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너무 많은 기대를 했는지도 모릅니다. 수애와 권상우의 연기력을, ‘49일’을 연출했던 조영광 PD를, ‘옥탑방 왕세자’를 쓴 이희명 작가를, ‘대물’ 시리즈를 엮어낸 박인권 화백을, 처음부터 너무 지나치게 신임한 탓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드라마가 시작한 지 2회 만에 이루 말할 수 없는 극심한 불안감에 어쩌지 못하는 것을 보면 말입니다.

딱 2회 방송을 했을 뿐인데 벌써 위험 요소들이 감지되고 있습니다. 1회에서의 청신호는 2회로 넘어가면서 노란불로, 후반부에 들어서면서는 빨간불로 바뀌어 버리고 말았어요. 2회에서 발견된 세 개의 폭탄 때문입니다. 이 폭탄들을 제거해버리지 않는 한, ‘야왕’의 미래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을 듯합니다.

첫 회에서 ‘스피디한 전개’라며 칭찬을 받았던 부분은 이제 첫 번째 폭탄으로 돌변합니다. ‘야왕’의 첫 장면은 현재 시점으로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10분 뒤 12년 전으로 시간을 되돌려 놓지요. 그리고는 또 다시 5년 후 주인공들의 모습을 보여 줍니다. 2회 동안 세 개의 시간적 배경이 전개되고 있는 것인데요.

너무 짧은 시간에 주인공들의 파란만장했던 삶을 그리려니, 숨 가쁘게 달려갈 수밖에 없습니다. 시간적 이동이 빠르게 진행되다 보니, 그 안에서 연기하는 연기자들 또한 허겁지겁 내달음질만 하는 모양새지요. 그들을 보고 있는 시청자들은 주인공들의 감정을 제대로 따라가지도 못할뿐더러, 초반에 느꼈던 몰입도마저 잃어버리고 맙니다. 배우들 역시 스피디하게 진행되는 전개 때문에 연기의 중심이 흔들리고 있는 듯 했구요.

처음부터, 그리고 짧은 분량에 너무나 많은 이야기들을 담아내려 하다 보니, 극의 흐름이 매끄럽지 않게 흘러갈 수밖에 없습니다. 이럴 경우에는 편집 능력이 대단히 중요한데, ‘야왕’은 아직 뛰어난 편집 실력을 갖추지도 못한 듯합니다. 모든 허점은 하나로 귀결됩니다. 초반 스피드를 지나치게 올린 빠른 전개가 그 원인이라 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 폭탄은 첫 번째와 어느 정도의 상충관계에 놓인 문제입니다. 캐스팅이 잘못되었다고 해야 할지, 캐릭터를 잘못 맡았다고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배우들이 맡고 있는 역할에 문제가 있음은 분명한 듯 보입니다. 너무 다양한 시대를 한 배우가 계속해서 연기한다는 것이 무척이나 버거워 보입니다.

수애와 권상우의 20살 연기는 좀 더 어린 배우로 대체되었어야 합니다. 만약 완전한 어린 시절이 아니라서 아역 배우를 쓰기가 애매했다면, 적어도 그들의 비주얼을 30대와 별반 다르지 않는 모습으로 꾸며서는 안 될 문제였습니다. 당연히 몰입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아무리 연기를 잘하는 배우들이라 해도, 이건 연기력에 해당되는 문제가 아니라, 캐스팅이나 다른 제반 사항에 관련된 연출의 문제이기 때문에, 그들 역시 스스로를 구제할 방법이 없지요.

거기에 부적합한 캐스팅은 김성령과 유노윤호의 관계에 대해서도 드러납니다. 이들은 남매로 그려지지만 실은 모자관계이지요. 그들이 남매라는 것도 어색해 보이지만, 모자관계라고 했을 때도 역시 어색하기는 마찬가지 입니다. 물론 나중에 사연이 밝혀지면 조금 이해가 될 수는 있을지 모르겠지만, 캐스팅 면에서 볼 때는 그 둘 사이는 그 어떤 관계로도 부자연스러워 보입니다. 캐스팅 실패의 전형적인 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합니다.

마지막 세 번째 폭탄은 바로 유노윤호입니다. 그를 사랑하는 팬들에게는 참 미안한 얘기지만, 그의 연기를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가 없어요. ‘야왕’에서 그의 연기는 한마디로 엉망진창이었으며, 손발이 오그라드는 것을 간신히 참아내며 봐야 할 정도였습니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그의 연기는 언제나 경직되어 있었죠. 그 어떤 장면도 부드럽게 넘어가지 못하는 그였는데요.

쟁쟁한 선배들과 함께하는 자리가 너무 영광스러운 탓일 수도 있고, 자신의 연기력의 모자람에 주눅이 들어서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유가 어쨌건 ‘야왕’은 그에게 너무나 부담스러운 작품인 듯 보입니다. 다른 배우들과 너무나 극명하게 차이 나는 연기력이 그의 중압감을 고스란히 드러낸 듯했는데요. 괜스레 그를 주연급 자리에 캐스팅을 한 제작진들이 야속하다는 생각까지 들더군요.

불과 2회 만에 ‘야왕’은 위험하고 불안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세 개의 폭탄을 당장 해결하지 않으면 한없이 추락하게 될 위기에 놓인 드라마가 되어버렸지요. 이 세 개의 폭탄은 결정적으로 몰입을 방해하는 폐해를 낳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는 작품성에 대한 의구심으로 이어지는 막다른 상황을 만들어내고 있어요.

‘야왕’의 가장 큰 문제점은 다름 아닌 진부한 스토리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말에는 그리 공감할 수만은 없습니다. 진부한 스토리, 뻔한 이야기를 진부하지 않고 뻔하지 않게 그려내는 것이 진짜 능력이고 실력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작품들이 존재하니까요. 드라마 ‘내딸 서영이’의 높은 시청률이 말해주고 있고, 영화 ‘타워’의 흥행몰이가 이를 대변하고 있습니다.

진부한 설정보다는 언급된 문제점들을 하루 빨리 극복하는 것이 더욱 시급한 드라마 ‘야왕’ 입니다. 이대로 나가다가는 혹평 속에서 종영할 처지가 될지도 모릅니다. ‘대물’ 역시 막판에 유종의 미를 거두지 못하고 끝이 나버렸는데, 그만도 못하다는 평가로 끝을 낼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아직 늦지는 않았습니다. 이제부터라도 정교한 수술 작업을 거친다면, 드라마의 야왕으로 거듭나지 못하리란 법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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