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직원의 대선개입 의혹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으나, 유독 방송3사는 소극적 보도로 일관하면서 "최소한의 비판저널리즘마저도 상실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민주언론시민연합(공동대표 신태섭ㆍ박석운)은 1월 31일부터 2월 4일까지 방송3사 메인뉴스의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관련 보도를 모니터한 결과를 5일 발표했다.

한겨레가 국정원 직원의 야당 후보 비판 게시물 작성 사실을 폭로하자 해당 직원이 한겨레 기자를 역으로 고소하면서 '언론 재갈물리기'라는 비판이 제기된 데 이어 국정원 직원이 작성한 글의 상당수가 삭제된 것으로 확인돼 '증거인멸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으나 이 과정에서 방송3사는 아무런 보도도 하지 않았다.

▲ 1월 31일 방송3사는 수사결과를 번복한 경찰에 책임을 전가하는 보도를 내보냈으나 KBS 14번째, MBC 24번째, SBS 18번째로 후반부에 배치했다.

지난달 31일 방송3사는 한겨레의 단독 보도 이후 수사결과를 번복한 경찰에 책임을 전가하는 보도를 내놓긴 했으나 KBS 14번째, MBC 24번째, SBS 18번째로 후반부에 배치해 사안의 중대함에 비춰볼 때 축소보도라는 지적도 나온다. 대선을 사흘 앞두고 경찰이 중간수사결과를 무리하게 발표할 당시에도 방송3사는 별도의 비판 없이 중계하거나, 여야 공방을 다룬 보도에 끼워넣는 식으로 일관해 왔다.

민언련은 방송3사가 31일 이후 김씨 외 제3자의 출현, 게시글 삭제 의혹 등 국정원의 조직적 개입이 의심되는 추가 정황이 포착됐음에도 침묵하고 있는 행태에 대해 "김씨 개인에게 책임을 한정하고, 사건을 축소하려는 국정원과 수사당국이 보여온 행태와 맥을 같이 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고 밝혔다.

이어, "방송3사가 어렵게 부상한 국정원 정치개입 의혹에 대한 취재를 소홀히 하고, 국정원의 적반하장에 대한 비판을 외면한 것은 최소한의 비판저널리즘마저 상실했다는 방증"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국정원 직원이 한겨레 기자를 역으로 고소한 것은 "언론의 존재를 부정하는 행위이자, 기자저널리즘을 훼손하는 사례로 기록될 중차대한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같은 언론으로서 이를 침묵한 것은 언론 본연의 책무를 잊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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