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밤에 편안하셨습니까?
성큼, 여름인줄 알았는데 아직은 썰썰합니다.
청와대는 인왕산 아래여서 더욱 쌀쌀했지 않을까 염려스럽습니다.

정국의 분수령이 될 거라던 '72시간 릴레이 촛불문화제'도 막바지로 치닫고 있습니다. 시민들의 이번 '난장'은 당신이 당선됐을 때 심히 걱정했던 것과는 달리,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가 생각보다도 훨씬 '양호'한 수준에 있음을 완벽하게 보여줬습니다. '난장'을 제압하기 위해 전경들에게 격한 폭력은 명하지 않으셨음에 감사합니다. 날이 쌀쌀해서였을까, 소방수를 '물대포'로 쓰는 규정이 없음을 뒤늦게 파악하셨는지 우려했던 불법 샤워 제공도 자제하셨습니다. 물론, 겁은 주셨지요.

'거리의 시민들을 완전히 이해한다'는 당신도 바빴지 싶습니다. 종교계 지도자들을 만나서 이래저래 불편한 심경을 고백하셨고, 부시 형님과 전화통화도 하셨습니다. 그런데 어쩝니까? 당신이 숨을 쉴 때마다 여론은 점점 더 나빠집디다. 당신의 형님은 거리의 시민들을 할 일 없는 '실업자'라 하셨고, 대운하 전문가를 사칭하던 당신의 추부길 목사님은 '사탄의 무리'가 '활개'를 친다고 개탄하셨습니다. 당신의 뻘타도 이쯤이면 관습법 위반이고, 당신의 '5공'스런 사고도 이쯤이면 구금 대상입니다. 그러니 거리에서 중딩들이 외치지 않습니까.

▲ 8일 오전 강제해산을 위해 진출하고 있는 경찰을 시민들이 막아서고 있다 ⓒ윤희상
'MB는 생각하지 않기로 하자! 용량 딸리니까!'

'오호라 배째라~!' 당신과 그 주변이 심각하게 염려스럽습니다. 거리에서 보니, '초중딩'들의 자부심이 진짜 대단하더라고요. 당신의 상대는 자신들뿐이라며, 의기 탱천한 것이 도저히 질 거 같지 않습디다. 누군가 그러더군요. 2MB 정권의 최대 고민은, '초중딩의 방학이 얼마 남지 않은 거라고' 얼마나 걱정이 많으십니까.

이제 어쩌실 셈입니까? 큰맘 먹고 청와대가 일괄 사의를 표했는데, 반응은 시큰둥합니다. 총리가 사의를 표명할 예정이라는 보도가 전해지고 내각 총 사퇴도 고려중이라지만, 거리의 반응은 '어쩌라고?'입니다. 부시 형님의 이른바 '구체적 조치'는 너무 예의 넘치는 말씀이라 부담스럽고, 성사 가능성 0%에 가까운 '박근혜 총리설'을 강하게 흘렸지만, 당신의 조중동도 믿지 않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현대사에서 내각 총사퇴가 처음은 아니라죠? 지금, 문제는 그 정도로도 도저히 정리가 되지 않는 '분위기'라는 겁니다. 이 심란한 와중에 당신이 사랑한 '왕의 남자'인 정두언 의원은 '권력 사유화'를 제가하며 헤게모니 투쟁에 불을 댕겼습니다. 청와대 비서관 3명과 국회의원 1명이 문제라던데, 그 '3+1'이 누군지 거리엔 의견만 분분합니다.

당신의 아군이 처한 상황은 더욱 심각합니다. 뉴라이트 사무처장이란 사람은 알고 보니 '지능적 반미주의자'더군요. 맥도날드를 걸고 넘어져 '너 죽고 나도 죽자'고 지뢰를 터뜨리는데 웃겨 죽는 줄 알았습니다. 너무 '우뇌'만 사용하면, 그렇게 바보가 되나 봅니다. 아, 혹시 알고 계신지 모르겠습니다. 전문가 심층 설문에서 당신의 국정 만족도가 4% 나왔답니다. 제가 다 민망했습니다.

자, 찬찬히 생각해봅시다.

막힐수록 돌아가랬다고 문제는 언제나 '총통' 버시바우가 신봉하는 '과학'입니다. 첫 번째, 문제는 모두가 아는 '쇠고기'입니다. 이 문제의 답이 가장 간단합니다. '재협상'외엔 풀 수 있는 방법이 없습니다. 재협상이 더 복잡한 문제를 일으킨다는 당신의 대답은 암기식 교육의 한계입니다. '논술'로 연역해보십시오. 더 복잡한 문제란 없습니다. 당신이 알아듣기 쉽게 설명해드리면 어차피 답은 몇 개중에 하나를 고르는 겁니다. <보기>는 다음과 같습니다.

<다음>

1) 전면 재협상
2) 참고 또 참고 망신 톡톡히 당하다 어쩔 수 없이 협상한다.
3) 협상 안 하고 차라리 식물 대통령된다
4) 더럽고 치사해서 대통령 안 한다

첫 번째 문제의 정답은 너무 쉽지 않습니까? 바로, 두 번째 문제입니다. 당신이 첫 번째 문제를 잘 푼다면 두 번째 문제는 의외로 쉬울 수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당신은 '옳커니' 낙하산 부대를 뿌리고 있습니다. 정말이지 과감한 만용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러다간 전 부처가 '고소영 S라인'이 될 판입니다. 우선, 시야를 흐리게 하는 낙하산 부대를 치우십시오. 그리고 '강부자/고소영' 내각을 총 사퇴시키십시오. 그러면 누구랑 하냐구요? 헌정 사상 가장 공정한 중립내각을 세우십시오.

이건 <보기>가 있는 문제는 아닙니다. 당신의 창조적 상상력과 과감한 문장력을 필요로 합니다. 너무 어렵게 생각하실까, 몇 개의 '팁(Tip)'을 드리겠습니다. 농림부 장관은 '강달프' 강기갑 의원이 딱 입니다. 그가 시골 '촌부' 출신이라 무시하지 마십시오. 그는 이미 거리의 대통령입니다. 사실, 당신도 따지고 보면 건설회사 '십장' 출신이잖습니까. 총리는 심상정, 노회찬 대표 중에 고르십시오. 물론, 두 분 다 안하겠다고 하겠지만, 목욕 깨끗이 하고 삼고초려로 모시십시오. 유비가 제갈공명 얻은 예가 있지 않습니까? 그리고 마지막으로 제 개인적인 관심 부처인데 문화부 장관은 보다 정치적인 인물을 원하신다면 칼라tv 진중권 앵커를 아니면 문화적인 장관이 좋겠으면 이외수 선생을 추천합니다. 미학에 밝은 진거사와 맞춤법은 물론 문장이 탁월한 이거사 둘 중 누가되더라도 양촌리 김회장댁 둘째 보다는 곱으로 잘할 겁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향후 국정에 임하는 당신의 자세를 밝히십시오. 자꾸 노통의 설거지를 하고 있다고 '볼멘소리'를 하는데 그럴수록 욕만 먹습니다. 당신이 대통령이 될 수 있었던건, 노통을 구성했던 욕망과는 전혀 다른 욕망 때문입니다. 당신은 스스로 '먹고사니즘의 욕망'을 불태우는 화신이 되겠다고 했습니다. 그럼, 먹고 살게 해줘야죠. 물가 인상율이 사상 최고입니다. 유가를 비롯하여 국제적으로 모든 지수들이 불안합니다. 강북 부동산 상승률이 눈이 시릴 정도입니다. 이 와중에 당신의 대변인은 '종부세'와 '상속세'를 낮추잡니다. 경제, 특히 '서민경제'를 말하는 당신입니다. 당신을 향한 '욕망'에 충만하십쇼. 토지 관련 세금을 브레이크 없이 높이고, 필요하다면 유류를 포함하여 '사치세'를 신설하고 노동자 서민의 주머니를 채워주십쇼. 실물 경제를 잘 안다고 자부하는 당신이니, 고민해보면 해법을 찾을 수 있을 겁니다.

▲ 8일 오전 강제 해산 과정 중 많은 수의 부상자가 발생하였고 의료봉사단이 치료하고 있다 ⓒ윤희상
6월 10일에 100만 명이 거리로 나온답니다. 100만이면 서울 시민의 10%입니다. 지난 금요일에 이미 20만 이상이 거리로 나왔으니, 실수 100만은 결코 허풍이 아닙니다. 당신에게 3개의 문제를 드렸습니다. 답변을 기다리겠습니다. 만약, 귀찮다고 뭉개신다면 당신에겐 미래는 없지 싶습니다. 조만간 두 번째 편지를 띄우겠습니다. 부디, 그 때까지 머리 잘 굴리시기 바랍니다.

욕은 많이 자셔 오래 사시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2008. 06. 08 새벽에
쥐 잡으러 나온 시민들 구경에 연휴 지나는 줄 몰랐던 완군 드림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