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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단결근’ 해고자가 털어놓는 이야기[인터뷰] 이해관 KT새노조 위원장
권순택 기자 | 승인 2013.01.07 08:30

한 대기업이 ‘무단결근’을 이유로 한 노동자를 해고했다. 해고 노동자는 무단결근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 해고당한 KT새노조 이해관 위원장ⓒ미디어스
지난 3일 용산의 한 커피숍에서 만난 이해관 KT새노조 위원장은 2012년 12월 31일자로 해고됐다. KT 측은 ‘무단결근’을 이유로 해고라는 징계를 내렸다. 하지만 이해관 위원장은 세계7대 자연경관 관련 공익제보에 대한 보복 해고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 위원장은 다시 해고자 신세가 됐다. 95년 한국통신 사태 때 해고됐다가 2007년 참여정부 시절 복직됐다. 12년 동안 해고자로 지냈던 그가 다시 해고자가 된 것이다.

이해관 위원장은 “내가 허리통증 환자라는 것을 회사가 몰랐던 것도 아니다”라며 “건강검진에서 5년 동안 지적받았던 사안”이라고 해고의 부당함을 주장했다. 그는 “이번에도 허리통증으로 입원 치료받았고 회사가 요구하는 관련 자료를 다 제출했음에도 불구하고 KT는 결근처리하고 해고시키는 인간백정 같은 일을 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KT사측에서 없는 ‘무단결근’을 만들었다는 것인데 이해관 위원장은 지난 4월 세계7대 자연경관 선정 과정 당시 사용된 KT ‘001' 번호가 국제전화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국제전화 요금을 받았다고 폭로했다. 이 위원장은 해당 폭로로 지난해 3곳(호루라기재단, 한국투명성기구, 참여연대)으로부터 상을 받았다.

이해관 위원장은 “KT에서는 시종일관 해당 행위가 회사에 반하는 활동이라고 말하고 있다”며 “하지만 이는 윤리경영에 적합한 활동으로 회사를 바로 세우는 것이지 망하라고 한 게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인력퇴출프로그램(CP)의 산증인이 바로 자신’이라고 주장하는 이해관 위원장은 KT가 바로 서기 위해서는 △공적 개입이 가능하도록 하는 기업지배구조로의 변모 △노동자와 소비자의 경영참여 △철저한 규제 등이 필요하다고 꼽았다.

이해관 위원장은 박근혜 당선인에게 “경제민주화가 대기업 탐욕에 대한 사회적 제어라고 한다면 세계7대 자연경관 KT의 사기사건과 공익제보자 해고에 대해 관심을 가져달라”고 말했다.

이해관 위원장과의 일문일답이다.

“20년 일 하면서 12년간 해고자로 지냈다…그리고 다시”

- 해고당했는데

“사실은 굉장히 화가 난다. 내가 허리통증이 있는 환자라는 것을 회사가 몰랐던 것도 아니다. 건강검진에서 5년 동안 지적받았던 부분이다. KT도 뻔히 알고 있었고 해당 통증으로 병원에 입원해 치료까지 받았을 뿐 아니라 회사가 요구하는 자료를 제출했는데도 끝끝내 결근 처리해서 해고시키는 인간백정 같은 짓을 했다. 해고는 먹고 사는 문제인데, 이런 걸 아무렇지 않게 처리하는 사람들에 대해 화가 난다. 또, 나는 386세대로 민주화 운동하던 무용담도 애들에게 얘기하곤 한다. 그런데 ‘아버지가 만든 민주화 세상이 이런 거냐’라고 애들이 물어보면 할 말이 없다. KT에서 20년간 일하면서 12년간 해고자로 지냈다. KT가 우리사회에 좋은 기여를 하는 회사로 돌아갈 것이라는 믿음이 있지만 회한도 있다”

“95년 한국통신사태 때 김영삼 정권이 국가전복세력으로 규정하면서 해고됐고 2007년 노무현 정부 때 민주화운동으로 인정받으면서 복직됐다. 그리고 다시 이명박 정부 말기에, 박근혜 당선되면서 해고됐다. KT가 얼마나 정치 부침이 심한 기업인지 보여주는 사례라고 생각된다”

- 보복해고라고 믿는 정황은?

“징계위원회는 요식행위라는 느낌만 받았다. 허리통증에 대한 한방, 정형외과의 진단서를 제출했다. KT의 논리라면 안 아픈데도 아픈척했다는 건데, 그런 거냐고 물으면 답변을 못하더라. 또, 병가를 내줄 수 없으면 무급 휴가로 처리하면 될 일인데 무단결근으로 처리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노무관리자와 계속 통화했고 치료와 입원을 입증하기 위해 회사가 요구하는 진단서를 다 보완해서 냈다. 보복해고라고 믿는 이유는 KT가 시종일관 내가 해사행위를 했다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7대 자연경관 선정 폭로와 관련해 시민단체 등의 상을 받기 위해 조퇴를 신청하면 ‘회사에 반하는 활동을 한 것으로 상을 받는데 어떻게 회사에서 조퇴를 승인해 줄 수 있느냐’고 말했다. 하지만 해당 행위는 윤리경영에 적합한 활동이다. 회사를 바로 세우는 것이지 망하라고 한 게 아니다. 회사에 반하는 것으로 인식하는 것 자체가 이번 징계의 성격을 잘 말해준다”

- 복직이 가능할 것이라고 보나?

“법을 통해서나 복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사라진 것도 아니고 입원한 사람에 대해 무단결근처리하고 해고한 사례는 본 적이 없다. 복직될 수밖에 없다”

   
▲ KT는 일본에 서버를 두고 국제투표서비스를 진행했다고 주장했으나 2011년 10월 24일 투표를 실시한 제주도민의 통화 내역서에는 '영국'으로 국제전화 요금 180원이 청구됐다

- 세계7대 자연경관 선정에 사용된 ‘001’ 번호가 국제전화가 아니었다는 폭로 때문에 보복해고 당했다는 주장인데 국제전화가 아니라는 것은 어떻게 알게 됐나?

“KBS <추적60분> 팀으로부터 ‘다른 나라는 국내전화로 투표했다’는 말을 들은 게 발단이 됐다. 그 후, 여러 사람들을 만나 알아보면서 KT가 국제전화요금을 국민들에게 부과한 것은 사기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런데 폭로할 당시에는 투표가 종료됐기 때문에 아무런 증거가 남아있지 않았다. ‘내가 이걸 입증할 수 있을까’, ‘나만 바보가 되지 않을까’ 주저했지만 일을 저질렀다. 하지만 2라운드가 재밌다. KT가 해명자료를 내면서 역 단서들이 넘어왔다. 처음에 KT는 일본에 서버가 있다는 이야기도 안했었다. KT가 해명하면서 사실이 드러났다. 나중에 알게 된 것이지만 ‘일본’인줄 알았는데 통화내역서에는 ‘영국’으로 돼 있더라. 또, KT는 싼 전화요금으로 서비스를 제공해 부당이득을 본 게 하나도 없다고 주장했는데 네티즌수사대가 반박자료를 찾아서 보내주기도 했다. 참여연대 등 시민사회도 함께 대응하게 되면서 국민권익위원회에 진정을 내기도 하고 공정거래위원회에 표시위반으로 신고도 했다. 이런 절차들이 있었는지 몰랐다. 모두 참여연대 민생희망팀의 아이디어다. 이번 해고 건에 대해서도 그들이 더 많이 격분하고 있는데 시민사회에 대한 KT의 정면도전으로 받아들인 것 같다. 또한 여러 가지 제보를 해준 분들에게 고맙다. 사회가 각박해졌다고 하지만 아직 의인은 살아있음을 느낀다”

“KT가 국제전화요금을 부과한 것은 사기라는 확신이 들었다”

- ‘국제전화’ 여부는 아직 논쟁 중에 있는 사안 아닌가. KT는 인정하지 않고 있는데 

“해외망에 접속하지 않았는데 국제전화라고 하는 건 말도 안 된다. 데이터망과 전화망은 다르다. 전화망은 회선을 점유·독점하는 것이다. 타인이 사용하지 못하는 그 독점을 몇 분, 어디까지 했느냐에 따라 요금이 다르다. 서울-부산과 서울-일본 혹은 미국의 요금이 다른 이유는 거기에 있다. 반면 데이터망은 다르다. 네이버에 접속했다고 해서 다른 사람이 네이버에 접속하지 못하는 건 아니다. 이렇듯 데이터망은 점유가 아니라 공유되는 것이다. 요금의 경우에도 얼마나 데이터를 내려 받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KT에서는 일본에 서버를 뒀다는 것인데 전화망이 아니기 때문에 국제전화요금을 부과해서는 안 된다. KT의 주장이 성립하려면 스마트폰으로 미국 서버에 접속하면 국제전화요금을 청구해야한다는 말이 된다. 말도 안 되는 얘기다”

- KT가 대국민 사기를 쳤다는 건데, 왜 이 같은 일이 벌어진 것이라고 보나?

“해당 문제가 제기됐을 때 이석채 회장이 깔끔하게 잘못했다고 사과하고 책임자를 문책했다면 끝나는 문제였다. 하지만 이석채 회장의 연임이 걸려있던 상황이었기 때문에 ‘생깠다’. 결과적으로 이석채 회장 때문에 KT 이미지가 많이 실추됐다”

- KT하면 ‘죽음의 기업’이라는 문구가 떠오른다. 19명의 노동자가 사망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많은 전문가들은 그 원인을 ‘민영화’에서 찾는다.

“통신산업은 90년대 중반까지 노동집약적 산업이었다. 이를 기술집약적 산업으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민영화와 구조조정이 진행됐다. 그리고 KT가 해외주주들에게 넘어가면서 좋은 일자리를 전부 나쁜 일자리로, 사람을 쫓아내려는 CP가 가동하는 기업으로 변모했던 것이다. 해당 인원을 다른 부서로 보내면서 적응을 못했다며 쫓아내는 게 CP프로그램이다. KT 민영화 당시 필요했던 건 직원들의 참여를 통해 좋은 일자리를 유지하는 것이었는데 그렇지 못했고 무조건 노동조합을 때려잡아야 한다는 식으로 민영화가 진행됐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스텔레콤의 민영화되는 과정에서 2년에 걸쳐 35명의 노동자가 자살했다. 그리고 좌파정부가 들어서면서 해당 회사의 사장을 노동자에 대한 정신학대죄로 기소했다. KT에서 벌어진 노동자의 자살을 반드시 사회적 문제로 인식해야한다. 114번호 안내의 경우, 옛날에는 전화번호부 책자를 많이 외우는 경진대회가 있었고 묘기대행진에서 소개될 정도로 KT노동자는 자신 일에 대해 대단한 긍지를 가졌다. 그런 일이 하루아침에 사라졌을 때 느껴지는 심경이 어떨까. 이런 문제들에 대해 배려가 없는 사회는 경제민주화로 갈 수 없다고 본다. 20~30대 실업자들이 이런 이야기를 하면 ‘한 때라도 정규직으로 있었지 않았냐’라고 불편해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노동자의 상실감은 대단하다. 평생 아꼈던 장비가 고철값으로 팔려나가고 할 일이 없어진다. 평생 안 해보던 일을 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되면서 우울증이 번진다. 그 우울감이 현재 KT를 지배하는 기업문화가 됐다. 이를 치유해야하는 게 경영진들의 역할인데 오히려 그들은 우울감을 이용해 감원하려하고 있다. 이석채 회장이 가장 잘못하고 있는 일 중 하나다”

- KT민영화 이후, 어떤 것이 달라졌나

“노동자의 입장에서는 고용불안이 가장 크다. 정년퇴직이 당연했던 분위기에서 지금은 천연기념물이 돼버렸다. 경영진과의 월급격차는 메울 수 없을 정도로 커졌다. 또 민영화 이전에는 고객의 ‘민원’과 사회적 ‘감사’를 가장 두려워했다. 그런데 지금은 ‘실적’과 ‘수익’을 제일 두려워한다. 영업을 강요하게 되고 비용을 많이 발생시키는 나이 많은 노동자를 잘라야하는 게 그들의 일이 됐다. 민영화 이전에는 과잉투자였는지는 몰라도 증설을 많이 했다. 새로운 장비를 많이 사는 등 국민경제 선순환에 이바지를 했다고 본다. 그 당시 투자가 오늘날 최고의 통신 인프라를 가진 나라로 발돋움하게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해외주주들에게 배당금 퍼주기가 50%를 넘었다. 민영화 이전에 확보했던 부동산까지 매각해서 주주들에게 배당하고 있으니 이것이야말로 민영화의 본 모습이 아닌가 생각된다”

“KT민영화 이후, 해도 노동자들 중산층에서 빈곤층으로 전락”

- 민영화 이전과 이후의 노동자들의 삶에 대한 비교 자료가 있나?

“2003년 <조선일보>기사가 있다. 2002년 한국통신을 나간 사람들에 대한 기사다. 국민연금 납부실적을 기준으로 소득을 역추산한 것인데 대부분이 중산층에서 빈곤층으로 하락했다. 이 같은 문제의 원인은 KT의 민영화와 낙하산이다. 민영화를 하더라도 장기적 관점에서 관리할 수 있도록 했다면 이 정도까지는 안 갔을 것이다. 하지만 민영화의 해외주주는 우리나라 통신 발전에 관심이 없다. 낙하산 인사들도 마찬가지이다. 그들은 단기적인 관점에서 배당과 실적에 관심이 있을 뿐이다. 그것을 견제할 세력은 노조였다. 그러나 민주노조를 무력화시키면서 KT를 괴물기업으로 만들어 놨다”

- KT노조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가

“당시는 신자유주의가 대세였고 정부는 노조가 민영화에 저항하는 것을 기득권 지키기로 매도했다. 김영삼 대통령 때부터 김대중, 노무현 정부 모두 인식이 비슷했다. KT 내에서 민주적으로 활동하는 사람들에 대한 탄압이 반복됐고 노조가 무력화됐다. 그 무기는 인사였다. 주요 활동가들을 지역으로 전보조치, 또는 해고했다. 그런 과정을 통해 내부 견제세력이 거의 없어졌다. 그 완성판이 CP프로그램이다. 내가 산 증인이다. 2007년 복직되면서 혜화와 청량리에서는 전송장비유지보수업무를 했다. 해당 업무에 적응하자 을지로로 이동하게 됐고 영업을 하게 됐다. 그리고 A/S일을 맡게 됐다. 처음으로 자전거를 배웠으며 을지로의 전신주를 파악하게 될 쯤 징계 2개월을 받았다. 이게 CP프로그램이다”

- 통신비 인하는 

“국민에게 드리고 싶은 말은 ‘왜 안 내려가는지’에 대한 구조적인 문제에 관심을 가져달라는 점이다. 단순히 통신사들이 나쁘다가 아니라. SKT도 그렇지만 KT의 경우, 일단 해외주주들이 장악하고 있어 회사를 단순 돈벌이 대상으로 보고 있다. 이런 회사의 구조적인 문제가 바뀌지 않는다면 통신비 인하는 근본적으로 어렵다. 통신비 인하는 기업지배구조 문제로 다가갈 때만 탄력 받을 수 있을 것이다”

- 국민의 기업으로 되돌릴 방안은

“3가지다. 기업지배구조가 공적 개입이 가능하도록 바뀌어야 한다. 국가가 일부를 다시 소유한다던지 안 되면 6%를 소유하고 있는 국민연금관리공단의 의결권을 활용하는 방안이 모색돼야 한다. 둘째, KT 경영을 놓고 보면 낙하산 경영진의 횡포가 심각하다. 장기적 관점에서 노동자와 소비자가 경영에 참여할 수 있는 소비자위원회를 만들고 경영의 중요 결정사안에 참여하도록 해야 한다. 셋째, 규제 문제인데 방송통신위원회는 세계7대 자연경관 KT 사기사건에 손을 놓고 있었다. 규제와 감시를 잘하면 다시 국민의 KT로 복귀할 수 있을 것이다”

- 끝으로 박근혜 당선인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박근혜 당선인의 주요공약 중에 경제민주화가 있다. 대기업 탐욕에 대해 사회적 제어를 하자는 것이다. 7대 경관 사태는 진보 보수 문제 이전에 상식에 해당하는 문제다. 그런 점에서 분명한 관심을 가져줄 것을 촉구한다. 또, 대통령 선거 다음 날 징계 출석 통지서를 받았다. 대기업이 박근혜 당선인의 경제민주화 의지를 과소평가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세계7대 자연경관 KT 사기사건과 해고 문제에 관심과 적절한 개입을 요청한다”

권순택 기자  nanan@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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