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오후 7시 서울시청 광장에서 열린 37번째 촛불문화제는 주최 측 추산 약 3만 여명(경찰 추산 1만 여명)의 시민들이 참가했다. 이 자리에서 시민들은 한 달 넘도록 촛불을 들고 재협상을 요구하는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고 있는 이명박 정부를 강하게 성토했다.

13일 촛불문화제는 6년 전 오늘 미군 장갑차에 의해 숨진 효순, 미선이를 추모하며 진행됐다.

▲ 13일 오후 7시 서울시청 광장에서 열린 37번째 촛불문화제는 6년 전 오늘 미군 장갑차에 의해 숨진 효순, 미선이를 추모하며 진행됐다. ⓒ송선영
참석한 시민들은 촛불을 들고 '아침이슬'을 부르며 6년 전 숨진 효순 미선이를 추모했으며 '10대 연합'이라는 모임에 속한 한 청소년은 무대에 올라 추모 편지를 낭독했다.

"언니들의 죽음 소식을 들었을 당시 저는 초등학교 6학년이었습니다. 언니들의 참혹한 사진을 인터넷에서 보고 아찔했는데 나중에 미국이 잔인한 살인을 저질렀고 범죄를 저지른 이들은 무죄로 판결 받아 잘 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2008년 저는 고3이 되었습니다. 미친소, 미친 교육에 반대하는 집회에 참가하면서 미국에 대해 잘 알게 됐습니다. 수많은 국민들이 외치고 있는데도 이명박 대통령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민주주의가 아닌가요? 언니들도 살아있었다면 지금 이 자리에서 함께 촛불을 들었겠지요."

"우리가 언제까지 미국 때문에 촛불 들어야 하나"

▲ 6년전 숨진 효순,미선이를 위한 추모 공간. ⓒ송선영
지난 2002년 광화문 할아버지로 유명했던 이관복 할아버지는 추모사를 통해 "장갑차로 지나가서는 안 될 그 비좁은 도로에서 도로의 폭보다 넓은 장갑차가 지나가 아이들을 즉사시켰다"며 "언제까지 우리가 미국의 행동 때문에 촛불을 들어야 하냐"라고 외쳤다.

이관복 할아버지는 이어 "효순이와 미선이를 생각하면 치가 떨린다"면서 "강대국이 더 이상 대한민국을 함부로 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늘 시민들의 자유발언은 재협상이 아닌 추가협상을 선택한 정부에 대한 비판이 주를 이뤘다.

"대통령은 국민을 위해 일하는 것" "공무원은 정권의 머슴 아냐"

대구에서 올라온 한 시민은 "대통령은 권력에게 군림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을 위해 일하는 것"이라며 "친인척의 부귀영화를 위해 대통령을 하려 한다면 지금 당장 대통령직에서 내려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정 30개월 이상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하고 싶다면 이명박 대통령은 '제가 먼저 먹겠습니다'라고 하면서 청와대, 한나라당 관계자와 함께 한 달에 한 번씩 먹으라"고 주장해 시민들의 큰 박수를 받았다.

그는 또 "이명박 대통령은 대운하 정책을 두고 국민 반대가 있기에 안 한다고 하면서 '물길잇기' '4대강 잇기'로 바꿔 추진하려 한다"면서 "국민을 바보로 아느냐"며 대통령 자질이 없다고 비난했다.

▲ ⓒ송선영
이어진 자유발언에서 한 공무원은 "정부가 촛불문화제에 참석하는 공무원에 대해 형사처벌을 하겠다고 밝혔다"며 "공무원들은 국민에 대한 봉사자이지 정권의 머슴이 아니다"라고 정부의 방침을 비판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제발 생각 자체를 안했으면 좋겠다"라고 언급한 그는 "촛불은 절대 꺼져서는 안 된다. 촛불이 꺼지게 되면 이명박 정부는 국민들을 짓밟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재훈씨도 무대에 올라 "이명박은 자신이 얼리버드(early bird)라면서 새벽에 일어난다고 이야기 하고 있지만 국민들은 이명박 때문에 새벽 4시까지 잠을 못잔다"고 성토했다. 정씨는 이어 "이명박은 6.10 대규모 촛불집회 후 자신이 민주화운동 1세대라고 주장하고 있다"며 "말도 안 되는 말로 국민들의 염장을 지르고 있다. 이 자리에 먼저 나와 국민앞에 무릎꿇고 석고대죄 하라"고 요구했다.

▲ 촛불을 든 시민들의 모습. ⓒ송선영
"재협상 실시 안 할 경우, 정권퇴진 불사"

무대에 오른 광우병국민대책회의 박원석 공동상황실장은 "시민들이 정한 20일까지 정부가 재협상을 실시하지 않을 경우에는 더 이상 정부를 국민을 섬기는 정부가 아니라고 판단, 정권 퇴진을 불사하는 운동을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박 실장은 촛불문화제를 선동하고 있다는 일부 주장에 대해서도 "촛불 대열을 '반미'라는 더러운 말로 모욕하고 기만하지 말라"면서 "국민들은 더 이상 그들의 거짓을 믿지 않는다"고 경고했다.

저녁 8시 50분 즈음에 촛불문화제를 마친 시민들은 광화문을 향해 행진을 시작했으며, 이후 KBS에 대한 특감 실시를 반대하는 의미로 여의도를 향해 행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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