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자 동아일보 2면 기사.

이동흡 인사청문회 직전 의혹 축소보도로 본지로부터 “상황이 불리하니 최대한 보도의 규모를 줄이는 동아일보 특유의 ‘타조 전략’이다. 이제 동아일보는 정부와 기업의 관리를 바랄 뿐 세상에 영향을 끼치겠다는 언론 특유의 ‘야성’을 상실한 언론이 되었다. 이명박 정부 때부터 진행된 동아일보의 ‘담론지형에서의 이탈’이 박근혜 정부 시기까지 이어질 것이라 추론할 수 있는 부분”(기사 링크)이라는 평가까지 받았던 동아일보가 최근 정권에 대해 매서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동흡 청문회’ 때부터 조선일보나 중앙일보보다 더 강경한 보도로 눈길을 끌더니 김용준 총리 후보자에 대한 검증도 제일 열심이다. 오늘자 동아일보는 1면과 2면을 총동원하여 김용준 후보자 의혹에 대한 '검증'을 시도하고 있다. 사실상 이는 한겨레와 비등한 '수위'다.

보도의 형태를 보면 채널A가 치고 나가면 이를 동아일보가 받아서 크게 실어주는 식이다. 종편 탄생 이후 보수언론에서 흔히 나오던 방식이지만 보수정권의 인사를 검증하기 위해 이렇게까지 했던 적은 거의 없다.

총리실 분위기를 아는 한 관계자는 “주말 채널A 보도 때문에 공무원들이 잔뜩 긴장한 표정이었다”고 전한다. 채널A 기자는 김용준 후보의 장남을 직접 만나 그의 키를 확인했다. “175cm인 기자보다 약간 더 작았다”고 하면서 ‘169cm-45kg 이하’라는 ‘스펙’이 가능한 것인지 의혹에 불을 붙였다. 채널A는 최근 인사 검증 보도를 계속 ‘단독’이라고 소개하고 있는데 이동흡 후보자 지명이 박근혜 당선인의 선택이라는 보도까지 낸 상태다.

언론계에선 “대선정국에서 정치보도로 약간의 ‘재미’를 본 종편의 상업논리가 검증보도를 만들어냈다”라는 시선이 우세하다. 한 관계자는 “종편은 오래도록 자리를 잡지 못하다가 대선 직전에야 공중파에선 보기 힘든 종류의 정치해설 콘텐츠로 중장년층의 주목을 받았다. 특히 JTBC나 TV조선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는 채널A의 입장에서는 박근혜 당선인의 부담보다는 자신들의 생존이 더 급한 상황”이라 분석했다.

다른 관계자는 “보수정권이 탄생하지 않았나. 대선 전에는 검증보도를 세게 하면 정권을 놓친다는 우려가 있었을 테지만, 이제는 이겼으니 당분간은 그런 고려도 필요없고 마음껏 비판할 수 있는 상황”이라 진단했다. 종편은 탄생에 태생적인 문제가 있는 매체이지만 기본적으로 매체는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자체 경쟁을 통해 검증에 매달리게 된다는 설명이다.

물론 동아일보의 ‘의외의 비판’이 사주의 정치적 입장의 범위 안에 포함되어 있으며 선거 때의 기조가 바뀔 일은 없으리라는 것도 명백하다. 또 동아일보의 ‘비판’이 핵심적인 포인트를 집기 보다는 ‘선정적’이라는 점도 문제다. ‘노블레스 오블레주’의 문제를 삼을 수는 있겠으나 장남의 병역기피 의혹은 김용준 후보자의 이력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은 아니다. 오히려 차남까지 ‘통풍’을 이유로 면제받은 일이나 부동산 관련 의혹들이 더 중요하다. “169cm에 45kg 이하가 가당키나 하냐?”라는 식의 질문은 누리꾼들의 ‘말놀이’엔 좋을지언정 “허약한 사람들은 그 정도 됨”이라는 답변 한 마디에 퇴각할 수밖에 없는 취약한 검증이다. 동아일보의 1면 기사는 부동산에 관한 것을 문제삼았지만 '통 아저씨'와 비교한 2면 편집은 핵심을 찔렀다기 보다는 선정성을 드러냈다는 평가도 가능한 부분이다.

▲ 오늘자 동아일보 1면 기사

그러나 이명박 정부 내내 동아일보가 보수정권에도 ‘할 말은 하는’ 보수지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것을 생각한다면 이 정도 변화도 고무적인 것일 수 있다. 언론사 사정에 밝은 관계자는 “김대중 노무현 때 정권을 ‘물어뜯는’ 쪽에 선 건 그렇다 치더라도 이명박 정부 때 ‘가장 온순한’ 모습을 보여준 건 동아일보의 역사를 생각해 볼 때 ‘굴욕’이었다. ‘조선일보보다 순치된 보수언론’이 동아일보에 어울리는 모습은 아니다”라고 진단한다.

사실 언론운동계에선 ‘안티조선 운동’으로 집중되어야 할 타겟이 김대중 정부 언론사 세무조사 이후 중앙일보와 동아일보마저 ‘조중동’의 대오 안에 단단하게 결합하면서 운동 자체가 힘들어졌다는 시선이 존재한다. 참여정부가 중앙일보를 이 대오에서 이탈시키려고 끊임없이 공을 들인 것 역시 이 때문이었다.

하지만 참여정부와 중앙일보의 ‘밀회’는 참여정부와 삼성 간의 유착관계를 의심하게 하는 부적절한 만남이었다. 정권에 대한 친소관계가 아니라 최소한의 공정성의 측면에서 볼 때 다른 신문과 달라야 하는 것은 중앙일보가 아니라 동아일보였다. 물론 동아일보의 ‘보수화’는 사주 가문이 ‘삼성가’와 사돈을 맺으면서부터 시작되었다는 것이 중론이니 동아가 사회경제적 문제에서까지 기조를 바꾸는 것은 기대하기 힘들다. 그러나 정치권력에 대한 검증에서라도 좀 더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준다면 약간의 명예회복은 가능할 것이다.

현재 조선일보의 김용준 후보자에 대한 보도는 동아일보에 미치지 못하고 중앙일보는 ‘축소보도’ 수준으로 관망하는 중이다. ‘조중동’이 각자 다른 셈법으로 움직이는 이런 상황은 ‘박근혜 시대’에는 흔히 볼 수 있는 일이 될 전망이다. (관련 기사 링크) 김용준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과하느냐 마느냐 여부도 여론의 ‘간’을 본 조선일보와 중앙일보의 ‘선택’을 풍향계 삼아 확인이 가능할 것이다. ‘박근혜 시대’, 조중동의 미묘한 동행과 엇갈림에 대해 우리가 계속해서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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