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이 이른바 '언론'을 향하고 있습니다. 조중동 비판이 모든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고 한겨레 경향 살리자는 구호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나아가 MBC KBS 지켜주자는 주장도 폭넓게 번져 나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지역 신문과 지역 방송은 전혀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경남을 보기로 들자면, 경남도민일보나 경남신문이나 경남일보는 마치 없는 듯이 보입니다. KBS창원방송총국이나 마산MBC 진주MBC도 그렇고 사유(私有) 방송인 KNN 또한 그러합니다.

▲ 지난 14일 저녁 창원에 모인 촛불은 KBS 창원총국으로 갔다. ⓒ김훤주
지금 펼쳐져 있는 광우병 국면에서, 지역에 있는 매체들은 완전 관심 밖으로 밀려나 있습니다. 밀려나 있다기보다는, 예전에도 그랬고 지금에 와서도 전혀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아쉽습니다.

한겨레·경향과 조중동, MBC·KBS에 쏠리는 관심

곰곰 생각해 봅니다. 한겨레와 경향과 조선과 중앙과 동아와 MBC와 KBS에 사람들 눈길이 모이는 까닭이 도대체 무엇일까? 먼저, 조선과 중앙과 동아는, 그리고 경향과 한겨레는 그이들의 보도 태도가 그렇게 만들었습니다.

조중동은 사주 입맛대로 또는 자기네 공장 이해관계에 따라 사건을 키우거나 줄이고, 없애거나 부풀렸습니다. 한겨레와 경향은 반대로 대중의 관심사에 초점을 맞추거나 나름대로 숨겨진 사실 또는 진실을 지면에 올렸습니다.

그렇다면, MBC와 KBS에 대한 대중의 관심은 어떻게 봐야 할까요? 두 방송은, 특히 KBS는, 이명박 정권이 자기 손아귀에 넣으려는 시도를 하니까 그리 됐다고 저는 봅니다.

두 방송과 방송사의 영향력이 크고 규모가 크다 보니까 정권은 손에 넣으려 하고, 그래서 대중은 두 방송(사)가 전체로 볼 때 그리 중뿔난 보도를 하지 못함에도 방송의 ‘공영성’을 지키자며 나서고 있는 모습니다.

(오해 없으시기를, 이를테면 MBC의 <PD수첩>이나 <100분 토론>의 높은 이름값은 익히 들어서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 두 프로그램 말고 다른 무엇이 지금 이 광우병 국면에서 바람직한 방송을 했다는 그런 말은 많이 듣지 못했다는 얘기입니다.)

경남도민일보·경남신문·경남일보에는 정반대 현상

그러면서 지역신문은 어떤 모습인지 한 번 떠올려 봤습니다. 광우병 국면에서 지역 대중의 관심사에 제대로 초점을 맞추지도 못했고 집중력이나 끈질김을 보여주지도 못했습니다. 조중동 같은 편향도 보이지 않습니다. 그저 맹맹한 보도가 대부분입니다.

이를테면 이렇습니다. 촛불집회는 경남도 예외가 아닙니다. 경남 스무 개 시.군 모두에서 사람들은 촛불을 밝히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에 대한 보도는 거의 되지 않고 있습니다. 서울 일간지들이 여러 면에 걸쳐 보도한 6.10 촛불도 경남에서는 마찬가지였습니다.

▲ "조중동 니들이 신문이냐!". 한 시민이 언론노조 부채를 들고 있다. ⓒ김훤주
오죽했으면 우리 <경남도민일보> 지면평가위원회에서조차 "왜 마산·창원(그리고 어쩌다 진주)만 보도가 되느냐!"는 나무람이 나왔겠습니까? 해당 지역에서 나름대로 절박한 심정으로 촛불을 든 이들에게는 관련 보도 하나가 그리 소중할 수가 없을 텐데도 말입니다.

또 정권은 지역 매체들에 대해서는 그냥 내버려두면 저절로 사라진다는 전술을 쓰고 있습니다. 지역 신문 시장의 현실이 얼마나 메말라 있는지 잘 알기 때문에 특별한 대책 없이도 그냥 두기만 해도 된다는 논리입니다. KBS나 MBC 같은 경우가 될 수 없는 까닭입니다.

지역 매체라 그렇다? 절대 아니다!

지역 신문이 관심을 끌지 못하는 까닭이 무엇인지 물으면 대부분은 "지역 일간지라서 그렇다"고 얘기해 줍니다. 이런 말씀에는 '보도는 그런대로 잘 하지만 지역 신문에 대한 관심이 터무니없이 낮다 보니 그렇다'는 위로도 들어 있는 줄 저는 압니다.

우리 경남도민일보 구성원 가운데서도 그렇게 생각하는 이가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패기차고도 확실하게, 지역 여러 사안에 대해 보도를 제대로 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보는 것입니다. 시쳇말로 '어영부영'일 따름입니다.

경남도민일보를 보기로 들겠습니다. STX그룹의 마산 수정만 유치 관련 보도는 맨처음 눈치보기로 시작했습니다. 명색이 사시가 '약한 자의 힘'이라 하면서 강자 눈치를 보느라 약자는 슬그머니 까뭉개고 맙니다. 취재 역량이 받침이 안 돼 그런 경우도 없지 않습니다.

이밖에 지역 대기업의 눈치를 보는(본다고 비칠 수밖에 없는) 기사는 많습니다. 노사 무쟁의 타결 기사가 아무 비판적 검토 없이 그냥 실립니다.(만약 저희 경남도민일보 노조에서 조합원에게 충분히 알리지 않고 지부장이 직권 조인하면 아마 난리가 날 것입니다.)

산재 사망 사고가 하청업체에서 났는데, 기사 자체가 아주 늦게 나갔을 뿐 아니라 원청인 '두산중공업'이 실명으로 찍혀 나가지 않은 일도 있었습니다. 지역에서는 이를 두고 광고 때문 아니냐고 신문사 바깥에서는 보고 있습니다.

사회 약자에 대한 관심도 적다는 비판까지 받습니다. 중년 여성 노동자에게 집중되는 비정규직의 고통을 조금이나마 덜기 위한 최저임금제 관련 기사라든지, 최하층에 가까운 '자활근로자'들의 '공식' 행사라든지가 지면에 적게 다뤄지거나 올라가지 않는다는 얘기입니다.

지나친 자위는 건강을 해친다

'광우병' 국면과 촛불이 조중동에게는 위기가 되고 경향과 한겨레에게는 회생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또 MBC와 KBS에도 이른바 공공성을 강화하는 촉매가 되고 나아가 성원들의 각성을 촉구하는 자극이 되기를 바랍니다.

이렇게 생각하면서, 지역신문은 광우병 국면 촛불에서 무엇을 얻어야 할지 생각해 봤습니다. 그랬더니 엉뚱하게도 "지나친 자위는 건강을 해친다"는, 조금은 얄궂은 문장이 떠올랐습니다. 모든 자위가 아니고, 지나친! 자위!

"지역 매체라서 눈길을 끌지 못한다"는 얘기는 '서울에 있을 것 같으면 경향 한겨레 시사인 따위 못지않게 잘 할 수 있다'는 맥락이 없으면 할 수 없는 말입니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요? 우리가 보여온 취재와 보도 행태를 보면 저는 이 말을 믿기가 어렵습니다.

그러니 지역신문 종사자 여러분, 제발 자위 좀 그만합시다. 우리도 서울에 있으면 충분히 해낼 수 있다는 생각은 깨끗이 씻어내고, 지금 화끈하게 끈기 있게 보도하지 못하고 있음을 부끄러워해야 합니다.

그리고, 우리 신문사에 광고로 실린 내용을 어떤 신문사는 기자 이름을 달고 기획기사로 내보냈으니 우리가 좀 낫지, 어떤 신문은 논조가 완전 사장 시키는 대로만 하니 우리 신문보다 못하지 따위 생각도 좀 그만 합시다.

광우병 촛불 국면에서 우리 지역신문들과 지역신문들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이런 반성조차 성과로 남기지 못한다면, 이 다음에 제대로 된 취재와 보도를 두고는 논의조차도 할 수 없을는지도 모릅니다.

저는 1963년 8월 경남 창녕에서 났습니다. 함양과 창녕과 부산과 대구와 서울을 돌며 자랐고 1986년 경남 마산과 창원에 발 붙였습니다. 경남도민일보에는 1999년 들어왔습니다. 대학 다닐 때는 학생운동을 했고 졸업한 뒤에는 노동조합운동과 진보정당운동을 일삼아 했습니다. 다른 것은 몰라도 발바닥만큼은 뜨거웠던, '직업적' 실업자 시절이 제게도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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