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촛불시위와 관련해 이명박 대통령은 청와대 비서관들에게 "위축되지 말라"고 당부했다고 한다. 그러나 나는 이 말을 오히려 KBS 기자나 PD들에게 해주고 싶다.

MB 정부는 최근 KBS와 공기업 심지어 포털사이트에 대한 감사와 세무조사를 대대적으로 펴고 있다. 무엇인가 개혁과 변화가 필요하고, 또 사회가 그것을 간절히 원하는 시점이라면 이는 긍정적일 수도 있는 일이다.

그러나 많은 국민들이 쇠고기 파문을 거치며 현 정권이 과연 '국민을 위한 정권인가'라며 의문을 품고 있다. 정부에 대한 신뢰가 추락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공영방송에 들이대고 있는 감사의 잣대는 '방송 장악' 의도로까지 읽혀질 소지가 충분하다.

MB 정부가 그동안 드러낸 소통 방식은 대화를 통한 쌍방향의 구조가 아닌 상대의 이해만을 강요하는 일방통행식 소통법이었다. 너무나도 잘 알려져 있듯이 그들은 광우병에 대해서도 '국민이 잘 몰라서, 괴담이 유포된 것'이며 괴담의 진원지는 'KBS와 MBC와 같은 공영방송'이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엄밀히 따지면 '괴담'의 근원지는 지난해 말 '뼛조각 사태'에서 광우병 위험성을 대량 유포시킨 조중동과 한나라당이었다.

▲ 다음 아고라의 누리꾼들이 12일 밤 서울 여의도 KBS 본관 주위를 둘러싸는 촛불 인간띠 잇기를 진행하고 있다. ⓒKBS
만약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높은 상황이었다면, KBS에 대한 정부의 감사가 일견 타당해 보였을 수도 있다. 그러나 최근 정부가 취해온 태도를 보면 KBS 감사는 다분히 정치적인 의도에서 나온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는 상황이다. 그리고 상당수의 국민들은 그것에 공감하고 있다.

노무현의 'FTA 사태'를 주목하라

MB 정부의 문제점 중 하나는 모든 문제의 원인을 외부로 돌린다는 점이다.

전 대통령인 노무현에 대한 지지가 급추락한 것은 다수의 지지자들이 반대했던 한미-FTA를 극구 추진한 탓도 컸다.

물론 한미-FTA의 문제점을 일선에서 비판하고 견제했던 것이 바로 MBC와 KBS였다. 또 경향신문이나 한겨레 또한 FTA 문제를 맹렬하게 비판했었다. 그 결과 노무현을 지지했던 386이나 젊은 세대들은 노무현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기 시작했다. 바로 이런 상황의 최대 수혜자가 지금의 MB 정부이다.

최근 뉴라이트나 일부 보수단체들은 KBS와 MBC를 '좌파 빨갱이' 언론으로 규정하며 비판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들은 지난 노무현 정권시절 한나라당과 함께 노무현 탄핵의 선봉에 섰던 세력들이다. 때문에 이들은 촛불시위에서 '독재 타도', '이명박 탄핵'이란 구호가 터져 나오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색깔론을 꺼내 들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그들 중 일부는 촛불시위대를 '국가 전복 세력'으로까지 규정하고 있다. 이쯤되면 그들은 자신들이 과거에 '노무현을 탄핵'했던 것 자체가 '정권 전복'을 위한 도발이었음을 자인한 것으로 해석해도 무방할 듯 싶다.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란 말은 바로 그들에게나 해당되는 말인 것이다.

또 촛불시위대의 기세에 눌려 잠시 숨고르기를 하던 조중동 신문은 또다시 왜곡보도의 대열에 가세할 기미까지 보이고 있다.

KBS는 기죽을 이유가 없다

그러나 KBS가 국민을 위한 공영방송이라는 자부심을 잃지만 않는다면 전혀 기죽을 이유가 없어 보인다. 정권은 5년이지만, 국민은 영원하다는 상식을 늘 기억하면 된다.

사회적으로도 그런 분위기는 이미 조성이 되어 있다. 정권이 국민적 합의 없이 무리한 정책을 추진할 경우 어떤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것인지 촛불집회가 잘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정권이 잘하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정당하게 평가받을 필요가 있다. 그러나 정부 정책에 대한 평가가 무비판적이고, 일방적인 홍보에 그친다면 그것은 바로 반민주적인 '독재 정부'의 탄생만을 의미할 뿐이다.

지금까지 드러난 여러 정황으로 볼 때 KBS는 지금 '반민주 세력'과 맞서는 첫시험대에 놓여 있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KBS는 결코 위축될 이유가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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