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대영 KBS 전 보도본부장
길환영 KBS 사장이 올해 1월 KBS 기자들로부터 84.4%의 높은 불신임을 받은 뒤 스스로 보도본부장 자리에서 물러났던 고대영 전 KBS 보도본부장을 KBS 부사장으로 임명하려다, KBS 여당 이사들의 반대로 무산됐다.

길환영 사장은 고대영 전 보도본부장, 육경섭 전 인력관리실장을 각각 방송, 경영 담당 부사장으로 임명하는 데 동의해줄 것을 요청하는 안을 26일 KBS이사회에 제출했으나 둘 다 부결됐다.

고대영 전 본부장의 경우 26일 오후 이사회 표결에서 11명의 이사들 가운데 7명의 이사가 반대해 임명동의안이 통과되지 못했다. 4명의 야당 이사들 외에도 3명의 여당 이사들까지 임명에 반대한 것이며, 찬성은 3표에 불과했다. 기권은 1표다. 육경섭 전 인력관리실장의 경우에도, 찬성 4표 반대 6표 기권 1표로 임명동의안이 통과되지 못했다.

이번 부사장 임명 건을 놓고 KBS안팎에서는 여당 이사들의 지원으로 임명동의안이 별다른 어려움 없이 통과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으나 여당 이사들까지 '고대영 부사장 임명 반대'에 가세한 것은 예상을 벗어난 결과라는 평가다.

남철우 KBS 새 노조 홍보국장은 26일 <미디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고대영 부사장 임명을 놓고 청와대 압력설이 돌고 있는 상황에서) 이사회가 외압에 대해서, '거수기' 역할을 하지 않겠다는 나름대로의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해석한다. 박근혜 후보 당선과 관련해 여당 이사들 내부의 미묘한 갈등도 영향을 미친 것 같다"며 "사장이 제출한 부사장 임명동의안이 부결된 것은 사상 초유의 사태"라고 밝혔다.

여당 추천인 한진만 KBS이사는 부결과 관련해 <미디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현재 상황에서 부사장으로 적합한 인물이 아니라고 봤던 것 같다. 이사회에서 (부사장으로서) 좋은점, 나쁜점을 이야기하다가 표결을 통해 부결된 것"이라고 전했다.

한진만 이사는 '이사회가 (정권의) 거수기 역할을 하지 않겠다는 나름대로의 의지 표명이라는 평가가 있다'는 <미디어스>의 질문에는 "그런 것일 수도 있다"며 "독자적으로 판단한 것이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한편, KBS 새 노조는 26일 오후 이사회를 앞두고 성명을 내어 고대영 전 본부장에 대해 "그는 이병순 사장 때 보도총괄팀장, 김인규 사장 때 보도본부장을 지내며 KBS를 MB 방송으로 전락시킨 핵심 인물이었다. 또한 지난해 모 기업으로부터 수백만 원의 골프, 술 접대를 받아 KBS의 얼굴에 먹칠을 한 사람"이라며 "이길영-길환영-고대영 삼각편대로 KBS를 말아먹고 비판세력을 탄압하려는 시도인지 모르겠지만 우리는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처절히 맞서 싸워줄 것"이라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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