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잠 못 드는 밤이다. 7일 새벽 5시30분 현재, 서울 서대문 새문안교회 근처에서는 시민과 경찰이 계속 격하게 대치하고 있다. 집에서 생중계를 지켜보는 사람들도 쉽사리 컴퓨터를 끄지 못한다. 이러다 또 뜬눈으로 밤을 지새울 것 같다.

'시사인' 신호철 기자, 프락치로 몰려 곤욕

7일 새벽 1시가 넘은 시각, 광화문 네거리에 있던 시위대 일부가 근처 새문안교회 부근에서 경찰과 대치중이라는 소식을 듣고 <미디어스> 취재진이 그쪽으로 이동했다. 수천 명의 시위대가 이미 경찰과 대치중이었다.

대치 상황이 어떤지 알아보기 위해 시위대 앞쪽으로 가던 중 새문안교회 뒤편 골목에서 한 무리의 시민들에게 둘러싸인 누군가를 발견했다. <시사인> 신호철 기자였다. 신 기자는 시민들에게 '프락치'로 오인 받아 그 무리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갇혀 있었다.

사람들은 신 기자의 명함을 보고도 믿지 못하다가 <미디어스> 취재진이 <시사인> 기자가 맞다고 보증을 서고서야 그를 '풀어주었다'. 시민들 일부는 <미디어스> 취재진도 믿지 못하겠다는 눈치였다.

신호철 기자 "예비군과 시민기자, 의료지원단이 한 조로 움직이는 듯"

신 기자의 설명을 바탕으로 구성해본 경위는 대략 이렇다. 신 기자는 이날 한 무리의 예비군 부대가 아무래도 의심스러워 계속 쫓아다니며 취재를 했다고 한다. 예비군 20명과 시민기자 2명, 의료지원단 3명이 한 조로 움직이는 것 같았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신 기자는 동화면세점 뒷골목으로, 흥국생명 뒷골목으로 계속해서 그들을 쫓아다녔다. 어느 순간 그들은 두 개 조로 나뉘어져 달리기 시작했고 신 기자는 그 중 한 무리를 쫓아 새문안교회 부근 오르막길을 올랐다. 그곳은 경찰차로 막아놓은 막다른 길로 이미 많은 사람들이 경찰과 대치 중이었다.

그런데 그때 그 예비군 무리 중 한 사람이 "이 사람이 프락치에요"라고 소리를 질렀고 그와 동시에 부근에 있던 사람들이 그를 에워쌌다. 신 기자가 <시사인> 기자임을 증명하는 동안 그 무리들은 어디론가 사라졌다고 한다. 신 기자는 "그들이 일반 시민이었다면 나를 붙잡고 경찰서로 가야지 왜 도망을 치겠느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결국 <시사인> 동료기자가 그들 중 예비군 1명, 시민기자 2명과 함께 직접 서대문경찰서까지 가서 신원을 조사해본 결과 이들은 경찰이 아닌 민간인으로 확인됐다.

'확인'의 수준은 의심스럽지만 신 기자가 오해했을 수도 있다. 여기서 말하고 싶은 것은 시민들끼리 서로가 서로를 믿지 못하게 됐다는 점이다. 신 기자를 에워싼 사람들의 불신에 가득찬 그 눈빛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우리는 누구 때문에 잠못 드는가, 누구 때문에 서로를 의심하는가

최근 촛불집회 현장에서는 이상한 기운이 감돌기 시작했다. 언젠가부터 예비군이 갑자기 증가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그렇다고 모든 예비군을 의심(?)하는 건 아니다.)

시민들끼리 싸우는 소리도 심심찮게 들린다. "아고라는 입만 살았다" "자기네는 안싸우면서…" 등 곳곳에서 서로를 욕하는 소리가 터져 나온다. 경찰의 강경진압에 분노하다가도 시민들끼리는 돌아서면 '까르르' 웃던 그 모습이 아니다. 너무 민감해진 탓일까.

▲ 6일 열린 촛불문화제에는 20만명의 시민들이 참석해 촛불을 밝혔다. ⓒ 정영은
5월의 어느 날 저녁 촛불문화제 자유발언대에서 울먹이던 한 촛불소녀가 생각난다. 그 학생은 "우리나라 국민들이 서로를 믿지 못하고 서로 배후가 있다고 말하는 게 너무 속상해서" '터'를 노래하면서도 그렇게 눈물이 났다고 했다.

고민을 많이 했다. 이런 이야기를 공론화하는 것이 지금의 국면에 도움이 되는 걸까. 그런데 답이 안 나온다. 답을 찾기 위해 네티즌 다수의 혜안을 구한다.

7일 새벽 대한민국 시민들은 누구 때문에 잠못 드는가. 누구 때문에 서로가 서로를 의심하게 됐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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