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다시 문화다'라는 진부한 얘기를 하려는 것은 아니다. 모든 것이 문화다,라는 하나 마나한 말을 하려는 건 더더욱 아니다. 다만, ‘정치’ 너머의 세계를 보다 굳건히 하지 않으면 다시 우리가 ‘정치’를 성취하기 더욱 어렵지 않을까 하는 어떤 불안한 예감 때문이다. 5년은 긴 시간이다. 그 긴 시간을 그럭저럭 모든 것은 다 패배하는 시절이라고만 떠들기엔 우린 아직 젊고, 우리의 마음만은 결코 패배(!)할 수 없는 것이다.

앞으로 매주 1회, 주말마다 <미디어스> 기자들이 돌아가며 ‘미디어스 컬트 칼럼;오덕어스'를 연재한다. 때론 오타쿠에 의한 오타쿠의 고백이 될지 모르고 또 어떤 때에 문화와 정치의 이질감을 날카롭게 횡단하는 한 자루의 '검'이 되길 소망한다. 그 주의 가장 ’핫‘한 아이템이라기보단, 끝내 ’핫‘하게 도래할 무언가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한다.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이 2005년에 이어 7년 만에 다시 한 번 한국을 찾았다. 2005년의 내한공연은 2004년 개봉된 영화 <오페라의 유령>의 인기에 힘입어 이루어졌다. 2012년의 내한공연에는 런던 웨스트엔드 초연 25주년을 기념한다는 의미가 있다.

▲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의 한 장면.

<오페라의 유령> 공연 티켓 가격은 최저가 5만원(B석), 최고가 16만원(VIP)을 호가한다. 영화관을 찾듯 뮤지컬 공연장을 찾기 망설여질 충분한 이유가 된다. 이에 <미디어스>는 지갑이 얇은 관객의 갈증 해소를 돕고자 2004년판 영화와 2011년 로얄 알버트 홀 25주년 특별 공연 실황 영상을 소개하고자 한다.

영화판 <오페라의 유령>은 상영 시간을 맞추기 위해서인지 원작 뮤지컬의 내용 일부를 수정하거나 삭제하면서 다소 내용이 달라졌다. 여력이 된다면 원작과 영화의 차이점을 비교하며 감상하는 것도 또 하나의 재미일 것이다. 눈과 귀 모두를 동시에 만족시키려면 되도록 큰 화면과 좋은 스피커를 통해 감상하기를 권한다.

충실한 고증과 배우 열연 훌륭…미지근한 일부 연출 아쉽다

▲ '오페라의 유령' 25주년 기념 로얄 알버트 홀 공연 포스터.
25주년 기념 로얄 알버트 홀 공연은 대체로 원작 뮤지컬의 고증에 충실한 무대 운영을 보여준다. 원작 뮤지컬의 맛을 느껴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25주년 기념 공연을 먼저 볼 것을 추천한다.

무대가 협소한 탓에 몇몇 유명한 장면이 미지근하게 연출된 측면도 있다. <오페라의 유령>에서는 샹들리에가 도입부에 천장에 설치되었다가 갈등이 절정으로 치달을 무렵 관객의 머리 위로 직접 떨어지는 연출이 유명하다. 하지만 해당 공연에서는 이 연출이 샹들리에에서 불꽃을 터뜨리는 것으로 대체되었다. 팬텀의 지하 미궁에서 촛불이 솟아나오는 명장면도 디지털 스크린으로 구현했다.

그러나 배우들의 열연은 이러한 아쉬움을 상당 부분 희석시킨다. 적절한 타이밍에 등장인물의 얼굴을 클로즈업해 보여주기 때문에 연기에 몰입하기도 쉽다. 관객석에서 무대를 올려다볼 때에는 느낄 수 없는 장점이다. 라민 카림루와 시에라 보게스가 각각 ‘팬텀’과 ‘크리스틴 다에’를 연기했다. 이들은 <오페라의 유령> 속편인 <러브 네버 다이>에서 같은 역할을 맡아 활약한 바 있다.

존재감 약한 주연들…볼거리는 화려·풍성

2004년판 영화(조엘 슈마허 감독)에서는 제라드 버틀러와 에미 로섬이 각각 팬텀과 크리스틴으로 분했다. 배우들의 노래 실력은 원작 뮤지컬에 비해 떨어진다는 것이 중론이다. 에미 로섬은 어린 시절 성악을 전공했다는 뒷이야기가 무색하게도 가늘고 약한 목소리와 빈약한 성량 탓에, 세기의 프리마돈나로서의 존재감이 약하다. 제라드 버틀러 또한 좌중을 압도하는 카리스마를 내뿜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제라드 버틀러의 팬텀에서는 마술을 부려 오페라 극장의 사람들에게 공포를 안겨주는 ‘마술사’로서의 모습은 거의 찾아볼 수 없게 됐다. 대신 라울과 직접 칼을 맞대며 크리스틴을 차지하기 위해 결투를 벌이거나, 몸을 사라지게 만드는 마술을 부리는 것이 아니라 은신처의 비밀문을 통해 모습을 감추는 등 ‘평범한 남성’으로서의 측면이 조금 더 강조되었다.

▲ 영화 '오페라의 유령'의 한 장면.

볼거리는 더 화려해졌다. 쇠락한 오페라 극장의 현재와 영광스럽던 과거를 대비해 보여주는 연출은 원작 뮤지컬의 방식에서 한 단계 발전한 것이다. 크리스틴을 떠나보낸 지인들이 과거를 추억하는 독특한 액자식 구성에 더해,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면서 먼지에 덮인 폐건물이 화려함을 되찾는 도입부의 연출이 백미이다. 팬텀의 지하 미궁과 은신처에도 한층 더 신비로운 색채가 입혀졌다.

‘오페라의 유령 초심자’들이 해야 할 일들

<오페라의 유령>의 세계에 입문해 매력을 느끼기 시작했다면 오리지널 캐스트 레코딩을 자연스럽게 찾아 듣게 된다. 제작자 앤드류 로이드 웨버가 그의 ‘음악의 천사’인 아내 사라 브라이트만을 위해 <오페라의 유령>을 만들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사라 브라이트만은 그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예술가의 뮤즈’, ‘오페라 하우스의 디바’를 완벽하게 재현해냈다.

<오페라의 유령> 내한공연을 두 눈으로 직접 보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면, 오는 3월 24일까지 용산구 한남동에 위치한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을 찾으면 된다. 그러나 블루스퀘어가 당초 ‘뮤지컬·콘서트 전용공연장’이 될 것임을 내세우며 개관한 데 비해 각종 시설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가 많다. 선택은 관객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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