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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신문이여, 역사기록이라도 충실하자[지역에서 본 세상]시·군 소규모 촛불집회 지역언론서도 소외
경남도민일보 김주완 기자 | 승인 2008.06.09 13:48

지난 6월 2일 경남도민일보 지면평가위원회(위원장 정태진·교사)가 보다 못해 한 마디 했다. 명색이 경남지역 종합일간지라면서, 도내 10여곳에서 열리고 있는 촛불집회를 마산·창원 위주로만 전하고 있다는 것이다. 위원회는 일례로 밀양에선 그동안 10차례에 걸쳐 촛불집회가 열렸지만, 단 한 번도 지면에 보도되지 않았다고 질타했다.

사실 그랬다. 마산·창원 외에도 진주·김해·거제·통영·밀양·의령·함안·창녕·고성·남해·하동·거창 등 대부분의 시·군에서 촛불집회가 열리고 있지만, 신문에는 거의 나오지 않고 있다.

심지어 군사도시라는 특성으로 사회운동의 불모지라 부르는 진해에서도 지난 7일 '무려' 250여 명이 모인 촛불집회가 열렸다. 명색이 기자라는 나도 경남도민일보 지면이 아닌, '실비단안개'(http://blog.daum.net/mylovemay/14922989)님의 블로그를 통해 알았다.

   
 
  ▲ 지역신문에도 실리지 않은 진해의 7일 촛불집회를 전한 '실비단안개'님의 블로그 사진.  
 
진해 같은 도시에서 250명의 시민이 모여 정권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었다면 가히 '역사적인 사건'이다. 87년 6월항쟁 때도 진해에서 시위가 있었지만 참여한 인원은 50여 명에 불과했었다.

경남도민일보뿐 아니다. 인터넷으로 검색해봤더니 다른 지역신문들도 대동소이했다. 물론 신문이 기록하지 않아도 블로거들이 자발적으로 사진과 기사를 올리고 있다. 그러나 이 또한 서울과 대도시에 집중돼 있다. 농촌지역의 소규모 촛불시위는 블로그에도 오르지 않는 게 대부분이다.

나는 지난해 6월항쟁 20주년을 맞아 80년대 경남의 민주화운동 역사를 26회에 걸쳐 연재한 바 있다. 당시 취재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기록의 부재였다. 그럼에도 가장 큰 도움을 얻었던 것은 당시의 지역신문과 대학의 학보·교지 등에 실린 기사였다. 당시 지역신문이 비록 논조는 시위대에 적대적이었지만, 각 시·군에서 있었던 시위자체를 누락시키지는 않았던 점은 놀라웠다. 최소한 사회면 귀퉁이에 1단으로라도 보도됐던 것이다.

   
 
  ▲ 6월항쟁 당시 마산의 6.10대회를 전하고 있는 경남신문 1987년 6월 11일자 사회면 기사.  
 
그러나 지금 많은 지역신문들은 팩트 자체를 누락시키고 있다. 이건 지역신문으로서 엄연한 직무유기다. 특히 집회나 시위에 대한 보도는 언론으로서 기본이다. 집회 참석자들은 다음날 신문에서 자신이 참석했던 그 집회가 지면에 어떻게 반영되었는지를 본능적으로 확인하려 한다. 독자에 대한 기본적인 서비스다.

지역신문들은 늘상 정치·경제·문화의 서울집중현상을 성토한다. 또한 서울지(소위 '중앙지')의 지역신문시장 잠식에 불만을 토로한다. 그러면서 자기들도 본사가 소재해 있는 대도시 위주의 보도관행에서 탈피하지 못하고 있다. 이렇게 지역 안에서도 작은 시·군은 이중으로 소외되고 있다.

오늘이 6월 9일이다. 촛불정국의 분수령이 될 6·10대회를 하루 앞둔 날이다. 지역에서도 촛불집회가 시작된 지 한 달쯤 된 날이기도 하다.

이쯤에서 각자 자기지역 촛불집회 중간결산을 특집으로 꾸며보자. 이 특집에서 그동안 누락됐던 시·군의 작은 집회까지 모두 기록하자.

지역신문이 뭔가. 자기지역의 역사조차 제대로 기록하지 못하는 게 신문이라 할 수 있겠는가.

   
   
1991년 진주에서 일어난 한 시국사건이 전국 언론에 의해 완벽하게 왜곡되는 과정을 직접 목격한 것을 계기로 지역신문 기자로 살기로 마음먹었다. <진주신문>과 <경남매일>을 거쳐 6200명의 시민주주가 만든 <경남도민일보>에서 자치행정부장으로 일하고 있다. 지역현대사와 언론개혁에 관심이 많아 <토호세력의 뿌리>(2005, 도서출판 불휘)와 <대한민국 지역신문 기자로 살아가기>(2007, 커뮤니케이션북스)라는 책을 썼다. 지금의 꿈은 당장 데스크 자리를 벗고 현장기자로 나가는 것이다.

경남도민일보 김주완 기자  kimgij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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