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일 민주당 이상민 의원이 주최한 토론회. 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이상민 의원이다. ⓒ 안현우

민주통합당이 낼 수 있는 색깔이 다양하다는 것은 익히 들어 아는 얘기다. 한 마디로 스펙트럼이 넓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건 좀 아니라는 생각이다.

이상민 민주당 의원은 설 연휴가 끝나자마자 ‘ICT 진흥과 컨트롤타워 구축을 위한 바람직한 정부조직 개편방안 토론회’를 개최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당론과 배치되는 토론회였다.

이 의원은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으로 대전 유성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또한 이 의원은 2011년 자유선진당을 탈당, 민주당에 입당했다. 당시 이상민 의원은 “나와 자유선진당은 너무나 본질적으로 맞지 않아 부딪힘이 많았고 힘들었다”면서 “민주통합당 대열에 합류하고자 한다”고 선언했다.

‘본질적으로 맞지 않아 힘들었다’는 이 의원의 과거 탈당 발언은 민주당 탈당으로 되풀이돼야 하는 상황이다.

민주당이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정부조직개편과 관련해 이견을 보이는 것은 대략 5가지로 정리된다. 그 가운데 미래창조과학부로의 방송정책 이관은 핵심 쟁점으로 꼽힌다. 민주당은 독임제 부처 방송정책 이관 반대와 방송통신위원회 존치를 주장하고 있으며 인수위와 새누리당은 ICT 전담 부처라는 명목으로 방송정책을 미래부로 이관할 태세다.

이상민 의원의 ‘ICT 진흥과 컨트롤타워를 위한 정부조직 개편방안’이 위치하는 곳은 민주당보다는 인수위와 새누리당에 가깝다. 이 의원이 민주당과 본질적으로 맞지 않아 상당히 힘들 것으로 보인다. 12일 이 의원이 주최한 토론회는 인수위와 새누리당의 안을 고장 난 녹음기처럼 반복하는 것에 불과했다. 즉 묻고 따지지 말고 미창부로 방통위의 모든 권한과 기능을 몰아주자는 것이다.

게다가 민주당 토론회에서 보기 힘든 인사가 토론자로 참여했다. 장석권 한양대 경영대학교수가 이날 발제를 맡았으며 강형철 숙대 교수, 김동욱 정보통신정책연구원장, 김성철 고려대 교수, 박정훈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등이 토론자로 참여했다.

토론자 구성이 편파적인 것은 두 번째 문제쯤 된다. 요즘 ‘미디어 공공성과 발전을 위한 시민연대(공발연)’의 대변인 격인 김성철 교수가 민주당 의원이 주최하는 토론회의 토론자로 섭외된 것이다. 공발연과 민주당 사이에는 분명한 선이 그어져 있다. 이는 ICT 전담 부처 논란에 그치지 않는 문제다. 그의 덕택에 민주당엔 새로운 색깔 하나가 더해 졌다.

아무리 공발연 인사를 제외하고 ICT 전담 부처를 주장하는 인사를 찾기 힘들다고 하더라도 민주당 의원 토론회에 공발연 인사가 섭외되는 것은 수긍하기 어렵다. 아니면 공발연 토론회에 이 의원이 이름을 빌려 준 것일 수도 있겠다 싶다. 하지만 토론회를 끝까지 지킨 모습을 보고 그의 신념이라고 읽었다.

어떤 경우라도 방송정책 미창부 이관을 저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민주당 문방위원들은 이상민 의원과 “본질적으로 맞지 않아 부딪힘이 많고 힘들겠다”는 생각이 지워지지 않는다. 이를 이 의원에게 민주당 탈당의 변으로 나타나길 기대해 본다. 철새가 대세에 둔감하지 않을 터, 떠날 시기가 왔는데 안 떠나고 저러고 있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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