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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비밀회동 폭로' 한겨레 기자 통화내역 무차별 조회사적 통화 비롯 3000여 건 조회…"과잉수사이자 사생활 침해"
곽상아 기자 | 승인 2013.02.21 15:41

정수장학회와 MBC의 '비밀회동'을 폭로한 한겨레 최성진 기자에 대한 첫 재판이 21일 오전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렸다.

   
▲ 20일 첫 재판이 끝난 직후 최성진 한겨레 기자(오른쪽)가 변호인, 기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 모습. ⓒ곽상아

최필립 정수장학회 이사장과 이진숙 MBC 기획홍보본부장, 이상옥 MBC 전략기획부장은 지난해 10월 8일 정수장학회 사무실에서 만나 정수장학회가 보유하고 있는 언론사(MBC, 부산일보) 지분을 처분해, 지분의 매각수익은 이자수익화해서 부산ㆍ경남 지역 대학생 반값등록금 등과 관련한 재원으로 활용하기로 의견을 모은 바 있다.

정수장학회는 10월 19일 기자회견을 통해 이를 공식 발표하고, MBC는 12월 임시주총을 거쳐 2013년 상반기에 MBC를 주식시장에 상장함으로써 민영화의 길을 밟을 계획이었다. 그러나, 한겨레의 단독보도로 이들의 '밀실합의'가 폭로되고 이에 대한 사회적 비판여론이 들끓자 정수장학회와 MBC의 계획은 모두 틀어졌다.

한겨레 보도 직후 MBC는 "MBC가 지배구조 개선 문제를 논의한 것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라며 민영화 추진 시도에 대해 부정하지 않았으며, "최 기자가 직접 불법감청 혹은 불법녹음을 했거나 제3자가 불법녹음한 자료를 획득해 기사를 작성했음이 분명하다"고 도리어 최 기자를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10월 16일 고발했다. 검찰은 MBC가 최 기자를 고발한 지 한 달도 안돼 최 기자의 자택을 압수수색하고 결국 지난달 18일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의 대화를 직접 청취, 녹음 후 기사화한 것은 통비법 위반'이라며 최 기자를 불구속 기소하기에 이르렀다.

20일, 입사 14년차의 최성진 기자는 기자생활을 시작한 이후 처음으로 '피의자' 신분으로 법정에 서게 됐다. 매각논의의 주체였던 이들은 모두 무혐의처리되고, 이를 폭로한 기자만이 재판받을 처지에 이르게 된 것이다. 지난달 7일 검찰은 언론노조로부터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된 최필립 이사장, 김재철 사장, 이진숙 본부장, 이상옥 전략기획부장을 모두 무혐의처리한 바 있다.

최성진 기자는 20일 오전 11시경 서울중앙지법 519호 법정 앞에서 재판을 기다리며 "만약 해당 사실을 보도하지 않았다면 그 어떤 국민적 논의도 없이 MBC, 부산일보 지분 매각이 현실화됐을 것이다. 현재 MBC는 민영화의 길을 밟고 있었을 것"이라며 ""'도둑 잡으라고 소리쳤더니, 신고자만 처벌하는 격'이라는 국민들의 분노가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검찰의 기소에 맞서 당당히 재판을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최 기자의 변호를 맡은 법무법인 덕수의 김진영 변호사는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와 관련해 "통비법의 주요 입법 취지는 국가기관의 불법감청이나 검열을 제한하기 위함이다. 사생활을 보호하고자 하는 것인데, 과연 한겨레 보도로 그들의 사생활이 침해됐다고 볼 수 있는가"라며 "대화내용은 엄연히 공적인 부분이었다. (녹음 역시) 의도적인 게 아니었고, 보도의 공익성에 비춰볼 때 당연히 무죄가 될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김진영 변호사는 MBC가 최 기자의 행위를 '도청' 프레임으로 보도하고 공격한 것에 대해 "녹음을 시작하게 된 경위, 기자라는 신분의 특수성, 사안의 공익성을 고려해 볼 때 절대 '도청'이라고 할 수 없다"며 "'도청'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 자체가 의도적으로 이 사안의 중대함을 가리려는 MBC의 프레임에 말리는 것"이라고 경계했다.

11시를 조금 넘겨 시작된 첫 재판에서는, 검찰이 공소 사실과 무관한 최 기자의 통화내역까지도 무차별적으로 조회했다는 사실이 새롭게 드러났다. '비밀회동'이 있었던 10월 8일 당일을 포함해 지난해 1월 1일부터 10월 15일까지 3000여 건에 이르는 통화내역을 모조리 조회한 것이다.

이를 두고, 최성진 기자의 변호인인 김진영 변호사는 "업무상 전화를 포함해 사적인 통화내역까지 모두 조회한 것은 과잉수사이자 사생활 침해"라며 "공소내용과도 무관하다"고 지적했다.

최 기자를 기소한 이봉창 검사는 재판에서 "10월 8일이 최필립 이사장과 최성진 기자의 첫 통화였는지, 평소 둘의 관계가 어떠했는지 파악하기 위해 통화내역을 조회한 것일 뿐"이라며 "최성진 기자가 최필립 이사장, 이진숙 본부장, 이상옥 부장의 실명이 담긴 녹취록을 2회에 걸쳐 보도함으로써 이들의 통신비밀이 보호되지 않았다. 명백한 통비법 위반"이라고 밝혔다.

첫 재판이라 통비법 위반 혐의를 놓고 구체적인 법적 공방이 오가지는 않았으며, 3월 19일 오후 4시 같은 장소에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가 최성진 기자 측 증인으로 출석해 최 기자의 무죄를 주장할 예정이다.
 

곽상아 기자  nell@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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