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0일 오후 4시쯤 국회 제출이 예고됐던 새누리당의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5시를 넘겨서도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국회 사무처에 새누리당 발의 여부를 묻는 게 미안할 정도였다. 국회 의안과 의안정보시스템 사이트에 접속해 ‘새로고침’를 누르는 게 부질없을 정도였다.

국회 업무 종료 10여분을 남기고 새누리당 대변인실에 전화를 걸었다. 새누리당 관계자의 목소리에 짜증이 묻어났다. 하지만 마침내 정부조직법 개정안 접수 여부를 확인해 줬다. 대변인실 관계자는 “50분에 의안 접수를 한다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개정안을 요구하자 대변인실 관계자는 “가지고 있지 않다”며 “대표 발의를 한 김기현 원내수석부대표실로 문의하라”고 말했다.

이때부터 개정안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이 시작됐다. 김기현 의원실 관계자는 “우리 쪽에서는 제출한 원문 이외에 가지고 있는 것이 없다”며 “새누리당 국회 행정실에 물어보라”고 떠넘겼다.

새누리당 국회 행정실은 벌써 20분 째 통화 중이다. 이날 오후 6시 20분이 넘어 새누리당 행정실과 연결 됐다. 하지만 새누리당 행정실은 “의원들에게도 개별적으로 전하지 않았다”며 법안 공개를 거부했다. 어차피 공개될 것이 아니냐며 항의했지만 꿈쩍도 하지 않았다.

민주통합당이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받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에 수차례 연락해 봤지만 “우리도 아직 받는 게 없어 법안을 찾고 있다. 답답하다”는 대답만 들었다. 다음날인 31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논의하는 일정이 잡혀있지만 야당은 법안 내용 조차 확인하지 못해 당황스러워했다.

▲ 국회 사이트 '최근 접수된 법안' 캡쳐화면. 30일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접수했지만 31일 오전 9시 현재 국회 사이트에서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새누리당이 주로 써먹던 수법”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새누리당이 인사청문회 발표를 금요일 오후에 해서 토, 일요일 동안 이슈를 묵히는 항상 쓰는 방법”이라며 “이번에도 같은 맥락”이라고 말했다.

행안위 상정에 앞서 법안이 언론을 통해 논란이 되는 것을 최대한 피하기 위해 ‘5시 50분 의안 접수’라는 꼼수를 썼다는 지적이다.

이러한 꼼수가 통했을까? 30일 방송3사 메인뉴스에 새누리당의 정부조직법 개정안 발의 보도가 빠졌다. 다음날인 31일 전국일간신문 가운데 조선일보만 보도됐다.

한 전국일간신문 기자는 “5시 50분에 접수한 법안을 무슨 수로 다음날 신문에 담겠냐”며 “데스크의 특단이 있거나 사전에 (개정안을) 입수해 기사를 쓰지 않으면 보도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어 이 기자는 “새누리당이 이런 방법을 자주 쓰는지는 모르겠지만 기업에서도 자신들에게 불리한 보도가 나갈 수 있는 것은 주로 오후 늦게 발표하는 경우가 많다”며 “그런 이슈는 신문에서 하루 묵혀진다”고 밝혔다.

입법 발의 개정안은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실시간이 아니라 약 하루 가량의 시차가 있다.

새누리당 김기현 원내수석부대표가 대표 발의한 ‘정부조직법 및 관련 법률 개정안’은 31일 오후 2시 국회 행정안전위에서 첫 논의를 시작한다.

김기현 원내수석부대표는 법안 발의에 앞서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과 충분히 타협해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 내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빈말이다. 비밀 작전을 방불케하는 법안 발의 과정에서 소통과 국민대통합을 향한 박근혜 당선인과 새누리당의 노력을 찾기란 쉽지 않다. 야당에 검토 기회도 주지 않는 게 소통인가?

▲ 조선일보 2013년 1월 31일자 8면. 이날 전국일간신문 가운데 유일하게 조선일보만 새누리당 정부조직법 개정안 발의 소식을 전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