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희경 작가 ⓒ연합뉴스
급기야 작가까지 나섰다. <그 겨울, 바람이 분다>의 노희경 작가가 최근 불거진 송혜교 하이일 논란에 대해 입을 열었다. 노희경 작가는 31일 진행된 <그 겨울, 바람이 분다> 제작발표회에 참여해 “시각장애인도 화장을 하고 하이힐을 신는다”며 최근 불거진 논란에 종지부를 찍었다. 노 작가는 자신이 직접 시각장애인을 취재하고 얻은 결론이라며, “시각장애인 교본을 보면 실제로 화장하는 법, 하이힐 신는 법이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노희경 작가는 “송혜교 역시 직접 시각장애인 복지관에 가서 식사하는 법과 화장하는 법 등을 배웠다”며 “이번 작품이 시각장애인들에게 폐가 되거나 상처를 주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그렇다면 노희경 작가는 왜 드라마 제작발표회에서 이런 해명을 하게 된 걸까. 논란은 며칠 전 드라마 제작사에서 배포한 한 장의 사진에서 출발했다. 이 사진에는 극중 시각장애인으로 나오는 송혜교가 하이힐을 신고 등장했다. 그러자 곧바로 ‘리얼리티’에 대한 문제가 제기됐다. 앞이 보이지 않는 사람이 어떻게 하이힐을 신을 수 있느냐는 비판이었다. 심지어 하이일 논란은 송혜교가 극중 캐릭터에 몰입하지 않고 ‘예쁘게 보이기 위해서만 신경 쓴다’는 악성루머로까지 번졌다.

이후 네티즌 사이에서는 시각장애인이 하이힐을 신을 수 있느냐를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졌고, 실제 시각장애인들의 증언이 뒤따르며 이들도 하이힐을 신을 수 있다는 쪽으로 결론이 났다. 송혜교의 사진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는 뜻이다. 게다가 작가까지 나서 해명하고 충분히 설명을 했기 때문에 막상 드라마가 방송된다 하더라도 이런 논란이 되풀이될 이유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애초 시각장애인이 하이힐을 신은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또 논란으로 이어졌다는 사실은 못내 씁쓸하게 다가온다. 왜냐하면 그 논란에는 시각장애인을 바라보는 우리들의 무지와 편견이 녹아있기 때문이다. 비단 시각장애인뿐만이 아니다. 우리는 수많은 일상사를 오직 자신만의 잣대로 판단하며 살아간다. 눈이 보이지 않으면 화장을 할 수도 없고 굽이 높은 구두를 신지 못할 거라고 생각하는 거 자체가 지독한 편견에 다름 아니다. 시각장애인에게는 폭력으로 느껴질 수 있음에도 거기에 대해 아무런 반성을 하지 않는다. 심지어 논란은 해명과 함께 끝이 나고, 정작 시각장애인이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에 대한 관심은 늘어나지 않는다. 발전적 논쟁이 아닌, 소모적 논란으로 끝나버리고 마는 것이다.

이야기가 나온 김에 조금 더 풀어보자면, 사실 시각장애인을 두고 하이힐을 신느냐 마느냐에 대해 논란을 벌이는 것은 그 자체로 모순을 갖고 있다. 쉬운 이해를 위해 눈이 보이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생각해보자. 우리는 앞이 보이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이힐을 신느냐 마느냐로 논쟁을 벌이지 않는다. 왜냐면 하이힐은 개인 취향이기 때문이다. 신고 싶으면 신는 것이고, 또 안 신는 사람도 존재한다. 시각장애인 역시 마찬가지다. 신고 싶은 사람은 신고, 신기 싫은 사람은 안 신을 것이다. 왜 우리는 장애인은 능력이 없고, 눈이 보이지 않으면 우리와는 다른 삶을 살아갈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일까. 무관심, 편견, 부족한 이해…. 설명할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한 통계에 따르면, 시각장애인을 포함한 장애인이 전체 인구의 약 10% 정도에 달한다고 한다. 가족, 친구, 혹은 회사에서 얼마든지 장애인을 마주치며 살아가야 하는 수치다. 그런데 의외로 우리가 하루 동안 만나는 수많은 사람들 중에서 장애인은 극소수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그만큼 우리사회에서는 장애인의 사회참여나 활동이 어렵다는 의미고, 그래서 장애인은 능력이 없다는 잘못된 편견이 자꾸 확대 재생산되는 것이다.

▲ <그 겨울, 바람이 분다>에서 시각장애인역을 맡은 송혜교 ⓒ SBS
그러므로 송혜교는 <그 겨울, 바람이 분다>에서 더욱 예쁘게 나와야 한다. 필요하다면 스스로 화장도 하고 하이힐도 신으면서 우리가 가지고 있는 잘못된 편견을 시원하게 날려줬으면 좋겠다. 앞이 보이지 않는 사람들도 혹은 귀가 들리지 않거나 몸을 편히 움직일 수 없는 사람들도 결국은 우리와 함께 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이고, 같은 취미와 같은 본능을 가진 사람임을 <그 겨울, 바람이 분다>가 보여줬으면 좋겠다. 올해 가장 기대되는 드라마로 손꼽히는 드라마 <그 겨울, 바람이 분다>. 누구보다 예쁘게 그려질 송혜교의 모습을 기대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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