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2013’의 종영은 시쳇말로 시원섭섭한 일이다. 두 달 간 매주 월화의 즐거움이자 또한 괴로움이었기 때문이다. 그만큼 이 드라마의 주제는 무겁지만 결코 피할 수도, 피해서도 안 될 것이었다. 그 주제의 무거움은 이 드라마를 보면서 배우들 이야기를 할 수 없게 만들었다. 드라마를 즐기는 아주 큰 즐거움인 배우의 열연을 보면서도 그 칭찬을 하기에는 2학년 2반 아이들이 너무 아파 보였다.

이제 종영이 됐으니 그나마 가벼운 마음으로 ‘학교2013’을 빛내준 배우들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됐다. 우선 ‘학교2013’은 많은 스타를 배출했던 KBS 학교의 전통을 이을 가능성을 보였다. 흥순커플로 불린 이종석과 김우빈 그리고 데뷔 1년차면서도 왕성한 활동을 보인 박세영, 그리고 효영 등은 이 드라마를 통해서 미래를 위한 급행티켓 한 장씩은 받게 됐다고 할 수 있다. 또한 크게 주목받지 못했지만 마지막 에피소드의 주인공 계나리 역의 전수진도 은근히 기대되는 신인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 드라마가 2013년 상반기의 최고 문제작이 될 수 있게 만든 장본인은 기간제 교사 정인재 역을 눈물겹게 소화해낸 장나라였다. ‘동안미녀’부터 장나라와 호흡을 맞춰온 최다니엘이 부족했다는 말은 아니다. 최다니엘도 자신이 맡은 캐릭터의 변화와 성장을 정말 잘 표현 해냈다. 정인재와 강세찬의 대비와 역학이 주는 의미가 정말 컸고, 최다니엘은 열혈교사와 문제학생이라는 거친 관계 중간에서 드라마를 끌어가는 아주 강력한 견인차 역할을 해냈다. 아무리 칭찬을 해도 과하지 않을 정도다.

그렇지만 역시나 가장 중요한 것은 정인재다. 정인재는 사실 열혈교사라고 하기는 좀 어렵다. 본인 자신이 정교사가 아닌 기간제 교사인데다가 불면 부러질 듯 연약한 체구이다. 누군가를 돕기 전에 본인이 먼저 보호받아야 할 것만 같은 사람이다. 그래서 장나라의 정인재는 너무도 잘 맞는 역할이었다. ‘학교2013’이 우리 사회에 대한 설득의 힘을 가졌던 것은 장나라였기 때문에 가능한 기적이라 할 수 있다.

만일 씩씩하고 슈퍼맨 같은 선생이었다면 ‘학교2013’과도 같은 감동과 고민을 주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랬다면 ‘학교2013’은 ‘공부의 신’이나 ‘드림하이’류의 드라마가 되고 말았을 것이다. ‘학교2013’을 다른 학원물들과 확연한 차이를 두게 한 것은 정인재 혹은 장나라라는 인물로 가능했다. 본인 앞가림도 못할 처지의 기간제 교사가 정교사들도 하지 않는 일들을 한다는 것 자체가 주제를 모두 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시청자들은 정인재 같은 선생이 학교에 꼭 필요하지만 정인재 같은 대접을 받는 선생은 없어야 한다는 간곡한 호소에 공감할 수 있었다. 물론 배우이기 때문에 그저 연기를 잘한 것에 불과할 수도 있겠지만 장나라에게서 연기 이상의 진심을 느낄 수 있었던 것은 시청자의 착각이 아닐 수도 있다. 착각이라 할지라도 긍정의 착각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착각은 분명 아니었다. 장나라는 자기 대사를 인용하면서 오정호, 이지훈, 이이경이 좀 더 아픈 손가락이라고 한 것을 보면 다만 연기로서가 아니라 온갖 문제들을 떠안고 있는 학교라는 거대한 대상과 싸우고 있는 정인재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있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런 장나라의 말에서 손현주의 연기대상 수상소감이 겹쳐진다. 어떤 배우든 진심으로 연기를 하면 결국 같은 마음이 되는가보다 싶다. 그 진심이 아니었다면 과연 ‘학교2013’이 이토록 화제가 될 수는 없었을 것이다.

결국 장나라가 아니었다면 ‘학교2013’은 어쩌면 많이 다른 드라마가 됐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마지막 회에서 쏟아진 무수한 명장면과 명대사들 중에서도 특히 기억에 남는 공원씬과 엔딩씬을 생각해봐도 그렇다. “놓친 것과 놓은 것의 차이”를 말할 때의 장나라는 여배우들의 특기인 단순한 눈물연기로 느껴지지 않았다. 그리고 “아직 종례 끝나지 않았죠?”라고 묻는 최다니엘의 말에 미소 짓는 것도 단지 장나라의 선한 인상 이상의 희망을 줄 수 있었다.

장나라의 마지막 미소가 희망이 될 수 있었던 것은 강세찬 같은 교사들이 학교로 돌아오기를, 오정호 같은 아이들을 함께 기다려주기를 바라는 진심 때문이었을 것이다. 연기 이상의 진심, 그것을 느낄 수 있었던 것이 장나라의 정인재였다. 그래서 장나라여서 다행이었다. 어쩌면 아주 많을 강세찬 같은 교사들에게 ‘처음에 되고 싶었던’ 선생님이 충분히 되어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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