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엽제전우회의 '공영방송 편파보도 항의' 집회와 다음 아고라 누리꾼 등 시민들의 '공영방송 KBS 수호' 촛불집회가 동시에 진행된 서울 여의도 KBS 본관 앞은 13일 오후 9시를 넘어 고엽제전우회 회원 수백명이 해산하면서 평화로운 촛불집회가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집회 과정에서 일부 회원들이 촛불을 든 시민을 때리고 욕설을 퍼붓는 등 곳곳에서 충돌이 벌어졌는데도 경찰이 아무런 제지를 하지 않아 시민들의 분노를 키웠다.

▲ 월남군 고엽제 전우회 회원 2백여 명이 13일 KBS 본사 앞에서 '정연주 사장을 끌어내라'고 외치고 있다. ⓒ곽상아
이날 KBS 본관 앞은 MBC에서 항의 집회를 마친 고엽제전우회 회원들이 오후 8시 40분경 합류하면서 극심한 혼잡이 빚어졌다. 일부 회원들은 "너네들이 뭘 알고 이러느냐"며 'KBS 특별감사 반대 촛불 인간띠 잇기' 행사를 벌이는 시민들을 향해 욕설을 내뱉고 거친 몸싸움을 벌였다. 다행히 시민들이 평화적으로 대응하자며 자제하는 모습을 보여 큰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았다.

촛불집회에 참석한 직장인 김모씨는 "고엽제전우회 회원들이 계속 시비를 걸고 있지만 내부에서 자제하려고 애쓰고 있다"며 "폭력으로 대항하는 것보다 비폭력으로 맞서는 것이 우리의 뜻을 전달하는 데에 더 효과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 'KBS 감사 반대 인간띠 잇기' 행사를 벌이고 있는 다음 아고라 네티즌들. ⓒ곽상아
그러나 고엽제전우회 회원들의 욕설과 시비, 폭행으로 위험한 상황이 벌어지는데도 경찰이 끝까지 무대응으로 일관해 시민들의 반발을 불렀다. 격분한 한 시민은 "고엽제전우회 회원들이 평화적으로 시위를 벌이고 있는 우리에게 폭력을 가하는데, 아무런 대응도 하지 않는 당신들을 어떻게 민중의 지팡이라고 할 수 있느냐"며 울분을 토했다.

이날 밤 9시경에는 고엽제전우회 회원이 한 시민의 턱을 몇차례 가격하는 사건이 벌어져 민변 소속 김태욱 변호사 등이 현행범으로 체포해 경찰에게 인수하려 했으나 다른 회원들이 나타나 비호하면서 도주하는 일도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폭행을 당한 민변 변호사가 바로 옆에 있던 경찰에게 즉시 현행범 체포를 요구했으나 경찰은 역시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았다.

▲ 아고라 네티즌들이 '사수 정연주' 플래카드를 들고 있다. 통합민주당 최문순 의원도 이에 동참했다.ⓒ곽상아
김 변호사는 "지금까지 촛불집회에서 시위대가 거리로 나서는 것을 진압하던 경찰이 예정된 집회 장소를 벗어나 거리로 나오면서 충돌을 일으키는 보수단체에 대해서는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며 "폭력에 대한 암묵적인 묵인과 방조일 뿐더러 불공정한 경찰권 집행"이라고 비판했다.

"정연주 사장이 나오지 않으면 쳐들어가겠다"고 협박하던 고엽제전우회는 오후 8시 3명의 대표단이 KBS 보도총괄팀장을 만나 "편파보도를 하지말라"고 항의하고 나서야 모두 철수했다. 다음 아고라 누리꾼 등 1천명이 넘는 시민들은 "공영방송 지켜내자" "최시중은 물러가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3일째 인간띠 잇기 행사를 계속 이어갔다.

▲ MBC 앞에서 항의 시위를 마친 고엽제 전우회 회원들이 저녁 8시 40분경 KBS 앞에 도착했다. ⓒ 곽상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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