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이 타오르는 만큼 경향과 한겨레의 독자수가 빠르게 늘고 있다고 합니다. 한편으로는 광고주들이 촛불의 함성에 놀라 조·중·동에 대한 광고 게재를 철회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동시에 일어나는 이들 두 현상은 서로에게 시너지 작용을 일으킬 것으로 보여 어느 때보다 기대감을 키우고 있습니다. 그러나 마냥 반길 수만도 없는 노릇입니다. 지금부터 조·중·동 목 조르면 경향·한겨레가 죽는 역설적 현상을 언론시장의 왜곡된 구조를 들어 말씀드리겠습니다.

신문사업은 독자가 늘어난다고 해서 곧바로 수익이 늘어나는 구조가 아닙니다. 독자를 늘려서 광고 단가를 올리고, 광고 지면을 비싸게 팔아야 수익이 늘어납니다. 구독이 늘면 먼저 비용이 늘어납니다. 더구나 신문 1부의 구독료는 생산비에도 턱없이 못 미칩니다. 광고 물량과 광고 단가가 늘어나지 않은 채 구독 부수만 늘어나면 고스란히 적자가 늘어나는 구조입니다. 자본구조가 취약한 경향과 한겨레 처지에서는 이 상황이 자칫 유동성 위기 등 경영상의 문제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 인터넷 다음까페 '소울드레서'가 낸 경향신문 5월19일자 1면 광고.
조·중·동을 겨냥한 광고주 압박 운동이 현실 속에서는 어떻게 작동할까요. 현재 신문사 광고국 직원들이 쉽게 들을 수 있는 상황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먼저 광고주가 조중동에 하는 말입니다.

“우리도 광고하고 싶은데 항의전화가 너무 많이 와서…. 조금만 기다려 봅시다. 나중에 상황이 되면….”

다음은 경향과 한겨레에게 하는 말입니다.

“아이쿠 누구 죽일 일 있습니까? 지금 거기에만 광고를 내봐요. 조·중·동이 우리를 가만 두겠습니까?”

조·중·동 목을 조르면 한겨레와 경향이 죽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조·중·동 광고주를 압박한 결과가 경향과 한겨레의 비빌 언덕조차도 없애는 결과로 나타나고 있는 겁니다. 조·중·동은 지금처럼 압박이 계속되더라도 당장 위기에 빠지지 않습니다. 먼저, 구독부수가 줄어드니 비용도 줄어들 겁니다. 축적한 자본도 많은 데다, 이 상황이 더 오래 지속되면 지면을 축소해 비용을 줄이겠죠. 그러나 경향과 한겨레는 그럴 여유가 없습니다.

최근 이 신문들의 독자가 1만명이 늘었다면 적어도 월 1억원, 연간 12억원 이상의 비용이 증가할 것입니다. 신문 한 부의 연간 순 제작비용은 12만원 정도이기 때문입니다. 정상적인 상거래라면 신문사는 제작비용보다 많은 돈을 받아야 하지만, 더 받기는커녕 20~30%밖에 못 받는 게 현실입니다. 비용은 산술급수로 ‘정직하게’ 느는데, 광고는 단기적으로 증가하지 않습니다. 위에서 봤듯이, 조·중·동 광고주 압박은 경향·한겨레에 부메랑이 되고 있습니다.

여기까지 읽은 독자 가운데는 저를 조·중·동 프락치로 의심하는 분도 계실지 모르겠으나, 지금부터 말씀드리는 대책을 보고 나서 판단해도 늦지는 않으실 겁니다. 가장 좋은 대책은 신문구독료를 현실화하는 것입니다. 그러려면 지금보다 구독료를 2~3배 올려야 합니다. 여러분들은 하루아침에, 아니 단계적으로 구독료가 2~3배 올라도 신문을 계속 보시겠습니까? 인터넷 사이트를 유료화하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인터넷 유료화가 신통한 결과를 낳은 사례도 없습니다.

▲ 신선설농탕 안내문.
두 번째 방법은 조·중·동 절독운동을 중단하고, 정반대로 구독 부수를 오히려 늘리는 겁니다. 광고주에게는 계속 압박을 가해 광고를 게재하지 못하게 하고요. 제아무리 조·중·동이라지만 비용은 늘고 광고수익은 줄어드는 이중고를 끝까지 버텨내지는 못할 겁니다. 그렇습니다. 발상은 그럴싸해 보이지만 현실성은 없지요. 더구나 구독 부수를 늘리는 것은 우리의 본뜻을 왜곡할 우려도 큽니다.

현재 중요한 것은 구독부수 증가에 따른 비용의 증가를 함께 감당해주는 것입니다. 우리들이 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 보도록 하지요.

우선, 현재의 운동방식을 조금 더 강화하는 것입니다. 조·중·동 절독과 경향·한겨레 구독운동을 계속하면서 조·중·동 광고 중단 요구를 경향·한겨레 광고 게재 요구로 확대하는 것이지요. 조금 더 지능적으로 한다면 경향·한겨레의 광고에만 반응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가령 “경향과 한겨레의 광고를 보고 전화했다”거나 “한겨레와 경향의 광고를 보고 제품을 구입했다”는 말을 아주 자주 하는 겁니다. 포털사이트의 기사도 조·중·동 것은 클릭하지 말고 한겨레와 경향 것만 클릭합니다.

약간의 경제적 부담이 되긴 하지만 경향과 한겨레에 당장의 수익을 보장하는 방법도 소개합니다.

1. 구독기간을 가능한 장기적으로 설정하고 구독료를 선납하는 방법입니다. 신용카드사에서 무이자 할부를 시행한다면 독자들은 구독료를 카드로 결재하기 때문에 부담이 없고, 신문사는 목돈이 들어오니 당장의 비용을 충당해 독자증가분에 따른 광고증가 효과가 올 때까지 버틸 수 있는 여력이 생깁니다. 신용카드 마일리지로 신문구독료를 낼 수 있도록 하는 것도 방법일 겁니다.

2. 두 회사가 발행하는 잡지를 정기구독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1번과 같은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한겨레21>, <씨네21> <뉴스메이커> 같은 잡지들은 신용카드로 결재할 수 있습니다.

3. 자본을 충당해주는 방법입니다. 즉 주식을 사는 것이지요. 국민주 방식으로 설립된 한겨레는 당장 주식 구매가 가능합니다. 경향은 우리사주 형태라 잘 모르겠으나, 국민이 원하고 필요하다면 경향에서도 준비하겠지요.

각 기업들은 사회적 의무를 다한다고들 이야기 합니다. 언론의 고유 기능인 사회적 의제 설정도 사회적 활동이기에 기업들은 지원할 의무가 있습니다. 기업이 광고활동을 통해 언론사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사회적 의무를 실천하는 방법일 겁니다. 따라서 기업이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는 마일리지 제도를 신문구독료와 연동시키는 것도 한 방법일 겁니다. 대형마트에서 영수증을 모아 지역사회에 기부하고 있는데 이 영수증을 지정한 신문사에 기탁하게 하는 것도 방법이지요.

기회가 되면 더 기발하고도 현실성 있는 방안을 고민해 말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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