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날에 새 앨범을 발표하는 것 자체는 참 좋은 아이디어인 듯싶습니다. 사실 올해는 걸그룹의 활동과 대중의 관심 양쪽 모두 시들시들했던 해였습니다. 아쉽지만 올해는 그냥 넘기고, 초심으로 돌아가겠다는 각오로 새해 첫날 새로운 정규앨범을 발표하는 것이 마음가짐으로 보나 전략적으로 보나 의미 있는 일일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소녀시대가 새해 첫날인 2013년 1월 1일, 네 번째 정규 앨범 ‘I got a boy’를 발표하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간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이에 앞서 어제 앨범 수록곡 중 한 곡을 선공개했지요. Duffy의 ‘Mercy’를 한국어로 개사하여 부른 ‘Dancing Queen’이라는 곡이 이들의 첫 번째 선공개 음원이었습니다.

사실 이 곡은 이번 새 앨범을 위해 만들어진 노래가 아니라 이미 2008년도에 완성된 곡입니다. 당시 뮤직비디오까지 만들어 놓은 상태였지요. 어제 음원 공개와 함께 뮤직비디오도 공개가 되었는데요. 4년 전의 소녀시대 모습이 신선하게 다가오더군요. ‘Dancing Queen’의 뮤직비디오는 그들이 2009년 1월에 발표한 히트곡 ‘Gee’의 의상, 스타일, 배경 등과 똑같았습니다. 아마도 ‘Gee’의 뮤직비디오를 촬영할 당시 같이 만들어진 뮤직비디오가 아닌가 싶습니다.

그런데 많은 부분이 아쉬웠습니다. 왜 하필이면 ‘Mercy’를 리메이크한 노래를 첫 번째 선공개곡으로 내 놓았을까 하는 점부터, 음악 자체를 놓고 봤을 때의 평점, 이번에 소녀시대가 잡은 컨셉 등 여러 부분에 대해서 걱정과 우려가 앞서기 시작했죠. 선공개 음원이라는 컴백을 알리는 첫 단추가 잘못끼워진 것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만든 지 4년이 된 탓인지, 지금의 트렌드와는 조금 동떨어진 분위기를 내더군요. 레트로 스타일이라고 말할 수도, 그렇다고 최신 감각으로 재해석된 곡이라고 말할 수도 없는 애매한 분위기의 곡이었습니다. 자칫 잘못하면 명곡 ‘Mercy’를 망쳐놨다는 비난까지 들을 수도 있는, 제대로 정리가 되지 않은 듯한 노래였지요.

무엇보다 ‘Mercy’는 1년 전 한국에서 큰 반향을 일으킨 노래였습니다. K팝스타 오디션에서 이하이가 이 곡을 기가 막히게 소화해 내면서, 더불어 원곡 ‘Mercy’가 엄청난 인기를 얻게 되었지요. 원래부터 유명한 팝 넘버였지만, 이하이 덕분에 더욱 주목받게 된 노래였습니다. 이하이 때문에 이 노래를 알게 되었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은 듯 했습니다.

원곡보다 리메이크된 노래가 훨씬 돋보였다고 평가되는 노래 중 하나가 바로 이하이의 ‘Mercy’입니다. 그녀가 ‘Mercy’라는 노래를 통해 보여준 그루브와 애드립, 찐득한 소울 느낌은 오랜 동안 회자가 될 정도였습니다. K팝스타 마지막 라운드에서 박지민이 도전했던 노래이기도 합니다. 그녀만의 ‘Mercy’를 뺏어 오고 싶을 만큼, 이하이가 부른 ‘Mercy’는 완벽 그 자체였다고 말할 수 있었죠.

소녀시대가 2008년도에 녹음한 그대로를 공개한 것인지, 아니면 이번 새 앨범에 수록하기 위해 새롭게 녹음을 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어제 공개된 ‘Dancing Queen’은 이하이의 ‘Mercy’를 은근히 의식한 듯한 느낌을 갖게 합니다. 소녀시대 멤버들이 온갖 기교를 부려가며 유난히 애드립을 구사하는 듯 들렸지요. 그런데 그 느낌은 ‘정말 노래 잘 한다’가 아니라, ‘너무 억지스럽다’ 쪽에 더 가까웠습니다.

타이밍이 그리 좋아 보이지가 않습니다. 만약 이하이라는 괴물 신인이 해석한 ‘Mercy’가 존재하지 않았더라면, 어쩌면 소녀시대의 ‘Dancing Queen’은 신선한 리메이크로 대중의 기억에 남게 되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이미 이하이의 기막힌 목소리를 한 번 거쳐간 노래이며, 그 여운은 아직까지도 남아있는 상태이지요.

뛰어난 음악성을 지닌 뮤지션이 전혀 다른 스타일로 ‘Mercy’를 리메이크 한다면 모를까, 소녀시대가 부른 ‘Dancing Queen’ 정도로는 어림없는 노래입니다. 물론 이하이와 다른 분위기, 다른 느낌으로 만들어진 노래이고, 어쩌면 그녀를 전혀 의식하지 않고 새 앨범에 수록했을지도 모르지요. 그렇다면 ‘Dancing Queen’에서의 소녀시대의 애드립은 적당해야만 했습니다. 너무 과한 기교는 그들의 뜻과는 상관없이, 누가 누가 잘하나 식의 치기로 밖에 여겨지지가 않으니 말입니다.

단 한 곡만 선공개된 상태고 아직 어떤 장르의 노래들로 채워졌는지 알려진 바는 없지만, ‘I got a boy’라는 앨범 제목은 또 하나의 염려를 낳습니다. 여전히 소년을 주제로 다루고 있고, 소년 앞에 선 소녀들이라는 컨셉을 계속해서 고수하고 있는 듯한 것이 진부하게 느껴져서 말입니다. 모든 멤버들이 소녀티를 완전히 벗어난 지금, 이쯤 해서 주제를 좀 바꿔도 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듭니다.

아무튼 이번에 발표한 선공개곡 ‘Dancing Queen’은 너무 섣불렀다는 생각이 지배적입니다. 첫 방에 주목을 끌어야 한다는 플랜을 놓고 볼 때,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일으키지 않을까 싶기도 하지요. 타이틀곡이 아닌 것이 천만다행입니다. 모쪼록 새해 벽두에 공개되는 그들의 타이틀곡과 컴백 무대는 빛나는 새해처럼 밝고 눈부신 성과를 가져다주길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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