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언론재단 홈페이지 캡쳐화면

지난 22일 제17회 삼성언론상 수상을 ‘조중동’과 KBS가 수상했다는 발표가 나와 세간의 화제가 되었다. (기사 링크) 재벌그룹에서 주는 언론상이 ‘보수언론의 나눠먹기’로 전락한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받을만했기 때문이다.

물론 역대수상작의 면면을 살피면 이 상에서 한겨레와 경향신문 등 진보언론이 완전히 배제된 것은 아니다. 당장 작년(16회) 취재보도상을 경향신문의 “10대가 아프다” 기획시리즈가 수상한 상황이다. 공동수상작까지 포함해서 17회 동안 총 104개의 상이 주어졌는데 그중 한겨레는 5번, 경향신문은 2번 상을 받았다. 그동안 ‘조중동’ 3개신문사는 34번 상을 받았다. 비율을 본다면 ‘조중동’이 32.7%, ‘한경’이 6.7%다.

한겨레와 경향신문이 상을 덜 받는다는 것이 꼭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진보언론들은 빈약한 물적 조건 때문에 실제로 취재능력도 보수언론에 비해 빈약해지는 경우가 있다. 또 기업이 재정한 상이 자기 나름의 보수적 기준을 가지는 것도 납득할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삼성언론상을 ‘권위있는 상’으로 인정하기엔 의문점이 있다. 역대 수상작 목록을 볼 때 어떤 일관된 기준을 발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논평비평’ 부문의 경우가 그렇다. 1999년 3회 삼성언론상 논평비평 부문의 수상자는 당시 한겨레에 있었던 정운영 논설위원이었다. 그런데 2010년 14회 삼성언론상 논평비평 부문의 수상자는 조선일보 전 주간이었던 류근일이다.

두 사람 모두 한국 사회에 많은 영향을 미친 칼럼니스트지만 2010년 당시 류근일은 이미 은퇴하여 ‘블로거’가 된 거나 마찬가지의 상황이었다. 상식적으로 원로언론인에 대한 예우를 하려고 했다면 류근일이 정운영보다 먼저 상을 받았어야 말이 되지만 김대중 정부 시기엔 정운영에게 상이 갔고 이명박 정부 시기엔 류근일에게 상이 갔다. 공교롭게도 정운영은 ‘삼성 상’을 받은 바로 이듬해에 삼성과 연관이 깊은 중앙일보 논설위원실로 옮겨갔다.

‘보수정부 시기’와 ‘민주정부 시기’로 나누어 수상작을 분석해보면 또 다른 경향성이 보인다. 보수정부 시기(1997년, 2008년~2013년) ‘조중동’이 16개의 상을 타 수상작의 41.0%를 점유하는 동안 ‘한경’은 2개의 상을 타 수상작의 5.2%를 점유하는데 그쳤다. 한편 민주정부 시기(1998년~2007년) 동안 ‘조중동’은 18개의 상을 타 수상작의 27.7%를 점유하는 동안 ‘한경’은 7개의 상을 타 수상작의 7.7%를 점유했다.

시기별로 ‘한경’의 지분차가 크지는 않지만 ‘조중동’의 지분차는 현격하다. 정파성이 가장 뚜렷한 조선일보와 한겨레를 비교해보면 상황이 더욱 극명하게 드러난다. 보수정부 시기 조선일보vs한겨레의 스코어는 5대1로 조선일보의 압도적 승리이지만 민주정부 시기엔 4대4로 팽팽하다.

▲ 지난 23일자 조선일보 2면 기사

이에 대해 언론계 관계자들은 "보수정권 들어 떨어진 진보언론의 취재력의 결과일수도 있기 때문에 단순히 수치변동만으로 단정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설명한다. 실제로 기자협회에서 주는 ‘이달의 기자상’만 훑어봐도 이명박 정부 이후 한겨레와 경향신문의 성적은 신통치 않다.

하지만 민주정부 시기의 ‘조중동’의 지분에 비해 보수정부 시기의 그것이 현저히 높다는 것은 진보언론의 역량과 관련이 없다. 오히려 대통령 성향에 따라 삼성그룹이 ‘시민사회의 눈치를 보지 않고’ 보수언론에 ‘퍼주기’를 한다는 의혹을 제기할 수 있다.

특히 수상작의 면면을 보면 민주정부 시기엔 다소 정치적인 보도에도 상을 주지만 보수정부 시기엔 대체로 탈정치적인 보도에 상을 준다는 혐의가 보인다. 1999년엔 시사저널의 “김훈 중위 의문사 의혹” 기사가 상을 받았고, 2002년엔 동아일보의 “수지킴 사건 7년 추적기”가 상을 받았다. 이는 권위주의 시절 국가의 인권유린 문제를 다룬 기사들이라 볼 수 있다.

하지만 2008년 이후 수상작에서 이런 성격의 기사를 발견하기는 어렵다. 특히 2008년의 경우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로 역사상 최대규모의 촛불시위가 오랜 기간 동안 펼쳐진 해인데 삼성언론상에선 그 흔적을 발견할 수 없다.

‘이달의 기자상’을 보면 그해 수상작들은 촛불시위 보도나 미국산 쇠고기 관련 보도에 집중되어 있지만 삼성언론상은 뉴스취재 부문엔 조선일보 “변양균·신정아 게이트 특종 보도”를, 기획취재 부문엔 동아일보의 “세계 최강 미니기업을 가다”와 매일경제의 “금융한국을 만듭시다”, 그리고 SBS “연중기획 ‘안전’ 시리즈”를 선정했다. 2011년 논평비평 부문에 동아일보 김순덕 논설위원을 선정한 건 이명박 정부 이후 삼성언론상 기조의 ‘백미’라 할만하다.

한 언론사 관계자는 “이 수상작들의 면면을 보건대 이것은 언론상이 아니라 사실상의 광고집행”이라 단언했다. 어떤 기준을 가지고 상을 주는 것이 아니라 그때그때 삼성의 정치적 필요에 따라 주는 것이니 광고집행과 뭐가 다르냐는 것이다. 삼성언론상을 수상했다는 일부 언론의 자화자찬 보도가 슬퍼지는 이유다.

▲ 지난 23일자 중앙일보 10면 기사

별첨 1: 정부 성격에 따른 삼성언론상 수상작 분석
보수정부 시기 삼성언론상 수상작 분석 2008~2013(12~17), 1997(1)
1위 동아일보 6
2위 조선일보 5
2위 중앙일보 5
4SBS 4
5KBS 3
6MBC 2
6EBS 2
6위 한국일보 2
6위 국민일보 2
6위 매일경제 2
11위 한겨레 1
11위 경향신문 1
11위 연합뉴스 1
11위 서울경제 1
11CBS 1
11위 요미우리 1
39 / 조중동 16(41.0%) vs 한경 2(5.2%) / 조선일보 5 vs 한겨레 1
방송 12(30.8%)
민주정부 시기 삼성언론상 수상작 분석 1998~2007(2~11)
1. KBS 8
2. 연합뉴스 7
2. 동아일보 7
2. 중앙일보 7
5. 조선일보 4
5. 한겨레 4
5. MBC 4
8. 한국일보 3
9. SBS 2
9. 세계일보 2
9. 문화일보 2
9. EBS 2
13. YTN 1
13. 대한매일 1
13. 국민일보 1
13. 한국경제 1
13. 매일경제 1
13. 내외경제 1
13. NHK 1
13. 부산방송 1
13. 경향신문 1
13. AP통신 1
13. 대구방송 1
13. 한국ABC 협회 회장 조용중 1
13. 시사저널 1
65 / 조중동 18(27.7%) vs 한경 5(7.7%) / 조선일보 4 vs 한겨레 4 / 방송 19(29.2%)
총계 104 / 조중동 34(32.7%) vs 한경 7(6.7%) / 조선일보 9 vs 한겨레 5
별첨 2: 역대 삼성언론상 수상작 목록
17회(2013)
어젠다상 조선일보 “술에 너그러운 문화, 범죄 키우는 한국”
취재보도상 동아일보 “경찰, 수원 20대 여성 피살사건 축소 은폐 사실”
논평비평상 중앙일보 이철호 논설위원
사진영상편집상 KBS 시사기획 창 '빅데이터 세상을 바꾸다'
16회(2012)
어젠다상 중앙일보 “세금 감시 잘해야 일류시민 된다
취재보도상 경향신문 “10대가 아프다”
논평비평상 한국일보 이준희
사진영상편집상 전주MBC 홍창용
15회(2011)
어젠다상 EBS “교육대기획 10부작 '학교란 무엇인가' ”
취재보도상 국민일보 “잊혀진 만행, 일본 전범기업을 추적한다”
논평비평상 동아일보 김순덕
사진영상편집상 한겨레 박종식
특별상 SBS, 매일경제
14회(2010)
뉴스취재상 연합뉴스 “北 김정일, 3남 정운 후계자 지명 보도 및 후속 기사”
기획취재상 동아일보 “탈북 468명 집단입국, 그 후 5년”
서울경제 “진화하는 특허괴물 기술한국이 흔들린다”
KBS “최초공개 외환위기 美 비밀문서 - IMF와 트로이 목마”
논평비평상 조선일보 전 류근일
보도사진/영상상 경남CBS 김효영 보도팀장, 송봉준 기자, 이상현 기자, 최호영 기자
특별상 조선일보 “청년실업 1만명 프로젝트”, 중앙일보 시민사회환경연구소 “We start 운동”
13회(2009)
뉴스취재상 국민일보 “공직자 등 쌀 직불금 부당 수령 실태”
기획취재상 동아일보 “무기수의 진범 조작 사건 진실 추적”
중앙일보 “레나테 홍, 47년 만의 포옹 등”
KBS “스포츠와 성폭력에 대한 인권 보고서”
보도사진/영상상 SBS 신동환
특별상 조선일보 “천국의 국경을 넘다”
12회(2008)
뉴스취재상 조선일보 “변양균·신정아 게이트 특종 보도”
기획취재상 동아일보 “세계 최강 미니기업을 가다”
매일경제 “금융한국을 만듭시다”
SBS “연중기획 ‘안전’ 시리즈”
논평비평상 한국일보 임철순
보도사진/영상상 MBC 권혁용
11회(2007)
뉴스취재상 연합뉴스 “북한 핵실험 1보 특종 보도”
기획취재상 세계일보 “정부 싱크탱크 대해부”
한겨레 “달 동네에서 한달”
KBS “외환은행 매각의 비밀”
논평비평상 동아일보 배인준
사진영상상 MBC 이창훈
특별상 KBS “다큐멘터리 ‘마음’ 6부작”
10회(2006)
보도상 KBS “고위 공직자 재산검증 시리즈”
기획제작상 중앙일보 “한국 사회 파워엘리트 대해부 시리즈”
문화일보 “1사 1촌 운동”
논평비평상 조선일보 강석천
시각영상상 MBC “다큐멘터리 하루”
보도사진상 연합뉴스 이진욱
특별상 KBS “한국어 능력시험 성공적 운영 등 바른 한글 보급”
9회(2005)
보도상 연합뉴스 “북 룡천역서 대규모 폭발사고”
기획제작상 세계일보 “기록이 없는 나라”
KBS “생로병사의 비밀”
논평비평상 중앙일보 문창극
보도사진상 국민일보 곽경근
특별상 NHK 서울지국 미나기 히로야스
8회(2004)
보도상 중앙일보 “고구려를 중국사의 일부로”
한겨레 “부산 성인오락실 검ㆍ경에 거액 상납비리 추적ㆍ폭로”
기획제작상 동아일보 “1만달러서 주저앉나”
EBS “아기성장 보고서”
논평비평상 한국일보 장명수
시각영상상 부산방송 “해파리 침공”
7회(2003)
보도상 동아일보 “체육복표 사업자 선정 비리 및 최규선 김홍업 김홍걸 비리 추적 보도”
기획제작상 한국경제 “스트롱 코리아-가자! 과학기술 강국으로”
SBS “잘 먹고 잘 사는 법”
논평비평상 중앙일보 김영희
보도사진상 연합뉴스 박일
6회(2002)
보도상 동아일보 “수지킴 사건 7년 추적기”
기획제작상 중앙일보 “지방을 살리자”
SBS “미 군무원 박춘희씨의 죽음 외”
논평비평상 경향신문 이광훈
시각영상상 대구방송 김덕래
특별상 조선일보 이규태
5회(2001)
보도상 한겨레 “한빛은행 거액편법 대출사건 보도”
기획제작상 조선일보 “망가지는 국토”
시각영상상 YTN 김재동
보도사진상 대한매일 도준석
특별상 연합 박기수, 여성중앙 정덕용 외 3명, KBS 길종섭
4회(2000)
보도상 연합뉴스 “전투기에 기름 대신 물 주입”
기획제작상 매일경제신문 “기업사랑 나라사랑”
MBC “이제는 말할 수 있다”
논평비평상 내외경제신문 민병문
시각영상상 EBS 이의호
보도사진상 한국일보 고영권
특별상 AP통신 최상훈 외 3명, 한국ABC 협회 회장 조용중
3회(1999)
보도상 시사저널 “김훈 중위 의문사 의혹”
기획제작상 동아일보 “창간특집 글로벌 스탠다드 시리즈”
중앙일보 “북한문화유산조사단 방북 성사 및 시리즈 보도”
논평비평상 한겨레 정운영
시각영상상 KBS
보도사진상 조선일보 채승우
2회(1998)
보도상 연합통신 정광훈
기획제작상 MBC PD수첩
논평비평상 동아일보 남중구
시각영상상 KBS 김규호
보도사진상 동아일보 김선규
특별상 문화일보 김선규
한국일보 김성우
1회(1997)
기획제작상 SBS “음주문화 이대로는 안 된다”
논평비평상 중앙일보 송진혁
시각영상상 EBS 박수용
특별상 요미우리 서울지국장 우에이찌로
동아일보 전 회장 이동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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