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이사회(이사장 유재천)가 KBS <뉴스9> 보도 내용을 문제삼아 보도본부장 인책 문제를 안건으로 상정하고 이에 KBS 기자들이 반대 성명을 내는 등 논란이 일고 있다. 감사원 특별감사와 정연주 사장의 검찰 소환 등 KBS를 둘러싼 상황이 급박한데도 이사회가 정권의 압력에 대응하고 KBS의 정치적 독립성을 지켜내려는 움직임보다는 오히려 KBS를 흔드려는 권력의 하수인 역할을 자임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 서울 여의도 KBS 본관 ⓒ미디어스
KBS 이사회는 오는 17일 오후 3시 임시이사회를 열고 '이사회 관련 9시뉴스에 관한 인책'을 안건으로 다룰 예정이다. 지난 주 이사회에서 일부 이사가 "보도본부장에 대한 해임권고를 요청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날 해임 권고 문제가 주요하게 다뤄질 것이란 예상이 나오고 있다.

그동안 친한나라당 성향의 이사들을 중심으로 "KBS가 이사회 활동에 이러쿵저러쿵 간섭하고 비판적으로 보도한 것이 불쾌하다"며 "관련 간부들을 불러 경위 파악과 책임 추궁을 해야한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번에 보도본부장 인책 논의를 안건으로 상정하고 이사회 소집을 주도한 이사들은 최근 이사회와 관련한 2건의 KBS 보도를 문제 삼고 있다.

"이사회 활동에 집행기관 KBS가 이러쿵저러쿵 비판적 보도한 것 불쾌"

우선 지난달 15일 신태섭 KBS 이사에 대한 사퇴 압력을 다룬 <뉴스9> 리포트의 경우 "KBS 이사회가 정연주 사장에 대한 사퇴권고안 채택을 안건으로 다룰 예정"이라는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는 게 이사회의 주장이다. 정 사장에 대한 사퇴권고안이 아니라 KBS의 제반 현안을 논의했기 때문에 KBS의 보도는 '오보'라는 것이다.

일부 이사들은 또한 지난달 26일 <뉴스9>에서 방송된 'KBS 경영평가' 관련 리포트도 일부 경영평가위원의 발언을 인용해 이사회가 마치 월권을 저지른 것처럼 보도했다고 문제삼고 있다.

그러나 이날 리포트를 보면 "동의할 수 없는 내용을 이사회 의결로 추가시켰다면 인격권 침해로써 법적 책임을 이사회에 묻겠다"는 양혁승 경영평가위원의 입장과 함께 "이사회는 경영평가서를 심의·의결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의견을 첨부한 것"이라는 이사회 주장을 같이 소개하고 있다.

따라서 KBS 기자들은 "양측의 주장을 같이 반영한 것이 '오보'라면 이사회 입장만 전달했어야 한다는 것인가"라며 일부 이사의 문제제기를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보도 내용 간섭은 월권…문제 있다면 정정·반론보도 요청하라"

무엇보다 이사회가 보도 내용을 간섭하면서 보도책임자 문책을 압박하는 것은 '월권'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방송법상 KBS 이사회는 방송 '경영'의 최고 의결 기관일 뿐 '보도' 내용에 대해서는 시청자위원회에서 문제를 제기하도록 돼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KBS 기자들은 "언론사에서 경영과 편집, 보도의 분리가 왜 필요한지 새삼 떠드는 것은 시간 낭비"라며 "보도 내용에 문제가 있으면 이사회 명의로 정정보도나 반론보도를 요청하면 될 일이다. 특정 이사의 입맛에 맞지 않는다고 해서 보도 책임자를 해임하라고 압박하는 것은 권한의 남용"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KBS 기자협회(회장 김현석)는 16일 'KBS 이사회는 시대착오적 월권행위를 중단하라'는 제목의 성명을 내고 "이사회는 지금 선을 넘어 뉴스에 대한 부당한 간섭을 자행하려 하고 있다. 이사회는 KBS 뉴스의 내용에 대해 압력을 행사할 권리가 없다"며 "일부 이사들은 무엇을 위해 월권을 저지르면서까지 무리한 짓을 하고 있는가"라고 비판했다.

KBS 기자협회는 이어 "만약 보도본부장에 대한 해임 권고안이 이사회에서 논의되거나 통과된다면 우리는 가능한 수단을 동원해 KBS 이사회를 규탄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KBS 기자협회는 17일 오후 3시 임시 이사회가 열리는 KBS 신관 앞에서 이사회의 부당한 보도 간섭과 '월권 행위'를 규탄하는 피켓시위도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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