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 들어 이렇게 뉴스를 많이 보고 들은 적이 있나 생각해 본다. 확실히 신문, 방송 뉴스, 온라인 뉴스를 이용하는 시간과 횟수가 증가했음은 물론이고,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과 동영상도 자주 본다.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경험을 하고 있지 않을까.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문화제 관련 뉴스와 이슈가 오프라인은 물론 온라인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언론들은 일반국민의 유사 언론행위(아쉽게도 전문가주의가 부족하다는 점에서 유사 언론행위로 표현하겠다)에 대하여 그 내용 자체는 물론이고 생산, 전달, 확산 방식 등에 분석의 잣대를 들이대기 바쁘다. 이 행위는 1인 미디어, 풀뿌리 민주주의, 시민 저널리즘, 스트리트 저널리즘 등 다종다양한 용어로 설명되고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던 단일 이슈에 대한 일반국민의 집단적 유사 언론행위 참여를 설명하는 데는 부족하다. 그 추동력의 근간은 무엇일까.

▲ 5월 31일 오후 8시 프레스센터에서 바라본 서울광장에 수만명의 촛불집회 참가자들이 모여있다. ⓒ미디어행동
여러 요인들이 언급되고 있지만, 촛불문화제의 시작과 확산에는 다음의 ‘아고라’ 등 포털의 이슈 토론 서비스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점에 동의의 초점이 모아진다. 인터넷 정보 유통의 독과점이라는 비판처럼 인터넷 이용자 대다수는 포털이 중심이다.

포털은 웹상에서 이용되는 거의 모든 플랫폼을 구현하고 있으며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런 포털의 이슈 토론 서비스에서는 다양한 형식의 콘텐츠가 작성되고 있고 이보다 더 다양한 의견이 기록·공유된다. 텔레비전 리모콘을 다루듯 자유롭게 멀티미디어를 다루는 네티즌들이 생산하는 콘텐츠는 역동적이며, 그에 대한 반응 역시 활기가 넘친다. 여기에서 링크 등을 통한 논의의 확장과 심화가 일어나고 있음은 물론이다. 이러한 역동성을 찬찬히 살펴보는 것은 마치 단기간 동안 생물의 진화 과정을 보는듯한 유쾌한 경험이다.

이번 촛불문화제에서 포털의 이슈 토론 서비스는 다른 어떤 서비스보다도 ‘공론장’으로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하나의 이슈에 대하여 개방과 공개가 전제된 토론 서비스에 네티즌의 참여가 증대되고 지속되면서, 논의는 온라인을 넘어 오프라인에서도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다수 네티즌의 참여는 규모에 의한 자정능력을 만들어낸다. 때문에 비상식적인 논의나 정보가 일정시간이 지나면서 퇴출되거나 사라지고 있다.

▲ 미디어 다음 아고라 홈페이지.
네티즌은 인터넷의 태생적 특성을 알고 이를 잘 활용하는 영리한 공중이다. 권력기구와 기성 언론에 의해 언로가 막힌 네티즌은 각종 멀티미디어와 인터넷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자연스럽게 포털의 이슈 토론 서비스라는 언로를 개척하였다. 막혀 있는 언로를 뚫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언로를 만들어낸 것이다. 그 동안 여론을 규정해 왔던 기성 언론은 이제 여론을 정리하고 전달할 뿐이다. 지금은 포털 이슈 토론 서비스의 논의를 기성 언론이 힘겹게 쫓아가는 형국이다.

그런데 포털을 통한 여론 형성의 가능성 못지않게 우려에 대한 목소리 또한 잦아들지 않고 있다. 포털에 대한 세무조사, 방송통신위원회가 추진하고 있는 포털 관련 법안,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포털 게시물에 대한 권고 등은 포털에 대한 직접적인 압박을 넘어 포털을 통한 네티즌의 자유로운 의사 개진과 논의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또한 촛불문화제를 기점으로 정치권력이 포털을 통한 네티즌의 유사 언론행위나 의사 개진 및 논의에 대한 통제의 욕구를 더욱 강하게 느낄 수도 있다.

포털이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기업이라는 점은 이익을 낼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네티즌의 유사 언론행위나 의사 개진 및 논의가 가능하다는 것을 암시한다. 독립적이고 자유로운 여론 형성과 공론의 장으로서 포털의 가능성을 유지하고 확대시켜 나가는 것은 언제나 그랬듯이 네티즌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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