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8일, 방송위원회는 27년간 동결되었던 TV수신료를 2500원에서 4000원으로 인상하는 것을 골자로 한 TV수신료 인상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그러나 국회소관 상임위원회인 문화관광위원회에는 “안건상정 조차 이루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는 말이 흘러나오고 있다. TV수신료 인상안에 대해서 국민의 여론 수렴이 미흡하다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KBS이사회는 수신료 인상을 통한 공영방송의 공공성 확보의 필요성을 공감했고 방송위원회 또한 수신료 현실화에 대한 당위성을 인정하였다. 방송계의 이런 목소리를 외면한 채, 국회가 TV수신료 인상안를 심의조차 하지 않는다는 것은 국회 스스로 절차적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것이다.

공영방송이 제 기능을 다하기 위해서는 재원구조의 안정이 우선되어야 한다. 공영방송의 위상과 정체성은 안정적인 재원확보 속에서 그 의미를 찾을 수 있다. 맥킨지 보고서에도 “재원의 유형이 프로그램 성격을 규정하며, 공영방송의 공익적 프로그램이 그 채널의 건전성뿐만 아니라 상업방송의 건전성까지 영향을 미친다.”라고 언급하고 있다. “공영방송의 재원은 TV수신료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은 세계적 공영방송들의 공통된 주장이다.

수신료 현실화는 다매체시대에 공영방송의 위상을 강화하고 무료보편적서비스를 실현시킬 수 있는 원동력입니다. TV수신료는 EBS와 KBS의 재정문제를 해결해, 평생교육전문방송과 국가기간 공영방송으로서의 EBS와 KBS가 굳건히 존재할 수 있게 하는 주요한 기초이다. 그러나 현재 공영방송인 EBS와 KBS의 공적재원 비율은 20~40%이하로 구성되어 있다. 공영방송으로서 반드시 필요한 프로그램을 제작해야함에도 불구하고 제작환경이 점점 열악해져 광고를 의식한 제작을 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이로 인해 공적서비스에 미진한 부분이 발생하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일각에서 수신료 인상의 전제조건으로 방만한 경영에 대한 경영혁신과 프로그램의 공영성 강화를 요구하고 있다. 이런 지적에 일부 동의할 수 있는 부분도 있다. 그러나 현재에도 공영방송의 경영감시는 국회, 감사원, 방송위원회가 선임한 이사회는 물론 정부의 기획예산처를 통해서도 이루어지고 있다. 이는 방만한 경영행태에 대해서 “지금도 공적기구가 개입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 있다.”는 의미이며, 수신료 인상에 따른 선결과제로서의 방송사 감시는 정치적인 압력이 아닐 수 없다.

효율적인 경영과 공영성강화는 공영방송 구성원과 노동조합이 끊임없이 고민해야 할 당연한 책무이다. 또 공영방송의 구성원들은 다수의 시청자들이 지상파를 시청하기 위해 케이블을 가입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인지하고 이에 따른 시청자들의 이중부담을 덜어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는 것 또한 당연한 의무이다. 지상파 수신환경개선과 질 좋은 방송프로그램 서비스는 TV수신료 인상 유·무와 관계없이 공영방송이 지속적으로 해야 할 공적서비스이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평생교육기간방송인 EBS가 방통융합시대에 개인의 경제력에 따라 심화되고 있는 정보격차와 학력격차는 모든 국민에게 평등하게 교육을 받을 기회 제공이라는 공적책무에 더욱 매진해야 함을 잊지 않고 있다.

거대자본으로부터 방송의 독립과 방송의 공공성을 지켜내기 위해서 수신료는 현실화 되어야 한다. 공적재원으로 운영됨으로서 공영방송에게 주어진 사회적 책무를 다할 수 있을 것이다. 국회는 정치적 이해로 TV수신료 인상안 처리를 지체해서는 안 된다. TV수신료는 결코 정치적인 이해로 접근할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공영방송은 소득수준의 차이로 발생하는 정보 접근성의 차이를 좁힐 수 있는 역할을 다해야 한다. 또 정보 접근성 차이에 따른 ‘문화의 양극화’를 어떻게 해소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을 계속 해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선 국회가 TV수신료 인상안에 대해 보다 진지하게 논의해야 한다. 하루빨리 국회에서 시청자복지를 실현하기 위한 토론이 이뤄지길 촉구한다.

2007년 10월 8일
전국언론노조 EBS 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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