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2시간 릴레이 국민행동’ 관련 9일 조선·중앙·동아일보 1면 보도에 대한 논평 -

지난 6일 이 대통령이 ‘쇠고기 재협상 불가’ 입장을 밝힌 이후, 국민들의 분노가 더 거세지고 있다. 5일부터 8일까지 ‘72시간 릴레이 국민행동’ 기간 동안 서울에서만 50만 명에 이르는 시민들이 촛불문화제와 거리시위에 참여했다. 시위는 ‘국민MT’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평화적으로 진행됐으나 몇몇 시위 참가자들이 8일 새벽 경찰과 대치하는 과정에서 쇠파이프 등을 사용하는 일이 벌어졌다. 그러나 절대 다수의 시민들은 ‘평화시위의 원칙’을 지켜야한다며 인터넷을 통해 ‘폭력 자제’를 호소하는 등 다시 한번 자정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일각에서는 일부 시위대의 폭력 사용이 ‘조작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할만큼 폭력시위를 배척하는 분위기가 대세다. 광우병 대책회의도 8일 ‘평화집회 호소문’을 발표해 “정부와 경찰의 폭력 유발 책동에 넘어가지 말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그러나 9일 조선·중앙·동아일보는 기다렸다는 듯 시위대의 ‘폭력성’을 부각했다.

조선일보는 1면 <쇠파이프 등장>이라는 제목의 기사와 함께 시위대가 쇠파이프와 각목을 휘두르는 사진을 실었다. 조선일보는 비난여론을 의식했는지 ‘평화적인 촛불문화제’ 사진도 함께 실었으나 ‘폭력시위’ 사진의 1/3 정도 크기였다. <쇠파이프 등장> 기사에서는 “일부 시위대는 인근 지하철 공사장에서 가져온 쇠파이프와 각목으로 전경버스의 유리창을 깨고 버스의 엔진을 훼손하기도 했다”며 시위대의 ‘폭력성’을 부각시키고 정부의 ‘폭력 엄단’ 내용만을 강조했다. 같은 날 국민대책회의가 발표한 ‘평화집회 호소문’ 내용은 8면에서야 짧게 다뤘다.

중앙일보는 1면 <“쇠파이프 시위 우려…법·질서 지킬 것”>이라는 제목으로 정부의 긴급담화문 내용만을 다뤘다. 3면 기사 <쇠파이프 휘두르고 방패로 찍고…80년대로 돌아간 광화문>에서도 시위대의 폭력 장면을 집중적으로 다루고, ‘사라졌던 쇠파이프 다시 등장’을 강조하며 경찰 측의 피해를 부각시켰다. 같은 면에 실린 사진에서는 시위 참가자들이 경찰버스에 불을 붙여 연기가 피어오르는 장면을 담았다.

동아일보 역시 1면 <전경버스의 수난>이라는 제목의 사진을 싣고, “시위대에 의해 유리창이 모두 깨지는 등 완전히 파손됐다”고 설명했다. <72시간 릴레이 촛불집회 쇠파이프 등장/정부 “폭력시위 자제” 호소>에서도 ‘쇠파이프 등장’과 정부의 ‘폭력 시위 자제’ 발표를 부각해 실었다.

시민들은 한 달이 넘는 기간 동안 경찰의 폭력 진압에도 맨몸으로 맞서며 평화시위를 지켜왔다. 극히 일부 시민들의 행동으로 이런 평화시위가 매도되어서는 안된다. 특히 경찰의 폭력 진압에 대해서는 소극·축소보도로 일관하던 조중동이 몇몇 ‘참가자의 폭력적인 태도’를 1면에서 부각하고 나선 것은 시민들의 촛불을 끄기 위한 의도라고 밖에 볼 수 없다. 국민들은 이제 조중동의 의도를 꿰뚫고 있다. 시민들의 평화로운 저항을 어떻게서든 깎아내리겠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그동안 조중동이 시민들의 뜻을 제대로 보도하고 이명박 정부가 그 뜻을 수용하도록 노력했다면 수십만의 시민들이 거리에 나올 필요가 없었을 것이며, 경찰과 시민들이 충돌하는 불행한 사태도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는 조중동이 폭력시위를 비판하고 평화시위를 요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 요구가 진정성을 가지려면 50만 여명이 72시간이 넘는 시간동안 진행한 행사 가운데 극히 일부의 행동을 1면에 대대적으로 부각하는 식의 행태를 버려야 한다.

8일 네티즌들은 ‘폭력시위 자제’를 촉구하며 ‘내일 조중동이 폭력성을 집중 부각해 시위의 정당성을 훼손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오늘 조중동은 네티즌들의 이런 예측을 한 치도 벗어나지 못했다.

지금 시민들은 ‘지도부 없는 저항’에서 스스로를 관리하고 통제하고 있으며, 조중동과 정부가 어떤 식으로 저항의 촛불을 끄려고 하는지를 꿰뚫고 있다. 조중동은 시민의 힘이 얼마나 무서운지 하루 속히 깨달아야 할 것이다.

2008년 6월 9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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