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의 언론정책을 비판하는 언론학자 124명이 언론공공성 수호를 위한 선언을 발표했다. 이들은 현 정부의 시장편향적 언론정책이 사회적 공론장과 여론다양성을 훼손할 우려가 크다고 지적하면서 언론 정책의 전환을 촉구했다.

강남준(서울대), 강상현(연세대), 강준만(전북대) 교수 등 언론학자 124명은 16일 '언론의 공공성 수호를 위한 언론학자 124인 선언'을 발표하고 "미디어 정책은 이윤창출이 강조되는 시장 논리로만 지배돼선 안되는데 이 정부의 잘못된 국가경영 철학과 독선이 미디어 공공성 훼손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언론장악을 통해 실정을 호도하려는 이명박 정부의 행태에 대해 강한 경고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이들은 "언론은 현대사회의 대표적 공론장으로서 공적영역을 대표하기에 시장의 논리로 지배되어서는 안되고 정부의 언론통제가 이뤄져선 안된다"며 "비판적 언론에 대한 광고탄압, 광우병을 다루는 방송과 비판적 토론이 오가는 인터넷 포털에 대한 압박, 국민의 목소리를 괴담으로 치부하는 행태에 언론자유의 위협을 감지한다. 그동안 피땀 흘려 일궈온 민주주의마저 후퇴시키는 양상"이라고 우려했다.

특히 대통령 정치적 멘토의 방송통신위원장 임명, 후보 시절 방송특보의 YTN·아리랑TV 사장 임명, 임기가 끝나지도 않은 공영방송 사장을 내쫒기 위해 감사원과 대학을 앞세워 전방위적으로 압박하는 행태 등을 지적하면서 "고위 공직자를 당파적 충성도나 이익에 의해 임명하는 엽관제에 다름 아니다. 친이명박 인사를 언론계에 포진시켜 언론장악을 시도하며 민주주의를 후퇴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한 신문고시 재검토, 신문방송 겸영, 신문법 개정과 신문지원기구 통폐합, 공영방송의 민영화 등 현 정부가 검토하고 있는 언론정책에 대해서도 "언론의 공공성 위축과 여론다양성을 훼손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견해를 바탕으로 언론학자들은 △엽관제에 의한 방송통신위원장 임명 및 언론계 인사의 철회 △공영방송 장악음모 철회 △자본 편향적 언론정책 철회 △여론다양성을 확대하는 언론정책 강구 △국민의 평화적 집회·시위의 자유 보장을 촉구했다.

이들 언론학자들은 앞으로 언론의 공공성 의제를 제안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등 사회적 논의와 공감을 확장시켜나간다는 계획이다.

다음은 언론학자 124명이 발표한 성명 전문이다.

언론의 공공성 수호를 위한 언론학자 124인 선언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지 100일이 지난 지금 국민들이 편치 않다. 전국 방방곡곡에서 타오르는 촛불은 이러한 국민들의 마음을 표현하고 있다. 취임 100일 만에 정부의 지지율이 10%대로 급락한 사실은 이반된 민심을 그대로 반영하는 것이다. 고소영·강부자로 별칭되는 부자 내각, 경쟁 일변도를 강요하는 교육정책, 국민의 생명권을 외면한 미국과의 굴욕적 쇠고기 협상 등을 보면서 국민들은 실망을 넘어 분노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 언론학자들은 오늘의 국가적 혼란이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을 '주식회사 대한민국'으로 인식하는 이명박 대통령의 잘못된 국가 경영 철학과 독선에 기인한다는데 인식을 함께한다. 이윤창출이 최대 목적인 기업의 경영은 실용주의와 효율성이 우선일 수 있다. 그러나 국가 경영은 다르다. 국가는 공적영역을 포괄한다. 각계각층의 이해가 얽혀있기에 타협과 소통의 정치가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명박 정부는 시장 프렌들리, 자본 프렌들리, 대기업 프렌들리를 표방한다. 국민의 기본적 삶을 위한 공적 영역마저 시장에 내어주고 있다. 여기에 CEO형 리더쉽이 조급한 성과주의, 일만 잘하면 문제될 것 없다는 사고, 그리고 소통 없는 추진력과 결합되면서 국민의 삶을 어렵게 하고 있다.

우리 언론학자들이 특히 주목하는 것은 이명박 정부의 언론통제 기도와 미디어 공공성 훼손에 대한 문제이다. 미디어 영역은 현대사회의 대표적인 공론장이다. 국민들의 자유로운 의사소통과 여론형성, 정보교환이 이루어지고 보장되어야 하는 공적영역인 것이다. 언론은 여론을 형성하고 사회적 논의를 만들어가는 가장 기초적인 공공 영역이다. 언론의 공공성이 무너지면 건강한 사회적 담론이 왜곡되기 때문에 민주주의는 뿌리부터 흔들린다. 미디어 정책은 이윤창출이 강조되는 시장 논리로만 지배되어서는 안된다. 이 정부의 잘못된 국가경영 철학과 독선이 미디어 공공성 훼손으로 이어지고 있기에 우려를 금할 수 없다. 더욱이 언론장악을 통해 실정을 호도하려는 이명박 정부의 행태에 강한 경고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이명박 정부의 언론장악은 일차적으로 측근의 언론계 포진과 非이명박계 인사의 잘라내기로 나타나고 있다. 대통령의 정치적 멘토가 방송통신위원장에 임명되고, 후보시절 방송특보가 YTN과 아리랑방송의 사장에 임명됐다. 그리고 임기가 끝나지도 않은 공영방송 사장을 내쫒기 위해 감사원과 대학을 앞세워 전방위적으로 압박하는 치졸함을 보여준다. 이는 고위 공직자를 당파적 충성도나 이익에 의해 임명하는 엽관제에 다름 아니다. 엽관제는 공직의 당파적 독점과 이에 따른 정치부패로 이어지기에 민주국가에서 거부되고 있다는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미국산 쇠고기 파동 과정에서 이명박의 사람들이 보여 준 언론에 대한 태도는 5공정권의 회귀로 이어지는 느낌이다. 비판적 언론에 대한 광고탄압, 광우병을 다루는 방송과 비판적 토론이 오가는 인터넷 포털에 대한 압박, 국민의 목소리를 괴담으로 치부하는 행태에 우리는 언론자유의 위협을 감지한다. 그동안 피땀 흘려 일궈온 민주주의마저 후퇴시키는 양상이다.

이명박 정부가 표방한 '프레스 프렌들리'는 결국 '자본 프렌들리'이며 '정권 프렌들리'이다. 신문고시의 재검토(축소 혹은 폐지)는 신문시장 불공정경쟁을 초래하여 결국 부자신문만 살아남을 것이다. 신문과 방송의 겸영은 대자본 언론의 여론장악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신문법 개정과 신문지원기구의 통폐합은 소자본 언론 및 지역언론의 황폐화를 초래할 수 있다. 공영방송의 민영화는 자본의 논리에 언론을 종속시킬 가능성이 크다.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는 이 모든 정책들은 미디어 공공성을 심각하게 위축시키고 언론자유의 근간인 여론다양성을 훼손할 우려를 안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한국 사회가 억압적 정권하에서 오랫동안 억눌려 왔었지만 국민의 힘으로 이를 극복하고 민주주의를 일궈왔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제는 우리의 시민사회도 성장했으며 시민의식도 성숙했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는 지극히 당연한 사실이 국민들의 입에서 되뇌어지고 있다. 이는 섬기는 것이 아니라 국민 위에 군림하려고 하는 정부의 행태에, 사회적 공공영역을 외면하고 실용과 효율성만을 강조하는 자본 편향적 정부에, 주식회사 대한민국의 사원이 아닌 민주공화국의 시민들이 보내는 강력한 경고이다.

이에 우리 언론학자들은 이명박 정부에 다음의 내용을 강력히 촉구한다.

- 엽관제에 의한 방송통신위원장 임명 및 언론계 인사를 즉각 철회하라.
- 공영방송 장악음모를 철회하라.
- 자본 편향적 언론정책을 철회하라.
- 여론다양성을 확대하는 언론정책을 강구하라.
- 국민의 평화적 집회, 시위의 자유를 보장하라.

2008년 6월 16일
서명 언론학자 124인 일동

서명 언론학자(가나다 순) 강남준(서울대),강상현(연세대),강준만(전북대),강진숙(중앙대),고영철(제주대),김경일(김포대),김경환(상지대),김경희(한림대),김광수(대구가톨릭대),김균(서강대),김기태(세명대),김기태(호남대),김남석(경남대),김대식,김대환(경주대),김동규(동명대),김명혜(동의대),김미라(서울여대),김민기(숭실대),김서중(성공회대),김성해,김승수(전북대),김연식(동의대),김영덕,김영욱(이화여대),김영주(경남대),김영호(우석대),김영희(서울대언론정보연구소),김용호(부경대),김은규(우석대),김재영(충남대),김진웅(선문대),김창남(성공회대),김창룡(인제대),김채환(동명대),김평호(단국대),김현주(광운대),김형일(극동대),나낙균(인제대),남궁협(동신대),류웅재(호남대),류한호(광주대),문상현(광운대),문종대(동의대),박근서(대구가톨릭대),박상건,박선희(조선대),박용규(상지대),박진규(서울여대),박춘서(경남대),박태순(중앙대),박홍원(부산대),배현석(영남대),손석춘(새로운사회연구원),송기인(경성대),송정민(전남대),송해룡(성균관대),신순철(한동대),신태섭(동의대),신호창(서강대),심두보(성신여대),심영섭(한국외대),안병규(인제대),안영민(부경대),안차수(경남대),안현우(미디어스),양동복(나사렛대),양문석(언론연대),염찬희(성공회대),오종화,원용진(서강대),유홍식(서울여대),윤석년(광주대),윤영태(동의대),윤태진(연세대),윤호진,이강형(경북대),이건용(영산대),이남표,이범수(동아대),이병섭(인제대),이상기(부경대),이상길(연세대),이상훈(전북대),이수범(인천대),이승선(충남대),이영주(한예종),이오현(전남대),이용성(한서대),이원섭(경원대),이정춘(중앙대),이진로(영산대),이창현(국민대),임동환(한남대),임종수(세종대),장낙인(우석대),전규찬(한예종),전완규(한림대),정두남,정상윤(경남대),정수영(성균관대연구소),정연구(한림대),정연우(세명대),정용준(전북대),정의철(상지대),정인숙(경원대),정재민(서울여대),정재철(단국대),조준상(공공미디어연구소),조항제(부산대),주동황(광운대),주지혁(극동대),주창윤(서울여대),차유철(우석대),차재영(충남대),채백(부산대),최경진(대구가톨릭대),최낙진(제주대),최영묵(성공회대),최용준(전북대),최은희(한국외대 연구소),하종원(선문대),한희정(숙명여대),허은(청강문화산업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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