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촛불집회의 배후로 ‘주사파와 친북세력’을 지목하고 나서 또 한 차례의 파문이 예상된다. 현실 상황을 벗어난 이 대통령의 발언은 이번만이 아니다. 이 대통령은 이미 “촛불은 누구 돈으로 샀고, 누가 주도했는지 보고하라”고 말해 거센 반발을 산 바 있다.

7일 오마이뉴스에 따르면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6일 낮 청와대에서 열린 한국불교종단협의회 회장단과의 오찬간담회에서 “주사파와 북쪽에 연계된 학생들이 노무현 대통령 당시에는 활동을 안 하다가 내가 집권하니까 이 사람들이 다시 활동을 하는 것 같다”면서 “이 사람들이 뒤에서 촛불시위를 주도하는 것 같다. 한총련도 노무현 정부 때는 활동하지 않았는데 다시 활동을 시작했다”고 발언한 것으로 밝혀졌다.

▲ 이명박 대통령 발언을 보도한 오마이뉴스 기사
이날 이 대통령의 한국불교종단협의회 회장단 오찬간담회에는 조계종 총무원장 지관 스님, 진각종 통리원장 회정 정사, 태고종 총무원장 운산 스님, 관음종 총무원장 홍파 스님, 조계종 중앙종회 의장 자승 스님 등 5명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쇠고기 재협상과 운하 중단을 선언하고 국민들에게 허심탄회하게 사과한 뒤 새로 국정운영을 시작하라”는 불교계의 충고에 대해 “소나기 올 때는 언제나 피해야 한다”는 발언으로 답변을 대신했다고 한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파문과 관련한 국민의 저항을 피하면 되는 소나기에 해당된다는 것으로 현실과 괴리된 생각의 단면을 드러낸다.

지난 6일에 이어 이 대통령의 부적절한 발언이 7일에도 이어졌다. 오마이뉴스에 따르면 이명박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상춘관에서 열린 기독교 지도자 오찬 간담회에서도 ‘쇠고기 파문’과 관련해 “그 때(노무현정부) 처리했으면 이런 말썽이 안 났지"라며 책임을 ‘노무현 정부 탓’으로 돌렸다고 한다. 이날 조용기 원로목사가 ”일은 그 때 다 벌여 놓은 것“이라고 말하자 아쉬움을 표명하면서 이 같이 밝혔다는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이중적 속내도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기독교 지도자 오찬 간담회에서 이 대통령은 '촛불집회'에 대해 “세상을 밝게 하려는 점도 있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려 한다”면서 “결과적으로 나라가 잘 돼야 하고, 그 분들의 목소리도 들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오마이뉴스는 보도했다. 바로 전날 이 대통령이 불교계 지도자 간담회에서 촛불집회의 배후로 ‘주사파와 친북세력’을 지목하고 나선 것과 적지 않은 차이를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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