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이준희 논설실장은 매일경제 회장 사주 비리 의혹 보도로 촉발된 매일경제와 한국경제의 지면 난타전에 대해 "난투 과정에서 독자들 눈앞에 까발려진 건 언론 정도를 일탈한 지면 사유화, 일반기업 뺨치는 자사 이기주의"라고 비판했다.

▲ 한국경제의 5일자 1면 보도 인터넷판 캡처

이준희 논설실장은 한국일보 7일 30면 칼럼 <신문이 바로 서지 않으면>에서 "어떤 기준으로 봐도 건강한 사회발전과 바른 여론형성을 돕는 공공 저널리즘적 가치와는 거리가 멀다"며 이 같이 지적했다. 이 칼럼은 매일경제와 한국경제의 이름을 직접적으로 거론하지는 않았으나, 두 유력 경제지의 난타전을 바라보는 동종업계 종사자의 우려섞인 시선이 담겨있어 주목된다.

이준희 실장은 "그렇지 않아도 조사마다 언론 위기의 주요인으로 '공공성의 실종'이 빠짐없이 지목되지 않던가"라며 "이번 일은 일부 신문에 국한한 것이 아니라 신문 신뢰 추락의 원인을 극명하게 노정하고, 나아가 언론 전반에 대한 일반의 불신을 더욱 심화하고 확대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으로 받아들일만한 것"이라고 짚었다.

이어, "(기존의) 정파적 공방이 겉으론 '정의'(대개 저만의 정의이기 일쑤지만)를 명분 삼는 데 비해, 이번 싸움은 아예 그런 외피마저 벗어 던졌다는 점에서 훨씬 질 나쁜 양상"이라며 "한눈에 봐도 한편의 사주(社主)를 건드렸다 해서 시작된 싸움"이라고 밝혔다.

표면적으로, 매일경제 장대환 회장의 비리의혹 보도로 촉발된 이번 싸움을 놓고 "통상적 보도에 처음 발끔한 측이 심했으나, 굳이 '죄질'의 경중을 따질 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이준희 실장은 경쟁매체를 서슴없이 공격했던 미 폭스TV, 일본 아사히-산케이 신문의 논전을 거론하며 "(우리 언론계에서도) 관행이 깨진 것은 80년대 말 이념진영 간 대립이 신문업계로 전이되면서부터"라고 지적했다.

이어, "신생 진보언론이 존재감을 드러내는 쉬운 방법으로 기존매체를 대놓고 비판하면서 시작된 것이 곧 언론 전반에 익숙한 풍토로 자리잡았다"며 "한국 신문의 유별난 정파성은 이 싸움 문화가 일조한 탓도 크다. 결과는 역시 신뢰의 동반추락, 그로 인한 신문시장 공동의 위기"라고 밝혔다. "2000년대 들어 단 10년 사이에 51%에서 25%로 반토막 난 구독률 저변에는 41%에서 12%로 떨어진 신뢰도 급락이 있었다"며 "인터넷 등 매체환경 변화 탓만도 아니다"는 것이다.

이준희 실장은 "지난 대선 과정에서 우리사회의 문제들이 속속 노출되고, 치유방식들이 제시되면서 변화에 대한 기대감이 한껏 높아진 상황이다. 그 중심 역할을 감당해야 하는 게 언론"이라며 "정부와 정치권, 기업 등 다른 부문의 혁신 이상으로 중요한 것이 언론의 공적 책임감 회복이다. 언론에 대한 신뢰가 전제되지 않고는 더 나은 나라의 미래도 장담키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준희 실장은 "동업자 입장을 잠시 접고, 매체비평에나 어울릴 사안을 이례적으로 언급한 이유도 이런 위기감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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