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대포 살수 등 경찰의 과잉진압이 정점에 달했던 지난 1일 <뉴스데스크> 보도를 두고 MBC 안팎에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날 MBC는 하루 종일 인터넷을 달궜던 ‘군홧발 동영상’을 지상파방송 3사 중 유일하게 보도하지 않는 등 촛불집회 뉴스에 소극적이었다.
시위양상 '정리'에 그쳐…'과잉진압' 경찰 정면비판 안해
1일 <뉴스데스크> '청와대 행진 충돌'에서는 물대포와 소화기 사용 등을 언급했지만 현장 전달에 그쳤고 '물대포에 특공대'의 경우, 제목은 경찰의 강경진압을 비판하는 듯 했지만 리포트 내용은 달라진 시위양상을 정리하는 데 그쳤다.
전체적인 뉴스 배치 역시 쇠고기 정국에 대한 청와대와 정치권의 움직임이 먼저 보도되고 촛불집회 뉴스는 그 뒤로 밀렸다.
'팩트' 없는 정치권 반응 먼저 보도…KBS·SBS, 촛불집회 톱으로 5~6꼭지 보도
이날 MBC가 톱으로 보도한 '조만간 국정쇄신안 발표' '국민에게 항복해야' '장외투쟁 본격화' 등은 팩트보다는 전망과 주장을 다룬 것으로 기사가치 판단에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이 기자들 사이에서 제기됐다.
MBC는 지난 2일 아침뉴스 <뉴스투데이>와 <뉴스데스크>에서 하루 늦게 '군홧발 동영상'을 보도했고 3일에서야 '경찰청장 퇴진' '갈팡질팡 대응' 등으로 경찰을 정면 비판했다.
MBC노조 "신뢰 떨어질까 우려"…시청자게시판 "SBS보다 못하다"
MBC는 이날 새벽에만 해도 방송3사 가운데 제일 먼저 뉴스특보를 내보내는 등 촛불집회 현장을 발 빠르게 보도해왔기 때문에 안팎의 비판 여론은 더 따가웠다.
MBC 사내 보도 감시기구인 전국언론노조 MBC본부(위원장 박성제) 보도민실위원회는 민실위 회의를 거쳐 4일 오전 김성수 보도국장에게 공식적으로 우려를 전달했다.
보도민실위원회 간사를 맡고 있는 김재용 기자는 "큰 틀에서는 잘 하고 있지만 한 순간의 실수로 그동안 간신히 쌓아놓은 시청자의 신뢰가 무너질 수 있는 만큼 기자들의 우려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MBC 뉴스페이지 시청자의견 게시판에도 "한 방송국의 뉴스가 한 목소리를 내지 못한다"(아이디 SURI83) "주말 뉴스데스크 책임자가 다른가 봅니다"(MAGELLAN21) "집나간 MBC를 찾습니다"(CAPSTON2) "주말뉴스 SBS보다 더 형편없었네요"(OKIJAKI) 등 비판적인 의견이 줄을 이었다.
MBC 보도국장 "청와대 입장 변화 중요하다고 봤다…나에게 책임"
MBC 김성수 보도국장은 지난 1일 뉴스 편집에 대해서는 "시민들이 동십자각 앞까지 진출한 매우 위급한 상황에서 청와대가 이 사태를 어떻게 보느냐가 중요하다고 봤다"며 "그 전까지 미동도 않던 청와대에서 이날 밤 구체적인 변화조짐이 포착됐기 때문에 톱으로 올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군홧발 동영상'이 1일 <뉴스데스크>에서 보도되지 않은 데 대해 김국장은 "결과적으로 나에게 책임이 있다"며 "기사나 화면에서 자극적이지 않도록 신중하게 하라는 지시가 일선에 영향을 미친 것 같다. 비판은 감수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 국장은 "압력 같은 것은 전혀 없었다. 뒤로 물러날 이유도 없고 앞으로 그럴 생각도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