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11일 연 첫 번째 국무회의에서 경범죄처벌법 시행령 개정안을 심의·의결했다. 의결된 안건의 내용에 따르면 앞으로 과다노출, 지문채취 불응, 특정 단체 가입 강요, 무임승차, 무전취식을 하다가 적발되면 범칙금 5만원, 스토킹, 빈집 등 침입, 흉기 은닉 휴대, 거짓신고,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 대한 신고 불이행, 거짓 인적사항 사용, 자릿세 징수, 장난전화 등 행위에는 8만원, 출판물 부당게재, 거짓광고, 업무 방해, 암표매매 등에는 16만원의 범칙금이 부과된다. 이는 지난 12월 경찰청이 입법 예고한 것들로 기존 경범죄처벌법 시행령이 규정한 ‘범칙행위의 범위’를 기존 21개에서 45개로 확대 적용하려는 것이다.

SNS 등의 공간에서는 이를 두고 ‘유신체제의 부활’, ‘독재자 탄생’ 등의 표현이 동원된 날선 비판이 봇물처럼 터져 나오고 있다. 한 네티즌은 “과도노출은 1973년 경범죄 단속 대상이 됐다가 미니스커트 등의 논란을 불러왔던 것”이라며 “70년대로 돌아가자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국민의 군기를 잡겠다는 것이냐”면서 “골프에 환장하는 군 장성들 군기부터 잡았으면 좋겠다”고 꼬집기도 했다.

▲ 청와대와 태평로 빨간신호등. ⓒ뉴스1

한 법조계 관계자는 “경범죄처벌법은 폐지해도 무관한 법”이라며 “심각한 사안이라면 형법으로 상당 부분 처벌할 수 있으며 나머지는 민사나 행정처분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민사 등의 소송으로 해결할 수 있는 사건을 경찰력을 동원해서 국가가 해결하려 하는 것은 무리한 조치일 수 있다는 주장이다.

실제 현행 경범죄처벌법은 다양한 경범죄의 종류를 적시하고 있는데 여기에는 빈집 등에의 잠복, 허위광고, 오물방치, 의식방해, 자연훼손, 타인의 가축·기계 등 무단조작, 불안감 조성, 음주소란, 무단소등, 새치기, 뱀 진열행위 등 경찰력의 개입 없이 다른 수단을 통해 해결 가능하거나 국가가 제한할 정당성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는 것들이 많다.

한 인권운동가는 “경범죄처벌법은 경찰관의 자의적인 판단으로 형사처벌 대상을 크게 늘리는 것”이라며 “시민의 일상생활에까지 경찰력을 개입시켜 성과를 높일 수 있게 하겠다는 한심한 발상”이라며 반발했다. 국가의 통제가 일상화되면 국민을 대상으로 한 일방적 통치도 더욱 쉽게 되리라는 점을 노린 기득권층의 고전적인 수법이라는 주장이다. 이 주장에 따르면 11일 국무회의의 결정은 경범죄처벌법의 이러한 부작용을 더욱 확대하는 조치라는 평가가 가능하다.

한 시사평론가는 이에 대해 “경찰국가로 가자는 것이라는 인상을 줄 수 있다”면서 “이러한 조치가 인권이나 표현의 자유를 훼손할 수 있는데 이에 대한 관심은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우리 사회의 전반적인 경찰국가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신호라는 것이다. 또 이 평론가는 “하필 국무회의 안건 1호로 이것을 처리해 더 상징적인 조치처럼 돼버렸다”라고 비판했다. 마치 앞으로 새 정부의 정책 방향을 '경찰국가화'로 하겠다는 느낌을 준다는 것이다.

칼럼니스트 박권일씨도 비슷한 진단을 내렸다. 박권일씨는 “박근혜 정부의 해프닝으로만 해석해서는 안 된다”며 “실제 일반 국민들도 강력한 치안과 엄벌주의를 요구하는 일종의 ‘싱가포르 판타지’를 갖고 있다”며 “박근혜 대통령도 이런 ‘믿는 구석’이 있으니 이런 것을 밀어 붙이는 것 아니겠나”라고 반문했다. 약간의 반발을 불러일으키기는 하겠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이러한 정책의 일부가 국민들에게 환영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우려되는 지점이다.

기존 시행령과 개정된 시행령의 범칙행위 및 벌금액 비교

범칙행위

벌금액

기존 시행령

오물방치

5만원

노상방뇨

5만원

자연훼손

5만원

수로유통방해

2만원

불안감조성

5만원

음주소란

5만원

인근소란

3만원

물건던지기 등 위험행위

3만원

공작물 관리 소홀

5만원

굴뚝 등 관리 소홀

5만원

위해동물관리 소홀

5만원

무단소등

5만원

공중통로안전관리소홀

5만원

공무원원조불응

5만원

전당품 장부 허위기재

5만원

미신요법

2만원

야간통행제한위반

3만원

새치기

5만원

무단출입

2만원

뱀 등 진열행위

3만원

금연장소에서 흡연

3만원, 2만원

새로운 시행령

빈 집 등에의 침입

8만원

흉기 은닉, 휴대

8만원

폭행 등 예비

8만원

거짓 신고

8만원

시체현장변경 등

8만원

도움이 필요한 사람 신고 불이행

8만원

관명 사칭 등

8만원

물품 강매, 호객행위

8만원, 5만원

광고물 무단부착

5만원, 8만원

마시는 물 방해

8만원

쓰레기 등 투기

5만원, 3만원

노상방뇨

5만원, 3만원

의식방해

8만원

단체가입 강요

5만원

자연훼손

5만원

타인의 가축·기계 등 무단 조작

8만원

물길의 흐름 방해

2만원

구걸행위 등

8만원, 5만원

불안감 조성

8만원

음주소란 등

5만원

인근소란 등

3만원

위험한 불씨 사용

8만원

물건 던지기 등 위험 행위

3만원

인공구조물 등 관리 소홀

5만원

위험한 동물의 관리 소홀

5만원

동물 등에 의한 행패

5만원, 8만원

무단소등

5만원

공중통로 안전관리소홀

5만원

공무원 원조불응

5만원

거짓 인적사항 사용

8만원

미신요법

2만원

야간통행제한

3만원

과다노출

5만원

지문채취불응

5만원

자릿세 징수 등

8만원

행렬방해

5만원

무단 출입

2만원

총포 등 조작 장난

8만원

무임승차 및 무전취식

5만원

장난전화 등

8만원

지속적 괴롭힘

8만원

출판물의 부당게재 등

16만원

거짓 광고

16만원

암표매매

16만원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