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SBS연기대상은 손현주의 품으로 돌아갔다. 어느 누구도 이견을 달 수 없는, 응당 받아야 하고, 받을 자격이 차고 넘치는 수상이기에 모두들 한마음으로 축하를 건넬 수 있는 수상이었다.

수상을 한 손현주씨는 차분한 어조로 수상소감을 이어갔다. 그러나 그의 차분한 어조는 사실 매우 떨리고 있었고, 수상소감도 중구난방이었다. 그만큼 그는 수상할 것이라는 생각 자체를 하지 않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수상소감 중에 '신사의 품격'을 언급한 것을 보면 그는 '신사의 품격'에서 대상이 나올 것이라고 생각한 것 같다.

그의 수상소감은 준비된 것이 아니었고, 따라서 산만했지만, 그렇기에 더욱 진심이 느껴졌다. 그 진실된 소감이 큰 감동을 끌어낸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추격자를 변방에 있는, 참 없는 것이 많은 작품이라고 말한 것은 아마도 그의 솔직한 심정이었을 것이다.

'아이돌이 없고, 스타가 없고... 그렇기 때문에 죽기 살기로 했습니다.
우리 드라마에 누가 있냐면요... 박근형 선생님이 계십니다. 감사합니다.'

그가 박근형 선생님을 언급하고 고개를 숙이는 장면은, 올 한해 어떤 드라마가 보여준 장면보다 더욱 인상적이고 감동적인 장면이었음에 분명하다. 그는 또 이렇게 말했다.

'추적자라는 드라마가 안방까지 갈 수 있었던 것은....
많은 일들이 있었는데...
그.. 정말 잊지 못하는 SBS의 구본근 본부장님께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손현주는 '구본근 본부장님'을 언급하면서 목소리를 떨었다.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다는 것을 충분히 암시해 주는 떨림이었다. 이 드라마가 제작될 수 있었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이었는지, 특히 스타 한 명 없고, 뻔한 사랑 얘기 없는 이 작품이 만들어지기가 얼마나 힘든 것인지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게 해 주었다.

'마지막으로...
지금도 어디에선가 틀림없이 낮밤을 새우고 있습니다. 밤을 낮처럼, 낮을 밤처럼...
스텝과 연기자들...
그리고 이 일이 아니더라도 각자 맡은 일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는
수많은 개미들과 (울먹임) 이 상의 의미를 같이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는 수상 소감의 끝에 대한민국의 수많은 개미들에게 상의 의미를 돌린다고 말했다. 그것은 어쩌면 연예계라는 조금 특별한 영역이지만 그 안에서 가장 열심히, 꾸준히 일해왔던 자신의 모습을 개미에게 투영시켜왔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손현주는 그런 개미였고, 마침내 최고의 자리에 오르게 되었으니 복받쳐 오르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손현주의 수상은 받을 사람이 상을 받았을 때, 우리가 맞이할 수 있는 카타르시스가 무엇인지를 알려준 사건이었다. 당연한 것이 줄 수 있는 카타르시스가 이렇게 크다는 것은, 당연하지 않은 것들이 더 많다는 반증일 수도 있기에 씁쓸한 마음을 지울 수는 없다.

중요한 건 손현주라는 배우가 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최고 배우 중의 한 명인 이 분에게 마침내 그에 합당한 영예가 돌아간 것 같아 마음이 편하다. 그의 연기를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 감사하고 앞으로도 더욱 멋진 연기를 보여줄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문화칼럼니스트, 블로그 http://trjsee.tistory.com를 운영하고 있다. 문화가 세상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문화 예찬론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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