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저널리즘의 문제점으로 '사실관계 확인 부족' '정치적 편향' '광고주 편향' '출입처 동화' '자사 이기주의' '시청률 집착' '관습적 기사 작성' 등 7가지가 꼽혔다.

방송기자연합회(회장 이재강) 산하 저널리즘 특별위원회는 '저널리즘의 위기를 더 이상 방송 언론인들이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문제의식에 따라 지난해 7월 첫 회의를 시작했으며 지난 10일 결과물로 '방송보도를 통해 본 저널리즘의 7가지 문제'를 발간했다.

'사실관계 확인 부족'이 첫 번째 문제로 꼽혔으며, 대표적 사례는 MBC의 '안철수 논문 표절' 단독 보도(2012년 10월 1일 방송)다. 대선을 앞두고 양자구도 여론조사에서 안철수 후보가 박근혜 후보를 앞섰음에도, 다자구도 조사를 기사의 머리로 배치했던 MBC의 사례 등은 '정치적 편향'으로 분석됐다. '광고주 편향'의 경우, MBC가 한화 김승연 회장의 법정 구속 관련 기사에서 한화와 SK의 앞날을 '외롭고 힘든 싸움'으로 미화한 것이 대표적이다.

불이 켜진 청와대를 두고 "칠흙 같은 어둠 속에 청와대 내부만 환하게 불이 켜져 있다. 자정이 넘은 시각, 내수 경제를 살리겠다며 민관 경제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이른바 '끝장토론'을 벌였다"고 기자가 지나치게 감정 이입을 한 기사는 '출입처 동화'의 한 사례로 꼽힌다. 청와대에서 열린 토론을 놓고 "이명박 대통령이 토론회에서 재계와 민간 관계자들의 얘기를 꼼꼼하게 경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친인척 측근 비리 의혹의 충격을 딛고 일 중심의 경제 사령탑 행보를 재개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고 보도한 대목 역시 청와대 대변인의 어법을 사용하는 것 같은 느낌까지 주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위에 따르면, 방송사 보도국은 대개 정치/경제/사회/문화/국제 부서로 나뉘는데 국제부를 제외한 각 부서에 속한 기자들에게는 '출입처'가 배정되며 폐쇄성이 높은 출입처일수록 '유착'이라고 표현할 만큼 밀접한 관계를 맺게 되는 경우가 생긴다.

수신료 인상, 지상파 종일방송, 노조 파업 등의 보도에서는 '자사 이기주의'가 두드러진다. 특위는 "방송사 내부적으로 자사 이익을 위한 보도지시를 거부하는 것은 어렵다"며 "정치권이나 자본 권력의 압력에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그나마 주변의 호응이라도 받을 수 있지만 회사의 이익이 걸린 문제에서 원칙을 고수하는 것은 잘 해야 혼자 잘난 사람이 되는 길이고 자칫하면 이적 행위자로 찍히기 쉽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성매매 업소에 급습하는 영상, 무참한 폭력이 자행되는 CCTV 등이 여과없이 보도되는 것은 '시청률 집착'의 유형에 속한다.

'관습적 기사 작성'의 경우, 휴일 스케치가 전형적인 사례다. "정상에 오른 등산객들은 울긋불긋한 산세를 내려다보며 산행의 피로를 잊었다"며 기자가 일종의 '독심술을 발휘하는데, 별다른 거부감 없이 '상상과 추측에 바탕을 둔 내용을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묘사하는' 표현 방식은 기사 쓰기에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특위는 "스케치 기사 자체로는 큰 비난거리나 문제가 아닐 수 있다"면서도 "원론적으로 기사는 문학적 글쓰기가 아니며, 이런 표현 방식에 길들여져 비판정신을 잃어버리게 될 경우 정치적 편향, 광고주 편향 기사를 생산하게 될 개연성이 매우 높아지게 된다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날씨 스케치의 표현 방식이 대통령이나 재벌 회장의 마음을 읽고 미묘한 감정까지 묘사해낼 수 있는 능력으로 변용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방송기자연합회 산하 저널리즘 특별위원회는 심석태 SBS 기자, 정필모 KBS 기자, 최문호 KBS 기자, 임대근 MBC 기자, 이성주 MBC 기자, 김호성 YTN 기자, 김기봉 YTN 기자, 강형철 숙명여대 교수, 윤태진 연세대 교수 등이 참여하고 있으며 위원장은 심석태 SBS 기자가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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