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내부의 9개 협회는 KBS이사회가 고대영 전 KBS보도본부장에 대한 임명 동의안을 부결시킨 것에 대해 "뒤늦게나마 사내 구성원들의 여론을 수렴한 이사회의 결정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 고대영 전 KBS 보도본부장
길환영 KBS 사장은 고대영 전 보도본부장, 육경섭 전 인력관리실장을 각각 방송, 경영 담당 부사장으로 임명하는 데 동의해줄 것을 요청하는 안을 26일 KBS이사회에 제출했으나 둘 다 부결된 바 있다.

KBS 안팎에서는 여당 이사들 7명의 지원으로 임명동의안이 별다른 어려움 없이 통과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으나, 4명의 야당 이사들 외에 여당 이사 3명까지 '고대영 부사장 임명 반대'에 가세하면서 반대 7표 찬성 3표 기권 1표로 부결됐다. 고대영 전 보도본부장은 올 1월 KBS 양대 노동조합이 보도본부 조합원 71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신임투표에서 투표 참여 인원(595명) 대비 84.4%(502명)의 높은 불신임을 받은 뒤 스스로 보도본부장 자리에서 물러난 인물이라는 점에서 임명동의 절차를 앞두고 KBS 구성원들의 반대 목소리가 거셌다.

경영협회, 기자협회, 방송그래픽협회, 방송기술인협회 등 KBS 내부의 9개 협회는 27일 공동 성명을 통해 "고대영씨는 기자와 PD, 기술, 경영 등 사내 구성원 대부분이 반대하는 인사였다는 점에서 천만다행"이라며 "뒤늦게나마 사내 구성원들의 여론을 수렴한 이사회의 결정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또 이들은 "편파와 친정권적 보도로 공영방송의 가치를 훼손해 70%가 넘는 기자로부터 불신임을 당해 해임된 인사를 부사장으로 제청한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며 "길환영 사장은 본인이 제청한 인사가 부결됐다는 점에 대해 깊이 반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길환영 사장을 향해 "새 부사장 후보자를 제청할 때 공영방송에 대한 철학이 확고한지, 자질과 도덕성은 갖췄는지, 그리고 구성원들로부터 신임을 받고 있는지 등을 면밀하게 살펴야 한다"며 "현재 거론되는 이화섭 현 보도본부장도 고대영 전 본부장과 다를 바 없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두 사람 모두 편파보도와 제작자율성 훼손에서 만큼은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로 막상막하의 인사들"이라며 "똑같이 부적격자인데도 이화섭 본부장이 부사장으로 선임된다면 고대영씨에 대한 부결의 정당성이 훼손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구성원들의 의사를 물어 부사장 후보를 제청하든지 임명할 사람이 정 없다면 비워두고 가라"며 "차라리 없는 것만 못한 인사가 부사장이 되느니 비용이라도 절감하는 게 낫다"고 덧붙였다.

26일 부사장 임명동의안이 통과될 경우, 본부장과 주요 실국장에 대한 인사가 연달아 이뤄질 것으로 예상됐으나 부사장 임명이 무산됨에 따라 대규모 인사는 내년으로 미뤄질 전망이다.

배재성 KBS 홍보실장은 27일 "빠른 시일 내에 후속 작업을 진행해 여건이 마련되는 대로 (다시) 부사장 임명 동의안을 (이사회에)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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