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은 MBC 역사에서 길이 남는 한해가 될 것 같다. 지난 1월 25일 보도국 제작거부로 촉발된 파업이 170일 간 이어졌다. 하지만 파업의 효과는 미미했다. 더 이상 편파보도를 할 수 없다는 조합원들의 분노가 파업으로 이어졌지만 파업 기간 중이었던 4.11총선 기간동안은 물론이고 파업 이후 18대 대선기간에도 MBC의 편파보도는 극에 달했다. 대선 이후에도 그 기조는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

MBC는 파업의 여파로 100명이 넘는 인원이 해고, 정직, 교육발령, 부당전보 등으로 현업에서 쫓겨난 상황이다. MBC 상황에 대한 평가와 앞으로의 전망 등을 물어보기 위해 170일 파업 기간 동안 가장 먼저 해고됐던 이용마 MBC노조 홍보국장을 지난 26일 만났다. 이용마 홍보국장은 올 한해에 대해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고 평가했다. 이용마 홍보국장은 "현재 MBC는 삼류방송으로 전락했다. 여기에는 노동조합도 분명히 책임이 있다"면서도 "경영진이 회사에 대한 애정이 조금이라도 있었으면 이 정도까지는 안 왔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 이용마 MBC노조 홍보국장 ⓒ미디어스

이용마 홍보국장은 MBC 사태 해결을 위한 가장 시급한 조치로 김재철 사장 퇴진을 꼽았다. 이 홍보국장은 "김재철 체제가 유지되는 한 MBC 경쟁력 회복은 요원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MBC 내부는 파업에 참여한 사람들과 불참자 간에 엄청난 간극이 있다. 조직 내부의 반목과 갈등이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 이런 상황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내부 구성원들로부터 신뢰받는 사람들이 사장이나 경영진에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국민의 방송 논의, 신중하게 접근해야"

대선 이후 국민의 방송을 만들자는 움직임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이런 움직임이 일어난 이유는 대선 기간 동안 공영방송인 KBS나 MBC가 편파방송을 일삼았기 때문이다. 이용마 홍보국장은 "대선기간동안 공영방송은 사실상 국영방송이었다"면서 "철저하게 여당과 여당 후보를 위한 나팔수 노릇을 해왔다"고 비판했다.

그는 국민방송 실현 가능성에 우려를 나타냈다. 이용마 홍보국장은 "그런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은 이해하지만 방송국을 만든다는 게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라면서 "지금 인터넷 방송국을 만들자는 이야기도 나오는데 이번 선거에도 SNS를 통한 소통은 대단히 활발했지만 제한된 사람들 간의 소통이라는 한계가 존재했다. 이런 부분을 넘어서야하는데 현실적으로 어려운 점이 있지 않나 생각된다"고 말했다.

또 이 홍보국장은 "또 다른 점은 그럼 MBC나 KBS를 다 포기할 거냐는 것"이라면서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 시절에 공영방송들이 충분히 제목소리를 낸 측면들이 있는데 이런 것들은 다 버릴 것이냐는 딜레마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좀 더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MBC 민영화되면 정치·경제 권력 눈치 볼 수 밖에 없을 것"

박근혜 후보가 당선되자 MBC 계열사 가운데 유일한 상장회사인 iMBC 주식이 급등했다. 민영화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용마 홍보국장은 "사실 제일 우려되는 게 민영화"라면서 "여당 내에서 MBC 민영화에 대한 생각이 강한 것으로 알고 있다. 앞으로 5년 동안 전격적으로 추진하지 않을까 우려가 되는데 심각한 문제"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이용마 홍보국장은 "민영화가 되면 정치권 뿐 아니라 기업의 눈치도 볼 수밖에 없을 것"이라면서 "그렇게 되면 사회적 약자나 국민들의 입장에서 보도를 하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용마 홍보국장은 "김재철 사장이 그 동안 본인의 맨얼굴을 드러내 버렸기 때문에 정부가 그대로 안고 가는 것도 쉽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누가 사장을 하던 경영 성과를 올리기 위해서는 지금 벌어진 상황들을 해결해야한다. 노사 모두 이런 관계로 갈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 MBC 노동조합 공식 트위터(@saveourmbc) 캡쳐

대선 후 MBC 노동조합 공식 트위터에는 트위터리안들이 위로의 말을 전하는 글들이 이어졌다. 이용마 홍보국장은 "그 동안 MBC가 많은 국민들의 사랑을 받아왔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거기에 우리가 제대로 부응하지 못했다는 것에 대해 아쉬움이 남는다"면서 "그렇다고 MBC가 여기서 끝난다는 것은 아니다. 제자리를 찾기 위해 부단히 노력할 것이니 조금만 더 성원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다음은 이용마 홍보국장과의 일문일답

- 2012년은 MBC 역사에 길이 남을 해 인 것 같다. 평가를 해본다면?

파업을 시작할 때 이렇게까지 길고 힘든 싸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을 하고 시작한 것이 아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적어도 92년 50일 파업 기록은 깰 것 같다는 예상은 했지만 너무 길어져도 안 된다는 생각은 있었다. 하지만 김재철 사장이 노사 대화에 대한 의지가 부족했고 특히 총선에서 여당이 이긴 뒤로는 전혀 대화 의지를 안 보였다. 그러다 보니 불가피하게 길어질 수밖에 없었다.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현재 MBC가 삼류방송으로 전락한 상황이다. 여기에 대해서는 노동조합도 분명히 책임이 있다. 상당히 아쉬운 부분은 경영진이 회사에 대해 조금만 애정이 있었더라도 이 정도까지는 안 왔을 것이라는 점이다.

- 올해 170일 동안 파업을 이어갈 수 있었던 것은 편파 보도에 대한 조합원들의 분노가 컸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파업 이 후 오히려 보도의 편향성이 심해졌다. 그 기조는 아직 유지되고 있다.

우리가 파업을 하게 된 계기가 편파보도에 대한 책임을 물어 보도본부장, 보도국장, 그리고 보도국의 사회, 정치, 편집부장을 교체해 달라는 것이었다. 단협에 나와있는 규정에 의해 정당하게 문책을 요구한 것이었지만 김재철 사장이 받아들이지 않았다. 파업 이후 보도본부장과 보도국장은 어떤 형식이 됐던지 간에 김재철 사장이 교체를 했다. 하지만 편파보도의 직접 당사자인 김장겸 정치부장은 끝까지 함께 가고 있다. 이것이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어떻게든지 여당이 선거를 이길 수 있도록 해야 되지 않느냐는 의지가 회사에 대한 애정보다 훨씬 강했다는 것을 나타낸다. 그래서 파업 복귀 이후 오히려 (편파보도가)더 심해진 것이다. 파업 복귀 이후 대선이 가까워지면서 MBC의 비정상적인 상황을 사측이 오히려 즐긴 게 아니냐는 생각도 든다.

▲ 지난 3월8일 서울 여의도문화마당에서 열린 '방송3사(MBC, KBS, YTN) 공동파업 집회'에서 MBC노조원들이 "MBC 국민의 품으로 돌아가겠습니다"가 적힌 손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오마이뉴스 권우성 기자

- 2008년 촛불 국면에서 가장 사랑받았던 방송이 MBC다. 마봉춘이라는 애칭으로 불렸던 MBC가 현재는 가장 큰 지탄을 받고 있다. 김재철이라는 한 사람에 의해 이렇게까지 무너지리라고 생각했던 사람이 없었을 것인데 외부에 휘둘릴 수밖에 없는 취약한 구조였던 것은 아닌가?

사실 ‘왜?’라는 부분에 대해 해답을 찾기가 너무 힘들다. 모든 인사권을 가진 사장이 바뀌었고 그에 따라서 간부들도 줄줄이 바뀌면서 이 사태까지 왔다. 보직을 맡고 있는 사람들, 파업에 불참했던 일부 사람들과 파업에 참여 했던 대다수가 완전히 갈라져서 서로의 반목과 분열, 갈등이 MBC 창사 이래 최고 수준일 것 같다. 참 심각하다. 공영방송 MBC를 어떻게든 회복해 보려고 한 권력 없는 다수가 파업이라는 극한적인 수단을 동원해 노력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권력을 가진 소수의 버티기에 의해 결국은 처참하게 뭉개진 현실이 돼 버렸다.

사전 조치인 국장 임명 동의제 같은 시스템이 마련돼 있었으면 하는 제도적 장치들에 대한 아쉬움도 있다. 지금 있는 제도는 공정방송협의회에서 문책 요구를 하면 보직 변경을 해야하는 사후적인 조치들이다. 과거에는 노사간에 상식적인 수준에서 대화가 통했기 때문에 그런 부분까지 가지 못했다. 물론 김재철 사장이 안 지키면 그만이지만 그래도 많이 아쉽다.

- MBC가 다시 국민의 방송으로 돌아가기 위해 해결해야할 과제들이 어떤 것들이 있을까? 그 중 가장 시급한 일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가장 급선무는 김재철 사장 퇴진이다. 내가 볼 때 김재철 체제가 유지되는 한 MBC 경쟁력 회복은 요원하다. 김재철 사장 퇴진 이후 구성원들로부터 신뢰 받는 사람이 사장이나 경영진이 돼야한다. 지금 경영진은 김재철 사장은 물론이고 본부장들도 구성원들로부터 불신을 받고 있다. 그런데 자기들이 수습을 하겠다는 것은 말이 안되는 이야기다. 이근행 전 노조위원장과 정대균 수석부위원장을 특별채용한다는 것도 어떻게든 살아남아보자는 꼼수로밖에 해석이 안 된다. 김재철 사장 임기가 1년 이상 남았는데 그 임기를 다 채우게 되면 공영방송 MBC는 그 사이에 진짜 망할지도 모른다.

신뢰받는 사람들이 임원으로 선출되면 현재 본래 업무에서 배제된 사람들이 제자리를 찾을 것이라고 본다. 그래야지 구성원들도 경영진을 믿고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제일 중요한 것은 노사화합인데 지금은 그것이 이뤄질 수 없는 조건이다. 이런 상황에서 경쟁력이 살아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

- 대선이 끝난 후 국민방송을 만들자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공익재단 형태의 새 방송매체 설립을 추진하는 뉴스타파 시즌3과 (가칭)<국민TV방송> 크게 두 가지 움직임이 있는데 이런 현상에 대해 어떻게 보나

그런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을 이해한다. 그렇지만 현실성으로 볼 때 방송국을 만든다는 게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는 점에서 우려는 있다. 지금 뉴스타파를 매일 방송 할 수 있게 하자는 이야기도 나오고 인터넷 방송국을 만들자는 이야기도 나오는데 인터넷을 통한 뉴스 공급에는 한계가 있다. 이번 선거에서도 SNS를 통한 소통은 대단히 활발했지만 제한된 사람들 간의 소통이라는 점이 존재한다. 그것을 넘어서야하는데 이런 부분에 있어 현실적으로 어려운 점이 있지 않나 생각된다. 또 다른 점은 그럼 MBC나 KBS를 다 포기할 거냐는 것이다. 국민의 정부, 참여 정부 시절에는 공영방송들이 충분히 제목소리를 낸 측면들이 있는데 이런 것들을 다 버릴 것이냐는 딜레마가 있다는 것이다. 국민의 방송에 대한 목소리가 나오는 것에 대한 배경은 이해하지만 좀 더 신중하게 접근해야하지 않냐는 생각을 갖고 있다.

- 이런 움직임이 일어나는 것 자체가 대선 기간 동안 KBS, MBC 등 공영방송이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방증인 것 같다.

대선기간동안 공영방송은 공영방송이 아닌 사실상 국영방송이었다. 철저하게 여당과 여당 후보를 위한 나팔수 노릇을 해왔다고 본다. 80년대 전두환 정권 시절에는 이런 나팔수 역할을 하면 간부들이 후배들한테 미안해했다. 그런데 지금은 미안해하는 게 아니라 대놓고 앞장서서 하지 않냐. 특히 MBC는 ‘여기봐주세요’라는 차원에서 그 어떤 곳보다 앞장서서 박근혜 후보를 위한 편파방송을 했다. 앞으로 또 다시 이런 일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지독한 편파방송을 했고 평가하기조차도 부끄러운 수준이었다.

▲ 파업이 후 본업에 돌아가지 못하고 있는 MBC 조합원들 ⓒMBC노조

- 대선 후 iMBC 주식이 상한가를 치는 등 MBC 민영화에 대한 기대심리가 있다. 최근 진행되고 있는 강릉-삼척 통폐합도 민영화와 관련 있다고 보는 시각이 있다. 민영화 문제 어떻게 생각하나?

사실 제일 우려되는 게 민영화다. 여당 내에서 MBC 민영화에 대한 생각이 강한 것으로 알고 있다. 앞으로 5년 동안 전격적으로 추진하지 않을까 상당한 우려를 하고 있는 데 진짜 심각한 문제다. 민영화가 되면 가장 나쁜 점은 방송사 운영자체가 기업의 논리에 의해 좌우된다는 것이다. 기업의 수익에 조금이라도 문제가 있다고 생각되면 비판적인 보도를 못하게 막을 것이다. 또 정치권의 눈치도 봐야한다. 재허가권을 쥐고 있지 않느냐. 쉽게 말해서 사회적 약자나 국민들의 입장에서 보도를 하는 게 아니라 힘 있는 정치·경제 권력의 눈치를 끊임없이 보게 될 것이다.

우리 구성원들의 다수는 지금 시스템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을 하고 있다. 민영화 이야기가 나온다면 다수 의지와 반하기 때문에 마찰은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MBC 올해 광고 매출이 작년대비 1,000억이 넘게 떨어졌다. 회사는 노조의 파업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는데

파업 기간 보다 그 이후에 광고가 더 많이 떨어졌다. 이게 시사하는 바는 노조의 파업보다 회사의 경영능력의 문제다. 그리고 파업에 참가한 사람들은 임금을 하나도 받지 않았다. 그로 인해 회사에 세이브된 돈이 파업 기간 동안 광고를 놓친 부분을 상쇄하고도 남는다. 문제는 파업 이후다. 노조가 업무복귀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회사측에서 편가르기 인사를 통해서 상당수의 능력 있는 기자, PD, 아나운서를 외부로 쫓아냈다. 그래서 회사의 경쟁력과 시청률이 떨어지고 광고 수주율까지 영향을 미친 것이다. 그런 부분들에 대해서는 전부 빼버리고 무조건 노조 탓만 하고 있다. 우리는 분명히 노조에도 책임이 있다고 인정을 한다. 하지만 1차적인 책임은 경영진이 져야한다. 노조가 파업해 광고 수주가 떨어졌다고 하는 것은 회사 경영진이 할 말이 아니라 제 3자가 노조 욕을 할 때나 하는 이야기다.

- 앞으로 전망을 어떻게 보나

상황이 낙관적이지는 않은데 그렇다고 해서 비관적으로만 보지는 않는다. 김재철 사장이 그동안 본인의 맨얼굴을 드러내버렸기 때문에 김 사장을 그대로 안고 가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누가 사장을 하던 회사 경영 성과를 올리기 위해서는 지금 벌어진 상황들을 해결하지 않고는 불가능하다. 지금까지는 노사 대립이 극한적으로 진행되어왔는데 이제는 이런 관계로 갈 수 없다는 것을 경영진도 노동조합도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보다는 상황이 나아질 가능성이 훨씬 높다고 본다. 물론 회사가 지금처럼 노조를 배제하는 일방통행 기조를 유지하면 불가능하겠지만 회사를 조금이라도 정상화하려고 한다면 상황은 지금보다는 나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 대선이 끝난 후 트위터를 통해 위로의 말을 전한 분들이 많았다. MBC를 응원하고 있는 분들에게 한 말씀 해주신다면

우리가 오히려 미안해 해야되는데... 그분들이 미안하다고 하는 것을 보고 그래도 MBC가 많은 국민들의 사랑을 그동안 받았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거기에 우리가 제대로 부응을 하지 못했다는 것에 대해 아쉬움이 남고 서글프다. 오죽하면 국민방송을 만들자는 이야기까지 나오겠냐. MBC가 여기서 끝난다는 것은 아니다. 다시 살아날 것이다. 제자리를 찾기위해 부단히 노력할 것이니 MBC가 끝났다고 생각하지 마시고 조금만 더 성원해 주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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