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 가다간 정말 버스커 버스커를 증오하게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모 통신사의 광고 모델이 드디어 달라졌다. 처음엔 누구지 했다가 한쪽 귀퉁이에 박힌 이름을 보고 아...! 소리가 나왔다. 악동뮤지션, K팝스타의 이미 결정된 슈퍼스타. 버스커 버스커만 아니라면 그 누가 와도 괜찮다고 생각했던 필자에겐 적극 환영인 뉴 모델이었지만 문득 이거 괜찮은가 하는 생각이 스치고 지나갔다. 악동뮤지션은 지금 진행 중인 오디션 프로그램의 참가자다. 아직 끝나지 않은 오디션 프로그램의 참가자가 프로그램의 외적인 활동에 단독으로 참여해도 괜찮은 건가? 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형평성 문제다.
이런 생각을 가진 것이 단순히 필자뿐만은 아니었나 보다. 시청자의 불평은 곧 여론이 되었고 결국 K팝스타의 PD는 최근 불거지는 형평성 논란에 대한 해명을 해야만 했다. 최근 방영되는 통신사 광고의 모델이 된 K팝스타의 참가자는 악동뮤지션 하나만이 아니고 라쿤보이즈를 포함한 모든 참가자들이 이 CF를 촬영했으며 먼저 방영된 방송 분량이 악동뮤지션과 라쿤보이즈일 뿐이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것마저도 해당 광고사의 임의에 따라 방영되는 것이지 출연자의 순서를 결정하는 것은 K팝스타의 의지와는 무관한 권한이라는 것이었다.
사실 K팝스타가 악동뮤지션을 편애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이미 다른 참가자들과 달리 유일하게 홀로 음원을 두건이나 발매한 악동뮤지션에 대해 CF 논란 이전부터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었던 것이다. 그때도 피디는 같은 뉘앙스로 그것은 시청자의 오해이며 이런 의견이 나오는 것을 알고 있기에 상당히 조심스러운 태도로 악동뮤지션을 대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음원 발매는 시청자에게 가장 반응이 좋은 곡을 순차적으로 내보내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악동뮤지션만이 홀로 음반을 발매하고 CF마저 독식하는 것을 시청자가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비난하는 이유는 K팝스타의 시스템이 다른 오디션 프로그램과 마찬가지로 시청자의 ARS 투표 점수가 우승자를 결정하는 데 큰 영향력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3대 기획사가 직접 심사위원으로 참여하는 만큼 시청자 투표가 기존의 오디션 프로그램 정도의 비율을 차지하진 않지만, K팝스타 시즌1에서 실시했던 사전 심사 10%와 시청자투표 30%는 결코 낮은 비율이 아니었다. 시즌2에서도 이와 같은 방식을 고수할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투잡이나 다름없는 짭짤한 수익의 문자 투표를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포기하는 일은 상상할 수 없다. 악동뮤지션이 프로그램 내에서 본인의 무대로 인지도와 인기도를 얻는 것은 아무 문제가 될 것이 없으나 오디션 외부의 오픈된 프로그램에서 인지도를 얻는다는 것은 일종의 치팅에 가까운 일이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나는 피디의 해명은 차치하고라도- 만약 그들이 정말 편애를 받고 있다고 할지언정 그게 과연 그들에게 득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이미 부각되고 있는 참가자를 제작진마저도 나서서 밀어주게 된다면 인지도가 곧 영향력인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분명히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볼 수도 있는 일이다. 하지만 시청자에게 형평성 논란을 제기 받을 정도의 이미지를 노출하는 참가자라면 오히려 기뻐할 것이 아니라 그것이 불러들일 역효과의 파장을 염려해야 한다. 잘 나가던 참가자의 발목을 잡고 탈락 위기에 빠뜨리는 순간이 어떤 때였나? 바로 그 참가자에게서 더 이상 신선함을 발견할 수 없을 때다. 한마디로 타이라의 '알을 깨지 못 했어요'라는 말을 들을만한 순간이라는 거다.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끊임없이 참가자에게 요구하는 것은 변화와 다양성이다. 늘 비슷한 것을 보여주는 참가자는 어김없이 탈락의 고배를 마신다. 그래서 참가자들은 자신에게 안 어울리는 옷을 여러 번 입으며 변화를 모색한다. 늘 얌전한 체크셔츠만 입던 초식남이 락스피릿으로 무장했다며 가죽 재킷을 입고 락 사운드를 들려주거나 본인에게 어울리지도 않는 짙은 화장을 하고 엄정화 코스프레를 하는 소녀도 있다. 아무리 초반 큰 호평을 받은 참가자의 재능이랄지언정 그것이 몇 회에 걸쳐 계속해서 이어진다면 시청자는 식상함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한계를 말한다. 그것을 뛰어넘지 못한 순간 결국 그 참가자는 탈락의 순간을 맞이할 수밖에 없다. 언제나 잔잔했던 어쿠스틱 보이 방예담이 힙합 모자를 쓴 저스틴 비버가 되고 나서야 드디어 주목받았던 사례를 생각해본다면, 악동뮤지션의 잦은 노출은 참가자 스스로 경계해야 할 약점이지 득이라고만 말할 수는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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