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청 앞 서울광장 일대를 촛물 물결로 가득 채웠던 시민 15만명은 남대문과 명동, 을지로 일대를 도는 행진을 마친 뒤 이 시각 현재 광화문과 안국동, 사직터널 앞 등 크게 세 곳으로 다시 모여 경찰과 대치한 채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경찰은 이곳에서 청와대로 향하는 모든 길목을 버스로 철저히 가로막고 있고, 시민들은 버스를 거세게 밀어붙이고 있다.

▲ 7일 서울시청광장에서 남대문으로 행진하는 촛불물결ⓒ윤희상

이날 밤 72시간 릴레이 촛불집회가 막바지로 치달으면서 시민들이 외치는 구호는 "협상 무효, 고시 철회" 등 미국산 쇠고기 관련 내용에서 "이명박은 물러가라" 등 정권 퇴진 내용으로 급속히 몰리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시민들은 광우병국민대책회의가 집회를 미온적으로 이끌고 있다며 강한 불신을 드러내기도 했다.

밤 10시가 넘으면서 광화문 네거리 한 가운데 세워진 광우병대책위 방송 차량 주변으로 수십명의 시민들이 모여들어 "방송 꺼" "내려 와" "아고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청와대 쪽으로 차를 돌릴 것을 요구했다.

▲ 한 시민이 광우병대책위 방송차량에 올라가 "대책위가 미온적으로 집회를 이끌고 있다"며 항의하고 있다ⓒ미디어스

한 시민은 방송 차 위로 올라가 광우병대책위 관계자들과 입씨름을 벌였으며, 이를 안타깝게 지켜보던 시민들이 "집에 가"라고 반대 구호를 외치는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다.

광우병대책위 관계자는 "이명박 정권을 향해 한 달 넘게 항의집회를 했지만 결국 쇠귀에 경읽기였다고 판단하는 시민들이 급속히 늘고 있는 것 같다"며 "모든 길목이 차단된 상황에서 섣불리 움직였다가 시민들이 다치는 불상사가 날 수 있어 곤혹스럽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다수 시민들은 도로와 인도 위에서 구호를 외치며 차분히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 광화문 네거리, 시민들이 탬버린을 치면서 '아침이슬'등을 부르고 있다. ⓒ송선영

집회가 거듭될수록 이색적인 표어도 쏟아져 나오고 있다.

광화문 전경버스 위에는 '오늘은 쥐 잡는 날'이라고 쓰인 손팻말과 함께 진짜 쥐덫이 매달리기도 했다.

거의 매일 집회에 참가하고 있다는 한 40대 남성은 "시민들의 표현 수준이 거의 예술의 경지에 이르고 있는 느낌"이라며 "이명박 정권은 시민들의 이런 참신성을 도저히 감당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 시민들은 길을 막은 경찰에 항의하는 의미로 전경차를 손으로 두드리고 있다. ⓒ송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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