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용진 뉴스타파 대표 ⓒ경향신문
KBS 탐사보도의 전성시대를 열었던 인물로 꼽히는 김용진 뉴스타파 대표(전 KBS 탐사보도팀장)은 최근 KBS에 사표를 제출한 이유에 대해 "KBS에서 내 용도는 더 이상 없다고 판단돼 떠났다"고 밝혔다.

87년 KBS에 입사한 김용진 대표는 <미디어 포커스> 데스크를 역임하고, KBS 탐사보도팀 창설에 주도적 역할을 한 인물이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탐사보도팀은 해체 수순에 들어갔고 김 대표는 팀장에서 평팀원으로 강등된 뒤 울산KBS로 쫓겨나 지난 2월까지도 울산 KBS기자로 활동해 왔다.

김 대표는 대안언론 <뉴스타파> 시즌3의 첫 방송을 이틀 앞둔 지난달 27일 오후 KBS에 사표를 제출했으며, 사표를 제출한 이유에 대해서는 "다만 뉴스를 하고 싶었을 뿐"이라고 밝혔다.

6일 KBS 새 노조 노보에 따르면, 김 대표는 새 노조와의 인터뷰에서 "사회적으로 중요한, 오로지 공공의 이익만을 위한 탐사저널리즘을 제대로 해 보겠다는 것이 내가 기자를 하는 유일한 이유"라며 "외형으로만 따지자면 그걸 하기엔 KBS만한 공간이 없지만, 내 개인적으론 KBS 안에서 빠른 시일 내에 그걸 더 하긴 힘들다고 판단했다. 다른 공간이 필요했다"고 전했다.

이어, "KBS에 계속 있는 건 뭔가 죄를 짓는 느낌이 들었다. 국민들이 낸 피 같은 수신료로 무위도식하고 있다고나 할까?"라며 "다만 뉴스를 하고 싶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새 노조 측은 조합원이었던 김용진 대표의 본사 복귀를 지난해부터 지속적으로 추진해 왔으나 사측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아왔다.

김 대표는 새 노조와의 인터뷰에서 "언젠가 내부 구성원들로부터 KBS는 정부의 입장을 충실하게 전달하고 판단은 국민들이 하도록 해야 한다는, 정부 대변인의 대변인 수준의 얘기를 듣고 절망감을 느낀 적이 있었다"며 안타까움을 표하기도 했다.

"아직 많은 내부 구성원들이 공영방송인으로서의 역할과 책임 등을 깊이있게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부분이 안타깝다"며 "정권이 아무리 바뀌고, 제도가 아무리 바뀌어도 내부에 이런 인식이 상존하는 한 KBS는 어렵다"는 것.

그러나, 김 대표는 "비록 KBS에서 내 용도는 더 이상 없다고 판단돼 떠났지만, KBS는 국민들과 종사자들이 함께 지켜내야 할 가장 중요한 공공의 자산이라는 생각은 변함없다"며 남아있는 KBS 구성원들이 좀 더 힘을 내달라고 호소했다.

김 대표는 윤창중 청와대 대변인, 황교안 법무부 장관 후보자, 김병관 국방부 장관 후보자를 비롯한 박근혜 정부의 인사 문제를 거론하며 "어처구니없는 역사의 후퇴를 막고 대한민국이 제 방향을 잡을 수 있도록 여론을 전달하고 권력을 견제하는 것이 이 시기 KBS의 가장 큰 책무다. KBS에 대한 내 개인의 희망과 절망이 중요한 게 아니라 KBS가 얼마나 중요한 기관인가를 인식하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조중동 등 족벌언론, 언론재벌, 상업언론 등에 맞서서 공공의 이익을 수호해야 할, 그리고 수호할 역량을 갖춘 유일한 언론기관이 KBS다. KBS가 적어도 BBC 정도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후배, 동료들과 힘을 합치고, 그런 수준까지 올라가는 것을 보고 싶었는데 아쉽다"며 "하지만 언젠가는 그렇게 되리라 믿고, 시청자의 입장에서 열렬히 성원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사실 후배들이 유일한 희망이다. 리셋뉴스의 민간인사찰 특종, 대선 때 십알단 특종 등등은 역시 공영방송 종사자로서의 투철한 신념을 가진 후배들이 일도 잘한다는 사실을 입증한 것"이라며 "무능하고 무지한 이들이 KBS를 장악하고 있는 현실이 분할 따름이다. 하지만 훌륭한 후배들이 조직의 중추가 될 때 KBS는 다시 국민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