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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들이 맞이한 '2013년의 한국사회'세대분열과 양극화에 대한 우려에서 40-80클럽까지
한윤형 기자 | 승인 2013.01.03 07:42

   
▲ 중앙일보 1일자 1면의 감각적인 편집.

신년이다. 그리고 2013년의 첫날인 1월 1일과 첫 업무일인 1월 2일 모두 신문이 나오는 날이었다. 양일의 신문편집을 통해 각 신문의 정치적 성향과 그 성향의 세력이 현재의 한국 사회의 문제를 바라보는 시선을 비교할 수 있는 시국이다. 1월 3일 1면부터는 진행되는 특집을 제외하고는 국회 예산안 관련 갈등을 얘기하는 등 ‘평시 모드’로 돌아갔기 때문에 이 이틀간의 1면에 대한 분석이 중요하다.

그런데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한국일보, 한겨레, 경향신문 6개 일간지의 이틀치 지면을 분석해 보면 지금의 한국 사회가 각 정파의 이념적 해석으로 해결할 수 없는 실질적인 위기에 도달해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 한국일보 1일자 1면 기사. '국민이 희망하는 행복의 조건'들이 대체로 사회양극화를 드러내는 경제문제임을 알 수 있다.

‘위기감’. 어떤 주제를 내걸었던 신문들이 한국 사회를 진단할 때 느끼는 감정은 이것이라 볼 수 있다. 한겨레와 경향신문의 문제의식은 보수언론인 ‘조중동’과 진보언론인 ‘한경’의 고정된 포지션 사이에서 줏대를 가지고 움직이는 한국일보에까지 공유되고 있다. 한국일보는 1일자 1면에서 여론조사 결과를 토대로 사회양극화 해소가 최우선 과제라고 지적했다. 같은 날 한겨레는 ‘격차사회’를, 경향신문은 ‘노후’를 문제로 들고 나왔다. 표현과 접근루트는 다르지만 비슷한 사회문제에 위기를 느낀 것이다.

   
▲ 경향신문 1일자 1면 기사

조선일보 역시 위기감은 공유했으나 그 대상은 달랐다. 1일 1면에서 그들은 ‘북한 비밀 예배’와 ‘2030과 5060의 소통편지’를 소개한다. 한국 사회의 문제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북녘 땅에도 관심을 기울이자는 그들의 의도엔 집요함마저 느껴진다. 물론 종편 방송을 운영하게 되면서 조중동 모두 방송보도와 함께 가는 특집보도를 신문 지면에서 하게 되었다는 경향성은 있다. 하지만 조선일보의 경우 TV조선 김현희 인터뷰와 함께 신문에서 KAL기 사건 보도를 들어갔던 지난해 6월의 보도에서도 알 수 있듯 그러한 특집이 주로 북한 문제와 관련해서 나온다는 특이점이 존재한다.

조선일보의 편집은 어떤 의미에선 보수든 진보든 유권자들의 북한 문제에 대한 망각을 막기 어려운 시대에 강단있게 북한의 존재를 끊임없이 환기시킨다는 점에서 공익적인 측면이 있다. 진보언론의 경우 이에 ‘대항’하려면 한국 사회의 빈곤만 다룰 게 아니라 북한 주민들의 기아 및 빈곤 문제를 다루고 이에 대한 인도적인 지원을 역설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이처럼 진보언론의 포지션에서 다룬 북한 문제는 쉽사리 ‘친북 시비’를 낳게 되고, 그렇기에 남한의 진보담론은 북한 주민에게 별다른 관심이 없다는 점을 반복적으로 어필해야 할 지경이 된다. 그리고 그 공백 사이로 조선일보는 북한 체제를 무너뜨리는 것이 능사라는 식의 보도를 일삼는다.

   
▲ 조선일보 1일자 1면 기사

세대분열에 대한 특집기사는 그들이 일종의 ‘승자의 아량’으로 패자의 상처를 수습하는 국면에 있음을 보여준다. ‘세대결집’이 극명했던 이번 선거의 양상은 승자의 입장에서도 예사로이 넘길 문제가 아니다. 특정 세대에서 대통령과 정권에 대한 불신이 특히 팽배해서는 국정 운영의 안정성을 기약할 수 없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지금 이 순간 박근혜 당선인의 주변 사람들은 마치 천상의 구름 위를 떠다니는 듯, 마약에 취한 듯 몽롱한 심경일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적어도 조선일보만은 2008년 촛불시위와 그 이후 중도층의 지지에 대한 자신감을 잃어버린 이명박 정부의 전례를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박근혜 정부’가 그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상실감을 느끼는 이들을 어느 정도 달래야 한다는 인식이 있을 것이다.

   
▲ 조선일보 1일자 5면 기사. 최재천 교수가 2030 세대에게 부치는 편지다.

조선일보는 2010년 6.2 지방선거 직전에도 모두가 망각한 ‘촛불시위 2주년’ 특집을 통해 ‘반성하는 촛불소녀’를 만들어내며 그 시위 참여자들을 포섭하려는 시도를 한 적이 있다. 본사가 있는 광화문을 사측에 적대적인 수만 명의 시위대가 둘러쌌던 ‘기억’은 조선일보로서도 돌이키고 싶지 않은 것일 거라고 생각된다. 보수언론 역시 박근혜 당선인에게 ‘대통합’을 주문하게 되는 이유 중 하나다. 3일자 1면에 게재된 중앙일보의 특집기사 3편 역시 ‘대통합’을 주문하고 있다. ‘TK 역차별 각오’한 대탕평 인사를 하란다. 물론 그들의 ‘훈수’가 박근혜 정부에서 실현될 가망성은 적을 것이다. 저걸 실천한다면 그들이 정권을 잡은 의미가 사라질테니 말이다. 하지만 조선일보와 중앙일보의 ‘훈수’는 보수언론이라도 정부와 꼭같은 이해관계를 지니는 것은 아님을 드러내는 것이다.   

 

   
▲ 중앙일보 3일자 1면 기사

‘통치’에 대한 보수언론의 ‘위기감’을 떠나 다시 본래의 사회문제로 돌아오자. 사회양극화가 문제라면 이에 대해서 ‘분배’를 말하는 것도 가능하지만 ‘성장’으로 돌파하자고 주장하는 것도 가능하다. 중앙일보가 ‘아시아 시대’라는 아젠다를 신년부터 1면 탑으로 내세우고 1일자엔 휴마트 사회, 2일자엔 창업국가를 내세운 것은 ‘사회의 위기’에 대처하는 전형적인 보수의 방식이다. 또 진보진영의 입장에서도 ‘다른 종류의 성장’을 제시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느낄 수 있는데, 경향신문 2일자 1면에 ‘사회적 경제’ 특집이 등장한 상황 역시 이런 측면에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 경향신문 2일자 1면 기사. 이제는 다소 상투적인 말이 된 '사회적 경제'이지만, 그 취지에서 '보수담론'과 다른 종류의 경제에 대한 고민이 묻어난다.

이런 맥락에서 ‘튀는’ 특집을 만들어낸 것은 동아일보다. 동아일보는 1일자 1면 기사에서 ‘40-80클럽’을 내세우는 편집을 했다. 물론 이 역시 앞서 설명한 ‘사회의 위기’에 성장 담론으로 돌파할 것을 요구하는 보수의 방식이다. 하지만 중앙일보의 접근이 적어도 현 시대의 사회상을 담아내려고 노력한다면, ‘4만불 국민소득-8천만 인구’를 요구하는 동아일보식 접근은 구체적인 삶의 문제에 대한 지표에 대한 검토 없이 일단 수치적으로 성장을 하고 보자는 ‘박정희식 경제성장’의 충실한 재현이다. 

문민정부는 1만불을 넘는 것을 목표로 했고 그것을 달성한지 얼마 안 되어 IMF 구제금융 사태로 도로 미끄러졌다. 국민의 정부는 1만불 고지를 재탈환했다. 참여정부는 집권 초 다양한 정책 이슈를 뒤로 하고 ‘2만불 시대’를 내세웠다. 그리고 작년 5월 조선일보는 통계청이 한국의 인구가 5천만을 넘어섰음을 선언한 것을 계기로 드디어 한국이 ‘20-50클럽’에 가입했음을 선언했다.

   
▲ 동아일보 1일자 1면 기사. '40-80 클럽'이란 목표는 '선진국'이 되기 위해 제시되는데, 여기서 동아일보가 여전히 선진국의 개념을 양적인 수치로 재단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수치들이 오늘날 각 신문이 대체적으로나마 공유하고 있는 ‘한국 사회의 위기’를 해결하는 방안이라 보기는 어렵다. 이는 국민소득이란 지표에만 광적으로 집착한 성장일변도 기조에서 생긴 문제를 다시 한번 그것을 반복하면 풀 수 있다고 주장하는 일종의 ‘야바위’에 해당한다.

이명박 정부 내내 동아일보는 보수언론 진영 내에서도 담론생산 능력이 뒤떨어지고 있음을 증명했다. 올해 신문들이 맞이한 ‘2013년 한국사회’의 내용을 비교해봐도 동아일보의 쇠퇴는 명백하다. 나름의 역사와 전통이 있는 동아일보의 ‘몰락’은 한국 사회에서 언론이 얼마나 한순간에 망가질 수 있는지를 여실히 드러낸다. 언론이 언론 역할을 못 하도록 유도하는 게 보수세력의 집권전략인바, MBC 등 공영방송에 관심을 기울이는 이들 역시 동아일보의 사례에서 많은 것을 배워야 할 것이다.

   
▲ 중앙일보 1일자 4면 기사. 반면 중앙일보는 경제 얘기를 하지만 수치에 포섭되지 않는 가치의 측면을 논하면서 사회 문제에 대한 나름의 해법을 제시하려고 한다.

한윤형 기자  a_hriman@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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