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한 연예인에 대한 언론의 선정적인 보도는 하루 이틀의 일이 아니다. 자살보도 윤리강령에 따르면 자살 장소, 방법, 자세한 경위를 묘사해선 안 되지만 언론들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벌떼처럼 고인 주변을 맴돌며 취재경쟁을 벌인다. 6일 사망한 조성민씨에 대해서도 자살 방법을 구체적으로 묘사하고 유족들의 얼굴까지 여과없이 보도하고 있다. 자살보도 윤리강령 준수율(2011년 1~7월 기준)이 방송4사 18%, 10대 일간지 26%밖에 되지 않는 게 자살보도의 현주소다.

2004년 한국기자협회와 함께 자살보도 윤리강령을 만든 한국자살예방협회의 김현정 대외협력위원(국립중앙의료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은 10일 <미디어스>와의 인터뷰에서 "언론들은 조성민씨가 욕실 샤워기 거치대에 가죽 허리띠로 목을 맸다는 등 아주 상세하게 보도하고 있는데 과연 이게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한 것이냐"며 "솔직히 기자들이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 봤으면 한다"고 따끔하게 지적했다.

김현정 위원은 "언론들이 조성민씨 자녀, 부친의 얼굴까지 노출시키고 있는데 과연 유족들에게 동의는 받고 보도하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조성민 씨가 자살 전 애인에게 보낸 카톡 메시지, 빈소 분위기 등 숱하게 쏟아지는 관련 보도의 거의 대부분이 윤리강령을 벗어난 것이라고 짚었다.

"애도하려는 게 아니라면 기자들이 고인의 빈소를 왜 가나요? 유족들의 슬픔이 대중의 흥밋거리로 전락하는 게 맞는 일입니까? 애인에게 보낸 카톡 메시지도, 설령 누군가가 가십으로 알고싶어 한다고 하더라도 언론이 보도해서는 안 되는 내용 아닌가요? 정말 잔인한 일입니다. 최소한의 윤리도 없어요."

김현정 위원에 따르면, 조성민씨 자살 원인을 단정지어 보도하는 것 역시 "매우 위험한 일"이다. 자살 당일인 6일 연합뉴스는 "조성민의 자살에는 비극적인 가정사와 경제적인 어려움 등이 원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한 바 있다.

"고인이 유서를 남긴 것도 아닌데, 기자가 자살 원인을 어떻게 알 수 있죠? 이런 식의 보도는 (경제적인 어려움 등으로) 불우하면 죽어도 된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어요."

현재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정신과 전문의로 근무하고 있는 김현정 위원은 "사회 안에서 (자살) 고위험계층군에 속하는 사람들이 언론의 반복적 노출에 자극을 받아서 (자살을) 행하게 된다. 언론이 친절하게 자살 방법까지 알려주지 않느냐"며 조성민 사망 이후 '왜 사는지 모르겠다'고 하는 환자들이 늘었다고 전했다.

"어제도, 제 환자 가운데 2명이나 '스타도 죽는데 하찮은 나는 왜 사는지 모르겠다'고 하셨어요. '왜 사는지 모르겠어서, 아파트 복도를 왔다갔다 했다'면서. 섬뜩하지 않나요? 다른 환자는 수면제 사러 약국에 갔었다고 하시길래 말리려고 '요즘엔 약이 안전하게 나와서 먹어도 안 죽는다'고 했더니, 뭔가 깨달았다는 듯이 '아, 그래서 다들 목을 매는 거군요?'라고 답하시더군요. 정말 당황했어요. 저희 병원에는 저소득 계층이 많이들 오시는데, 집에서 주로 보게 되는 TV에 자꾸 자살 이야기만 나오니까 자살 충동을 느끼는 겁니다."

▲ 인터넷을 통해 쉽게 찾을 수 있는 조성민씨 자살 보도 가운데 하나. 이 보도 역시 자살보도 윤리강령을 지키지 않았다.

그렇다면, 연예인 자살 보도는 어떠해야 할까? 김현정 위원은 '언제 사망했고, 부검상 자살로 추정된다' 정도로만 간략히 보도하는 게 맞다고 지적했다.

김현정 위원은 "어제는 자살 문제 때문에 한 캐나다 기자와 통화했었는데 한국 언론들이 이런 식으로 보도하는 것에 대해 황당해 하더라"며 "(캐나다는) 전반적으로 기자들이 고인에 대한 예의를 먼저 생각하기 때문에, '겉으로는 화려해 보이지만 사실은 어려움이 있었다'는 메시지를 담아서 간단하게만 보도한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사실 '자살'이라는 용어 자체가 언론 헤드라인으로 사용되어서는 안 돼요. '자살'이라는 표현 자체만으로 (자살) 고위험계층군에게 동요가 될 수 있기 때문이죠. 연예인 자살 이후에 벌어지는 일반인들의 잇단 자살은 자극적인 언론보도로 인한 게 큽니다. 조성민씨 죽음 이후에 벌써 여러명이 자살을 선택하고 있잖아요. 제발 기자들이 자신의 책임도 크다는 것을 인식하고, 반성 좀 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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