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후 7시 서울 시청광장에서 38번째 촛불문화제가 열렸다. 주최 측 추산 3만여 명의 시민들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뿐만 아니라 이명박 정부 정책 전반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창조한국당 'KBS 지키기' 노란풍선…민언련 '최시중 탄핵촉구' 서명운동

평소 시민들은 한 손에 촛불을, 다른 한 손에는 피켓을 들고 촛불문화제에 참석했지만 이날은 창조한국당 '공영방송지키기 대책위원회'에서 나눠준 "함께해요 KBS 지키기"라고 씌여진 노란풍선도 함께 들었다.

▲ 14일 오후 7시 서울시청 광장에선 3만여명의 시민들이 참석한 가운데 38번째 촛불문화제가 열렸다. ⓒ송선영
시민단체와 네티즌들은 시청광장 곳곳에서 이명박 정부의 언론 정책에 반대하는 서명 운동을 벌였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최시중 탄핵소추를 촉구하는 서명운동'을, 인터넷 '마이클럽' 회원들은 '최시중, 유인촌, 어청수 감사 청원' 서명운동을 벌여 많은 시민들이 이에 동참했다.

"고엽제 전우 여러분, KBS MBC 점거는 안됩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를 외치며 분신한 고 이병렬씨에 대한 추모의식으로 시작한 이날 촛불문화제에서는 '촛불소녀'들이 먼저 무대에 올라 추모 편지를 낭독하고 '광야에서'를 함께 불렀다.

이어진 자유발언에서 마산에서 KTX를 타고 올라왔다는 한 시민은 "고엽제 국가유공자 전우 여러분, 여러분 이러면 안된다"라며 지난 13일 오후 KBS와 MBC에서 농성을 벌인 고엽제 회원들의 단체 행동을 강하게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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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남전에 참전했다는 이 남성은 "우리를 베트남으로 보낸 사람은 박정희 대통령인데 이들은 우리를 챙겨주지 않았다. 우리가 국가유공자가 된 것은 바로 민주화가 되었기 때문"이라면서 고엽제 회원들의 행동을 비판했다.

그는 "민주화 운동을 한 사람들을 따라다니면서 물 사주고 밥 사줘야 한다"면서 "그런데도 고엽제 회원들은 친북주사파, 배후를 운운하고 있다. 제발 정신차려라"고 말해 시민들의 열렬한 환호를 받았다.

"이명박 정부, KBS에 표적감사…정연주 사장 임기 보장해야"

이어 무대에 오른 다음 아고라 네티즌은 이명박 정부의 언론 정책을 강하게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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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네티즌은 "정부는 국민들이 사랑하는 KBS를 장악하려고 하고 있다"면서 "정연주 사장이 잘했다, 못했다는 가치 판단 이전에 임기가 보장된 사장을 그 자리에 있게 해 국민의 알권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명박 정부는 KBS에 대한 표적 감사를 실시해 압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하루 아침에 권력을 내려놓지 않을 것"이라면서 시민들을 향해 단단히 각오하며 장기전을 준비하자고 말했다.

"이명박 대통령, 먼저 국민들과 소통해야"

고등학교 3학년인 한 여학생은 무대에 올라 "망언만을 일삼고 있는 정부가 너무하다 생각해 이 자리에 왔다"면서 이명박 정부를 향해 쓴소리를 했다.

이 여학생은 "지금 정부의 태도는 과거 전두환 정권과 다르지 않다"면서 "이명박 대통령은 컨테이너로 국민들을 막을 것이 아니라, 종교계와 면담을 할 것이 아니라 국민들과 먼저 소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학생은 이어 "학생들은 대입 논술을 준비하기 위해 조중동 신문을 읽고 있다. 이게 말이 되냐"면서 "촛불을 들어 청소년들의 희망이 꺼지지 않도록 해달라"고 당부했다.

'뉴하트' 배우 박철민씨 "착한 소에게 광우병 걸리게 한 사람 뒤질랜드~"

이날 촛불문화제에는 MBC 드라마 <뉴하트>에서 '뒤질랜드'라는 유행어로 많은 사랑을 받은 배우 박철민씨가 올라 촛불을 들고 있는 시민들을 응원했다.

"시청에서 딸을 만나기로 했는데 못 찾고 결국 광우병대책회의 관계자들을 만나 무대에 올라왔다"는 박 씨는 "인기 있을 때 겸손하고 싶지 않고 인기 없을 때 바로 겸손해지고 싶다"는 한 마디로 시민들의 뜨거운 호응을 받았다.

박씨는 이어 "배우들 중에도 이렇게 아름다운 생각을 함께 하는 이들이 많다는 것을 알리고 싶어 나왔다"며 "착한 소에게 동물성 사료를 먹이면, 백두산 호랑이에게 토끼풀을 먹이면 바로 돌아버린다"고 말했다. 박씨는 또 "착한 소에게 광우병 걸리게 한 사람 뒤질랜드, 수입하는 사람도 뒤질랜드"라면서 "한우야 사랑한다"고 말해 시민들의 폭소를 자아냈다.

촛불을 들고 있는 3만 여명의 시민들을 향해 박씨는 "아름다운 비폭력, 평화의 모습을 끝까지 지켜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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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시50분 촛불문화제를 마친 3만 여명의 시민들은 광화문을 향해 행진을 시작, 오후 10시 현재 "최시중은 물러나라" "조중동도 물러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종로 1가를 지나고 있다. 광우병대책회의는 "현재 4만 여명의 시민들이 함께 거리 행진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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