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DS라고 한다. 박근혜 당선인이 이끌 새 정부의 정책을 좌지우지 하는 인물들의 인맥을 나타낸 이니셜이다. W는 위스콘신대, I는 연구기관, D는 대우, S는 서강대의 앞 글자 이니셜을 딴 것이다. 최경환, 유승민, 강석훈, 안종범의 위스콘신 4인방 실세에 당선인의 출신 대학인 서강대 인맥을 붙여 놓고 보니 그럴듯한 표현이다. 인맥 그 자체의 형성과정을 알아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지만 이러한 인맥이 결국 어떤 정책에 영향을 미칠지 고민하는 것은 더욱 중요한 문제일 것이다.

▲ 매일경제가 보도한 새로운 실세들의 인맥 ⓒ매일경제

사실 WIDS라는 규정은 정책적인 측면에서 보면 의미가 없는 것일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위스콘신대의 경우 특정한 학문적 편향이 갖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위스콘신대를 다녔다고 해서 반드시 이러한 편향을 갖추고 있다고는 말할 수 없는 것이다. 오히려 위스콘신대 출신이라는 점은 이들이 미국유학을 가던 시기 상대적으로 학비를 싸게 들일 수 있는 학교였다는 점을 떠올려 보는 것이 더 합리적일 것 같다. 대우경제연구소의 경우 당시 재무부에서 이탈한 관료들이나 유학 중인 소장파 학자들을 대거 영입했었다는 사실 정도를 강조할 수 있다. 서강대의 경우는 ‘서강학파’로 잘 알려져 있는 학자 및 관료집단을 예로 들 수 있는데 이들도 어떤 동일한 학풍을 공유하는 집단이라기보다는 박정희 대통령 시대부터 주요한 경제정책에 관여해온 엘리트 그룹이라는 정도로 봐야 한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남은 것은 I, 즉 연구기관인데 조세연구원 등을 예로 들기도 하지만 역시 핵심은 한국개발연구원(KDI)이다. KDI는 한국정부가 예산을 출연하는 출연연구기관으로 1971년에 설립됐다. 이들은 박정희 정권 시절부터 성장을 중시하는 대통령과 재무부에 맞서 안정화 시책을 추진했던 경제기획원의 우군으로 활약했다. 말하자면 오늘날의 소위 ‘모피아’들과는 일부 대척점에 서있는 세력이라는 평가도 가능한 것이다.

비(非)모피아?

이런 기준을 놓고 보니 경제 정책에서의 어떤 명확한 선이 보인다. 위스콘신 4인방의 필두인 최경환 의원은 경제기획원에서 오랫동안 근무한 경력을 갖고 있다. 유승민 의원은 위스콘신 4인방으로 소개됐지만 KDI 연구위원 출신이다. WIDS로 분류되는 것은 아니지만 인수위원회 경제1분과 간사로 임명된 류성걸 의원의 경우는 경제기획원과 맥을 같이 하는 기획예산처 출신으로 알려져 있다.

모피아와 대척점에 있는 집단의 존재를 상정한다면 이한구 원내대표도 이 분류에 집어넣을 수 있을 것이다. 그는 69년 행정고시 7회를 치른 후 재무부에서 고속승진을 거듭하다가 12·12사건 때 ‘JP라인’으로 찍혀 퇴출당한 김용환 전 장관과 동서지간이라는 이유로 덩달아 쫓겨나는 수모를 겪었다. 이때 미국으로 유학 간 그를 도와준 것이 비슷한 처지에 놓여져 있던 이헌재 전 장관이었고 이를 통해 대우그룹 김우중 회장과도 인연이 닿게 된 것이니 ‘정통 모피아’들과 비교하자면 상대적으로 소외된 길을 간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겠다.

안종범, 강석훈 의원 등도 비슷한 처지다. 신자유주의라는 기본적인 공리는 공유하지만 상대적으로 국가의 시장에 대한 개입과 관리를 선호하는 모피아들을 여러 경로를 통해 비판해온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강석훈 의원은 성신여대 교수 시절 인기 라디오 시사프로그램인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고정 출연하며 ‘동반성장’ 등 이명박 정부의 시장 개입 정책을 비판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즉, 어떤 관점에서 보면 박근혜 당선인 주위에 경제 정책에 개입할 수 있는 인사들을 ‘비(非)모피아’로 통칭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모피아로 불리는 일단의 관료들이 워낙 많은 비판을 받아왔고 이명박 정부의 경제정책 운용을 통해 거의 ‘심판 받은 것’처럼 여겨지고 있는 가운데 새 정부가 ‘모피아’라는 딱지가 붙은 인사들을 기용하지 않으려 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로 여겨질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모피아들의 실책을 되풀이 하지 않는 대신 어떤 방향의 경제정책을 추진할 것이냐에 대한 답일 것이다.

모피아를 왼쪽으로 비켜갈 것인가, 오른쪽으로 비켜갈 것인가

대선 기간 동안 경제민주화의 아이콘처럼 여겨졌던 김종인 전 수석의 경우 보다 적극적인 국가의 개입을 통해 바람직한 정책을 실현하는 방향을 모색했던 것으로 보인다. 반대로 경제기획원이나 KDI 출신들의 전통적인 견해는 시장원리를 보다 강화해서 모피아류의 경제정책의 폐해를 극복해보겠다는 것이었다. 양자 중 어느 쪽이 새 정부의 경제정책의 방향이 될까?

▲ 선거운동 기간 중 가계부채대책 공약을 발표하는 박근혜 당선인 ⓒ뉴스1
예를 들면 박근혜 당선인이 야심차게 공약했던 ‘국민행복기금’의 경우 대표적인 국가 개입 정책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기본적으로 국가가 기금을 조성해 신용불량자 등 가계부채 부담을 해소하는 것을 골자로 한 제도이다. 신고전파 경제학 이론에 충실한 인사들이 선호할 만한 정책은 아니지만 가계부채 문제가 워낙 심각하고, 공약을 만드는 과정에서 검토를 충분히 하였으며, 현재 상황에서 실행을 추진하는 것이 일단은 가능하다는 점에서 중단 없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러한 정책과는 정반대의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는 정치적 사건 또한 존재하는 게 사실이다. 이한구 원내대표가 쌍용자동차 국정조사에 반대한 경우가 그렇다. 이 원내대표는 7일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과 인터뷰를 통해 ‘개인의 입장을 말한다면 국정조사에 반대 한다’며 ‘지난 국회에서 이미 국정조사를 실시한 바 있고, 기업이 회생을 해야 정리해고 문제도 해결이 될 수 있는데 정치권의 무리한 주장이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으며, 굳이 책임소재를 찾는다면 쌍용자동차가 상하이차에 인수될 당시 정책결정을 했던 주무부서 장관이 민주통합당 국회의원으로 있으니 그 쪽에서 해명할 문제가 아니냐’는 논리를 폈다. ‘국정조사를 하더라도 목표를 분명히 해야 한다’며 한 발 물러서는 발언을 덧붙이기도 했지만, 어쨌든 어떠한 이유에서든지 쌍용자동차 문제를 국회에서 거론하는 것 자체에 부정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드러낸 것이다.

어쨌든 좋은 결과로 이어져야

시민사회 및 노동계에서 그동안 주장한 해결책은 정부가 쌍용자동차에 공적자금을 투입하여 국유화하거나 국민기업화 하는 등의 절차를 거치고 정리해고 관련 법제도 등을 개혁하자는 것인데 이한구 원내대표의 이러한 입장은 이러한 논의들이 국회에서 진지하게 다뤄질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을 갖게 한다.

▲ 쌍용자동차 해고자 농성장을 찾은 이한구 원내대표 ⓒ뉴스1

물론 정부가 모든 정책을 일관된 방향에 맞춰 배열하는 것은 오히려 좋지 않을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상황에 맞춰 그에 맞는 처방을 내놓는 것이 바람직한 해법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이 나쁜 방향으로 이어지면 오히려 혼란이 가중되는 결과로 이어지기도 한다. 지난 시기 한 쪽으로는 안정화와 개방, 자율, 세계화를 말하면서 또 한 쪽으로는 성장과 경기부양을 외친 결과는 참혹한 것이었다.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모피아의 성골로 불리는 김석동 금융위원장마저 ‘신자유주의는 끝났다’고 말하고 있는 이 혼돈의 시기를 헤쳐 나갈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할 것이다. 과연 박근혜 당선인과 WIDS로 통칭되는 인맥들이 머리를 맞대면 이런 지혜를 얻을 수 있겠는지 계속 지켜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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