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자 한겨레 3면 기사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오늘부터 시작된다. 이명박 정부의 인사이긴 하지만 민주통합당 등 야권의 입장에서 볼 때 사실상 ‘박근혜 정부의 첫 인사’다. 주말 동안 의혹제기와 해명이라는 공박이 계속되었기에 월요일 아침 신문에서 인사청문회 이전의 ‘스파링 게임’을 어떻게 보도하느냐에 따라 신문의 욕망을 엿볼 수 있다.

일단 이 사안은 가치판단의 영역에서나 정략적인 차원에서나 보수언론에게 불리한 사안이다. 이동흡 후보자에 대한 의혹 제기는 도덕성과 위법, 자질 문제 등 전방위적인 영역에 걸쳐 있다. 또한 의혹에 대한 증언이 헌재와 법원 등에서 나오고 있다는 점에서 신망의 문제를 지적할 수 있다. 일부 해명은 이미 거짓인 것으로 드러나 민주통합당에서는 “청문회가 문제가 아니라 검찰 고발을 할 수도 있다”고 벼르는 사안이다.

이 사안에 대한 언론의 ‘자신감’의 차이는 ‘그림’에서 나타난다. 한겨레와 경향신문은 의혹을 영역별로 구분하면서 사실인지 아닌지 따져보자는 입장이다. 특히 한겨레의 ‘공세’가 대단히 적극적이다. 이는 각기 2면과 3면에 ‘전진배치’된 두 신문의 ‘그림’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물론 여기서 드러나는 진보언론의 의도는 이동흡 후보자를 낙마시키는 것이다.

▲ 오늘자 경향신문 2면 기사

반면 조선일보와 중앙일보의 보도는 최대한 ‘검증’을 피하고 의혹제기와 해명을 같은 비중으로 ‘그린다’. 여기서 보수언론의 수세적 입장이 확인된다. 이들은 이동흡 후보자가 인사청문회의 난관을 넘어설 가능성과 그렇지 않을 가능성을 동시에 상정하고 어느 쪽 상황이 와도 문제가 되지 않는 보도를 추구한다. 의혹에 대한 사실확인은 배제하면서도 증언이 헌재와 법원 등에서 나오고 있다는 신망의 문제나, 의혹이 너무 많다는 점을 들어 새누리당 내에서도 일부 반대의 기류가 있다는 정도를 기사에 덧붙인다.

▲ 오늘자 조선일보 5면 기사.

이들 보도에서는 ‘물고 싶은 것만 물고 물기 싫은 것은 안 무는’ 정파적 사실검증이 드러나지만 그래도 이동흡 후보자에게 문제가 많다는 점 정도는 확인할 수 있다.

여기서도 동아일보는 다른 보수언론과도 현격한 성향 차이를 보인다. 10면으로 물러선 관련 보도는 아예 ‘그리지 않는다’. 상황이 불리하니 최대한 보도의 규모를 줄이는 동아일보 특유의 ‘타조 전략’이다. 이제 동아일보는 정부와 기업의 관리를 바랄 뿐 세상에 영향을 끼치겠다는 언론 특유의 ‘야성’을 상실한 언론이 되었다. 이명박 정부 때부터 진행된 동아일보의 ‘담론지형에서의 이탈’이 박근혜 정부 시기까지 이어질 것이라 추론할 수 있는 부분이다.

▲ 오늘자 동아일보 10면 기사

반면 한겨레와 경향신문의 보도에도 아쉬움이 남는다. 이동흡 후보자가 워낙 절차적으로도 잘못한 것이 많아 그런 것들을 주로 배치하는 ‘쉬운 길’을 택했으나, 그렇게 하다 보니 ‘헌법재판소장’의 자질이 무엇인지를 독자에게 환기시키는 보도는 하지 못했다. 시민사회에서는 이동흡 후보자가 국민 기본권을 지지하는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례들에 꾸준히 반대 의견을 제시하며 “규제하는 입장의 편의”에 섰다는 점을 지적한다.

시민교육 센터 대표인 이한 변호사의 트윗에 따르면, 이동흡 후보자가 반대해온 사례는 미네르바를 구속기소하게 했던 전기통신보호법에 관한 건, 경찰이 서울광장을 전경버스로 완전 둘러서 못 들어가게 한 건, 야간옥외집회 원천 금지하는 법률조항에 관한 건, 인터넷으로 선거에 대한 의사표시를 원천금지한 건 등이다. 이 사례들은 이명박 정부 시절 헌법재판소가 국민이 기본권을 지켜낸 중요한 사례들인데 이에 대해 이동흡 후보자는 일관되게 반대 의견을 던져온 것이다.

미디어스에서 실시한 좌담기사에서도 나온 바, 이른바 진보는 “보수의 입장에서 잘하는지 못하는지”가 아니라 “보수의 ‘잘함’의 기준과 다른 진보의 ‘잘함’의 기준”이 무엇인지를 충분히 제시하지 못해서 패배했다고 여겨진다. 사정이 그렇다면 이동흡 후보자와 같은 사례에 대해서도 단순 의혹의 나열을 넘어 그를 임명하려는 보수진영의 ‘생각’과 다른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는 헌법재판소에 대한 진보진영의 ‘생각’을 제출하는 것이 더 합당한 일이 아닐까. ‘박근혜 정부’에 대한 진보언론의 ‘최초의 공세’에서 아쉬움이 드는 부분이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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