마재윤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저쪽 동네에선 이미 ‘왕’이었지만 자신들의 입장에서는 신인이었다.

온게임넷 해설자들은 리그의 권위를 높이고 흥행을 유발하기 위해 애썼다. 해설자 엄재경은 팬덤이 만들어낸 ‘마에스트로’란 별명대신 ‘마신’이란 별명을 제안했고 해설자 김태형은 2007년 2월 24일 열리는 ‘신한은행 스타리그 시즌3’ 결승전이 ‘본좌 결정전’이 아니겠느냐고 제안했다. 원래 팬들은 양대리그를 중립적으로 칭하기 위해 OSL과 MSL로 불렀으나 온게임넷 측은 자기네 리그는 ‘스타리그’라 부르고 MSL은 MSL이라 부르거나 ‘타리그’라 칭하는 경향이 있었다. 스덕들은 그들의 습관을 ‘중화주의’를 패러디해서 ‘온화주의’라 불렀다.

스덕들 사이에선 거대한 싸움이 일어났다. 이윤열과 마재윤의 결승전을 앞두고 양선수 팬들의 갈등이 극에 달했다. ‘달빡이’라 불린 이윤열의 팬들과 ‘마빡이’라 불린 마재윤의 팬들은 ‘디시인사이드 스타크래프트 갤러리’ 등에서 참으로 치열하게 싸웠다.

그리고 2월24일, 온게임넷의 행태에 분개하며 마재윤을 응원한 이들조차도 “이런 맵에선 이윤열이 이기지 않겠느냐”고 말한 그 결승전에서 마재윤은 정점에 섰다. 3대1로 승리한 것은 물론 마지막 순간에 이윤열의 커맨드센터를 퀸으로 ‘먹어 버리는’ 압도적인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엄재경 해설위원은 이윤열의 마지막 ‘러시’가 막히는 순간 “인간이 어떻게 신을 이기나요!!”라고 소리를 질렀고 시상식에선 “본좌 맞네 본좌!!!”라며 연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온게임넷은 마재윤이 그 경기에 우승하면서 본좌가 된 것인냥 묘사했지만 실은 마재윤은 자신이 온게임넷이 부여하는 권위 바깥의 인물임을 입증했고 그저 온게임넷의 왕관을 전리품으로 챙겼다고 보는게 옳았다. 마재윤은 ‘온화주의’마저 넘어섰으며, 팬들이 만든 별명인 ‘마에스트로’를 해설자가 붙인 별명 ‘마신’보다 앞세우면서 스타리그 문화가 컨텐츠 생산자 중심에서 수용자 중심으로 결정적으로 옮겨가는 사건을 상징적으로 드러낸 역사적 인물이 되었다.

그리고 ‘스덕 제국’의 수도인 ‘디시인사이드 스타크래프트 갤러리’는 정적에 싸였다. 스타리그 역사상 처음으로 단 한 명의 열외도 없는 모든 스덕들이 단 한 명의 게이머에게 매료된 기적같은 일이 일어났던 것이다. 심지어는 스타리그를 정초한 임요환에 대한 열광조차 임 개인만이 아닌 그와 홍진호가 보여준 ‘임진록’(2001년 코카콜라배 결승)의 엄청난 퍼포먼스와 흥행성에 기댄 것이었는데 말이다.

‘임마누엘’, 역사 속에 주가 강림했으니 논쟁도 담론도 역사도 이제는 필요없을 듯했다. 누구나 모든 스덕들을 제압한 이 ‘신성왕국’이 영원하진 않을지라도 오랜 시간 지탱될 거라 생각했다. 2007년 2월 24일, 그날은 스타리그와 마재윤과 스덕들 모두가 충만함을 느꼈던 날이다. 그 충만함은 2007년 3월 3일까지 이어졌다. (계속)

▲ MSL 우승만 세번해서 '반쪽 본좌'라는 비아냥을 듣던 그는 OSL에서도 임팩트 있는 플레이로 승리하여 반대자들을 잠재웠다. 당시 온게임넷 방송 화면 캡처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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