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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지지율 33.7%, 20대는 정말 보수화됐을까?[20대 오해와 진실] 보수화·탈정치화가 아닌 탈이념화
김선기 / 고함20 대표 | 승인 2013.02.25 08:02

20대는 정말 보수화됐을까?

20대가 과거에 비해 보수화되었다? 지난 해 두 번의 선거를 거치며 등장한 분석 중의 하나다. 방송3사 출구조사 결과 20대의 박근혜 지지율이 33.7%로 나타난 데 대한 언론의 호들갑이었다. 20대 세 명 중 한 명이 박근혜에게 투표했고 이는 ‘20대=진보’ 공식이 깨진 것이라고 대대적인 보도가 나왔다. 뉴데일리를 필두로 한 극우 매체들은 이를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2013년을 ‘20대 보수주의 운동’의 원년으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도 편다.

20대 보수화론은 사실이라고 보기 어렵다. 지난 10년간의 선거들에서 나타난 20대 표심을 분석해 본 결과다. 2002년 16대 대선 출구 조사 결과 20대의 34.9%가 이회창에게 투표했다. 2012년의 박근혜 득표율인 33.7%보다 오히려 높다. 이 자료만 놓고 보면, 지난 10년 간 20대는 오히려 ‘좌클릭’했다는 해석을 할 수도 있다. 5년 전과 비교하면 ‘20대 보수화’의 비논리성은 더욱 선명해진다. 17대 대선 출구 조사 결과 20대의 42.5%가 이명박에게, 15.7%가 이회창에게 투표했다. 당시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의 20대 득표율은 20.7%에 그쳤다. 대선뿐 아니라 총선, 지방선거 등에서도 언제나 20대 투표자 열 명 중에 세 명은 새누리당(과거 한나라당)에 투표해왔다.

   
▲ 방송 3사의 16·17·18대 대선 출구조사 결과를 보면 16대에서 20대의 34.9%가 이회창 후보에게, 17대에서 20대의 42.5%가 이명박 후보에게, 17대에서 20대의 33.7%가 박근혜 후보에게 표를 던졌다. ⓒ뉴스1

직접적으로 정치성향을 물어 본 20대 대상의 여론조사들도 일관성이 없었다. 서울대 재학생을 대상으로 정기적으로 실시되어 온 정치성향 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보수화 추세가 뚜렷한가 싶더니 다시 조정되는 모양새다. 자신의 이념성향이 ‘보수적’이라고 밝힌 학생의 비율은 2002년 17.2%, 2005년 27.6%, 2007년 40.5%, 2009년 28%, 2012년 26%였다. 서울대 재학생은 20대 전체를 대표하지 못하는 표본이지만, 이 조사 결과가 ‘20대 보수화’의 근거처럼 사용되어 왔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20대, 보수화·탈정치화가 아니라 탈이념화다

20대의 정치의식 변화를 설명하려면 보수화보다는 ‘탈정치화’가 그나마 설득력 있다. 자신을 중도라고 여기는 20대의 비율이 증가하고 있다. 2009년 발표된 중앙대학교 이영민의 학위논문에 수록된 20대의 자기평가 정치이념 조사 결과, 2003년 보수 41.03% 진보 33.45%에서 2007년 보수 32.62% 진보 27.66%로 보수․진보 모두 이탈 현상을 보였다. 반면 자신을 중도라고 답한 비율은 2003년 25.52%에서 2007년 39.72%로 크게 증가했다. 특히 지지정당이 없는 ‘무당파’가 20대의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대통령 소속 사회통합위원회가 작년 8-9월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20대의 64.8%가 ‘지지정당이 없다’고 답했다.

20대 중도 무당파의 급증은 저조한 20대 투표율과 맞물려 ‘탈정치화된 20대는 정치에 관심이 없다’는 논리의 근거로 사용된다. 이 논리가 ‘20대 개새끼론’으로 심화되기도 한다. 그러나 20대의 입장에서는 탈정치화라는 분석에도 동의할 수 없다. 기성세대의 눈에 포착된 20대는 사회문제에 관심이 없고 정치적 관심이 낮아보일지 모르겠지만, 그것은 그들이 ‘보고 싶은 것만 보려 한’ 결과일 뿐이다. 무당파가 급증한 것은 지지할 만한 정치 세력이 없는 현실에 대한 표현이지 정치 무관심의 표현이 아니다. 20대의 투표율이 다른 세대에 비해 저조한 것은 과거에도 마찬가지였다. ‘생의 주기 효과’일 뿐, 오늘날 20대의 ‘종특’이 아니라는 얘기다.

20대가 정치에 전혀 관심이 없지는 않다. 기존에 보도된 바와 같이, 선거 때가 되면 친구들에게 ‘투표 독려’를 하는 20대가 많다. 지지정당은 없지만 투표할 후보를 정하기 위해 고민을 거듭하기도 한다. 선거 때만 반짝 관심이고, 정치에 대해 아는 것 없이 함부로 표를 던지는 일부 20대가 있은들 어떠한가. 그건 다른 세대도 마찬가지다. 취업난 때문에 주변의 사회 문제에 관심이 없다는 것도 100% 사실은 아니다. 일례로 2010년 연세대 청소경비노동자 파업 당시 파업 지지 서명에 동참한 학생이 2만 명에 육박했다. 이는 2009년 등록금 인하 서명에 참여한 학생 수가 5천 명이 채 되지 않았던 것과 비교하면 놀라운 수치다. 20대가 다수 활동하는 온라인 커뮤니티들에서도 사회 현안에 대한 논쟁이 활발하다.

   
▲ 제 18대 대선 연령대별 투표율 (선관위 제공)

이러한 반례들에도 불구하고 20대가 탈정치화 되었다고 주장한다면, 그것은 20대를 바라보는 그 눈이 ‘기성의 것’이기 때문일 테다. 진보와 보수, 민주와 반민주의 이분법적인 사고 틀 아래서 대학생이라면 당연히 운동을 해야 하고, 적어도 사회문제에 직접적인 관심을 보여야 한다는 기성의 가치를 20대에게 투사하기 때문이다. 운동권 총학의 쇠퇴와 탈정치화를 연결 짓는 수긍하기 어려운 논리도 여기에서 나온다. 정확히 말하면 20대는 탈정치화 보다는 ‘탈이념화’ 되었다고 봐야 한다. 정치에 관심이 있다 하더라도, 87년 체제 이후에 성립되었던 민주-반민주 구도에서는 벗어나 있다. 이것을 직시하지 못하니 언론들이 계속해서 잘못된 보도를 내놓을 수밖에 없다. 선거 전에는 20대가 모두 진보, 반여당 세력인 것처럼 보도하다가, 선거 직후에 ‘멘붕’하는 식으로 말이다.

중고등학교 내내 정치화 되지 못했던 20대다. 10대 내내 ‘정치에 관심을 가지지 말 것’을 주입받아왔던 20대다. 민주시민으로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정치 교육도 받지 못했는데 스무살이 되자마자 정치에 관심을 가지라느니, 진보냐 보수냐 하나를 택하라느니 하는 건 폭력적이기까지 하다. 대부분의 20대들은 자신을 진보나 보수, 어느 하나로 규정짓지 않는다. 민주당을 찍었다고 해서 진보, 새누리당을 찍었다고 해서 보수로 규정되는 상황도 불편해한다. 그래서 보수화니 탈정치화니 하면서 20대를 분석하려 하는 분석 틀 자체가 어색하게 느껴진다. 우리가 정말 보수화·탈정치화 됐는지, 그들의 말을 쉽게 실감하지는 못한다. 언론이 그렇다고 하니, 어른들이 그렇다고 하니 ‘그런가’ 할 뿐이다.

기성의 눈 대신 20대의 눈높이로 20대를 관찰해야 할 것이다. 20대를 기사의 조회수를 위해 선정적으로 이용하고 싶은 게 아니라면, 정치 구호를 위해 이용하고 싶은 게 아니라면, 정말 분석해보려고 싶은 것이라면 말이다.

   
▲ 고함20 김선기 대표

기성 언론에서도 20대는 ‘핫’한 주제다. 20대가 저지른 범죄, 20대의 여론, 20대의 문화 등은 허구한 날 다뤄지는 단골 소재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20대의 목소리가 기자들에 의해 윤색된다는 것이다. 20대는 언론을 통해 ‘삼포 세대’, ‘개념 없는 세대’, ‘정치에 무관심한 세대’와 같은 방식으로 재구성되고 있다.

20대 전체가 통으로 묶을 수 없는 매우 다층적이고 개별화된 집단이라는 팩트는 무시된다. 이렇게 만들어지는 체계적 왜곡은 20대에게 낙인을 찍기도 하고, 20대에 대한 정책적 논의를 할 때도 현실에 기반하지 않은 ‘붕 뜬’ 정책들을 만들기도 하면서 부정적 효과를 창출한다.

앞으로 이 연재에서는 20대의 한 사람으로서, 또 ‘20대의 목소리를 직접 내는 것’을 큰 목적으로 하는 언론매체 <고함20>을 운영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20대에 대한 오해들의 진위를 심층적으로 다뤄보려고 한다.

김선기 / 고함20 대표  webmaster@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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