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에서 시작된 촛불문화제는 이명박 정부의 '소통의 부재'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으로 정부의 여론에 대한 이해부족이 결국 미디어 정책의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남표 MBC전문위원은 12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한국언론정보학회 주최로 열린 <이명박 정부의 소통, 민주주의의 소통> 토론회에서 "'광우병 파동'에서 촉발된 촛불시위는 공론장이 상징하는 민주적 여론 형성의 중요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 12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한국언론정보학회 주최로 '이명박 정부의 소통, 민주주의의 소통' 토론회가 열렸다. ⓒ송선영
이 전문위원은 '시장의 신화와 21세기 공론장의 재봉건화'라는 발제에서 "이명박 정부의 '소통'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촛불 정국'으로 빚어진 이명박 정부의 위기는 소통의 위기로 증폭된 것으로 소통의 수단인 미디어 정책의 위기와도 연결된다"고 지적했다.

즉 디지털 감수성과 인터넷 커뮤니케이션을 통한 여론 형성에 대한 몰이해가 위기를 필요 이상으로 키웠다는 것이다.

홍성태 상지대 교수 "이명박 정부, 미디어를 '전리품'으로 생각해"

토론자로 참석한 홍성태 교수(상지대 문화콘텐츠학부)도 이명박 정부의 미디어 정책을 지적하며 "이명박 정부의 공영방송 길들이기는 단순한 길들이기 차원을 넘어섰다"며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는 대중매체의 위상과 의미, 역할에 대해 새롭게 환기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홍 교수는 이어 "이명박 정부의 방송구조 변화 시도는 '‘강부자 내각'을 형성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이런 흐름이 이어진다면 조중동 뿐만 아니라 MBC, KBS, EBS까지 보수언론이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홍 교수는 또 "이명박 정부는 미디어를 그들의 '전리품'으로 생각하고 있다"면서 "후진기어를 넣고 앞으로 가자는 것이 이명박 정부의 실체다. 확대된 공론장을 통해 이를 시민들에게 적극적으로 실체를 알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남표 MBC 전문위원 "이명박 정부, 공영방송에 대한 인식 모순"

▲ 이남표 MBC 전문위원. ⓒ송선영
이남표 전문위원은 이 밖에도 "이명박 정부의 미디어 정책과 보수언론의 미디어 현실 인식이 결합되면 시장자유주의는 독특한 모습으로 변모된다"며 "방송 구조 개혁은 정치권력의 '공영방송 길들이기'로 전락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무정책이 최선이라는 새 정부의 현실인식은 모순적"이라고 지적한 그는 공영방송에 대한 정부의 인식과 관련, "시장원리를 그대로 따르겠다면 공민영방송의 구조개편을 인위적으로 제안하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MBC는 공적 소유구조이면서도 광고수입에 기반한 재원구조를 가지고 있기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예로 들며 "시장의 논리는 미디어 이용자를 완성된 개념화한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청소년, 새로운 정치참여집단"

이날 토론회에서는 촛불문화제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청소년들을 '인터넷을 통해 여러 정보를 얻고 인터넷을 통해 자유롭게 의사표현을 하는 새로운 정치참여집단'으로 보는 주장도 이어졌다.

<2.0 세대의 등장과 미디어 공론장의 변화> 발제를 맡은 이창호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청소년들은 쇠고기 수입문제, 대운하, 공기업 민영화 등에 대한 정보를 인터넷에서 많이 얻었다"며 "사이버 공간이 새로운 공론장으로 청소년들에게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 연구위원은 "청소년들의 목소리를 무조건 무시, 배척할 것이 아니라 청소년들의 의견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면서 "이들이 인터넷을 통해 의사소통하는 방식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이창현 국민대 교수 "촛불문화제, '디지털 시위대와 아날로그 통제자' "

이창현 교수(국민대 언론정보학부)는 이에 대해 "소통과 불통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면서 "청소년들이 어떤 것과 소통하고 어떤 것과 불통하는지 웹 2.0에 어떠한 변화가 있었는지 연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이창현 국민대 교수. ⓒ송선영
이 교수는 이어 "새로운 미디어와의 소통이 과연 새로운 의식을 만들어내는지 살펴봐야 한다"면서 "웹2.0시대에 어떤 방식의 공론장이 가능한지 연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이번 촛불문화제를 '디지털 시위대와 아날로그 통제자'로 규정한 뒤 "광화문을 막은 컨테이너를 보면서 이명박 대통령이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다"면서 "분명 청와대도 아프리카 TV로 현장을 보고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자리에서는 이 밖에도 이번 촛불문화제를 계기로 드러난 기존 언론에 대한 불신과 1인 미디어의 의미에 대해서도 논의됐다.

토론자로 참석한 임종수 교수(세종대 신문방송학과)는 "전통적 신문은 너무 사회 권력화되었고 이것이 조중동의 모습으로 나타났다"며 "촛불문화제 진행과 함께 조중동에 대한 안티 운동으로까지 이어져 광고 중단을 요구하는 행동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임 교수는 이어 "기존의 공론장 혹은 언론이 더 이상 정서적으로 참여세대에게 맞지 않게 되었을 때 시민들은 한손에 자연스럽게 카메라와 휴대폰을 들게 됐다"고 덧붙였다.

"조중동, 왜 신뢰 주지 못했는지 성찰 필요해"

이에 대해 이창현 교수는 "현재 1인 미디어와 아고라가 뜨는 것은 인터넷에서 일시적 현상으로 보여질 수도 있으나 여기에 담겨있는 의미는 소통 구조의 위기이자 제도 언론의 신뢰 위기"라고 지적했다.

▲ ⓒ송선영
이 교수는 "조중동은 왜 신뢰를 주지 못했는지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며 "과거 선배들(언론인)은 역사를 담보했는데 지금 조중동은 현재 상황에서 현재의 역사를 얼마나 담고 있는지를 성찰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선영 한국언론재단 연구위원이 사회를 맡은 이날 토론회에서는 이 밖에도 이종님 한국예술종합학교 상임연구원, 오동석 교수(아주대 법학부), 설원태 경향신문 선임기자 등이 참석했으며 약 3시간 동안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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