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박정찬 사장이 뉴스통신진흥회에 사표를 제출했다, 또는 이사장에게 사의를 표명했다는 설이 언론계에 파다하다. 박정찬 사장은 지난해 3월 연임에 성공해 2015년 3월까지라는 임기를 남겨두고 있다.

▲ 지난해 3월 연합뉴스 이사회에서 연임이 확정된 후 나오고 있는 박정찬 사장. 연합뉴스 노조는 박 사장 연임을 반대하며 103일간의 파업을 벌였다. ⓒ미디어스
연합뉴스 내부는 물론 뉴스통신진흥회를 통한 관련 사실 확인은 쉬운 문제가 아니다. 많은 미디어 담당 기자들이 확인을 시도하고 있지만 손에 쥔 것은 별 것 없는 모양이다.

하지만 박정찬 사장의 사표 제출 또는 사의 표명 의혹은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정부 교체기 언론사 수장의 운명뿐 아니라 기존 공기업기관장의 운명을 가늠해보는 잣대가 되기 때문이다. 결국 박근혜 당선인이 새 술을 새 부대에 담을지가 관전 포인트라는 얘기다. 임기 보장은 박근혜 당선인 손에게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한 노무현 정부에서 이명박 정부로 교체되며 방송계, 문화계에는 피바람이 불었다. 임기가 남았으나 강제에 의해 물러나야 했던 수많은 사례, 정연주 전 KBS 사장 사례 등을 굳이 열거할 필요는 없을 듯하다.

이명박근혜라는 연속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인사는 다른 문제다. 김대중 정부에서 노무현 정부로 교체될 시기에도 임기가 보장되지 않았던 사례는 얼마든지 있다.

박정찬 사장의 사표 제출 또는 사의 표명 의혹은 여러 각도에서 해석해 볼 수 있다. 그러나 핵심은 박 당선인에게 신임을 구하려는 시도로 보는 게 타당하다는 판단이다.

박 사장은 신년사에서 “연합뉴스는 제 삶의 터전이자 저의 모든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가 결코 회사 발전의 걸림돌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자리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박 당선인의 신임이 절대적이라는 의미로 읽힌다. 타당성을 떠나 빠른 판단이다. 어쩌면 이명박 정부를 거친 학습효과일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든다.

길환영 KBS 사장과 김재철 MBC 사장은 사뭇 다른 태도를 보였다.

김재철 사장은 신년사에서 “각자 맡은 위치에서 자신의 일을 다 하면서, 그리고 즐겁게, 신나게, 재미있게, 보람되게 즐기면서 일해서 모두 함께 웃을 수 있는 올해 연말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임기를 갓 시작한 길환영 사장은 “공사의 위기를 극복하고 글로벌 KBS, 행복한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동참해 달라. 공사창립 40년을 맞이하는 새해에 모든 시청자가 자랑스러워하는 KBS, 대한민국을 행복하게 만드는 방송 KBS가 되도록 저와 함께 힘찬 행진을 출발합시다”라는 말을 남겼다.

김재철 사장의 재기 넘치는 바람은 지적할 필요가 없고 다만 임기 진행 정도에 따라 온도차를 드러냈다는 것은 분명한 듯 보인다. 연임 경력은 아킬레스건인가. 갈 때와 올 때를 구분할 줄 아는 박정찬 사장이 현명한지는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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