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혜화역 앞에서 시민사회단체 국민연대 주최로 열린 '미치도록 투표하고 싶은 유권자들의 스케치북 띠잇기' 행사에서 참석자들이 투표참여 캠페인을 하고 있다. 이날 행사에는 영화배우 김여진씨, 정태인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장, 진중권 동양대 교수,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 등이 참여했다. ⓒ뉴스1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발표한 이번 제18대 대통령 선거의 최종 유권자 수는 4046만 4641명이다. 87년 선거 이후 가장 극렬한 양자대결 구도가 펼쳐진 이번 대선의 경우 누가 당선되건 50%에 육박하는 지지율을 기록할 것이 틀림없다.

양당의 '필승 방정식'에서 '승리조건' 추론하기

새누리당은 70% 이하 투표율이라면 ‘승리’할 것이라고 ‘장담’하고 있다. 반면, 민주당은 70% 이상이면 박빙, 74% 이상이면 ‘승리’라고 ‘확신’한다. 이를 총 득표수로 단순화해, 계산해보면 다음과 같다.

새누리당은 전체 4000만 표 가운데 70% 투표율을 기록하면 50% 득표로 이길 수 있단 것이다. 총 1400만 표를 득표하면 이길 수 있단 계산이다.

반면, 민주당의 필승 방정식은 좀 더 어렵다. 전체 4000만 표 가운데 74% 투표율을 기록하면 50% 득표율로 이길 수 있단 것인데, 숫자로는 1480만 표다.

양 당의 예측이 엇갈리고 숫자가 복잡해 선뜻 눈에 들어오진 않지만, 이 예측 사이에는 분면 접점이 있다. 단순 도식화하면, 70%까지는 박근혜 승리, 74% 이상이면 문재인 승리로 귀결되는 회로에서 양 당 모두 표 계산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대략 투표율이 70% 초반대가 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양당이 내다보고 있는 마의 구간 역시 이 지점이다. 투표율 70~74% 사이가 이번 대선의 운명을 가를 분기점인 셈이다.

투표율 1%당 득표는 40만 표 남짓이다. 70%와 74%의 차이는 160만 표이다. 민주당은 새누리당보다 약 80만 표 많은 득표수를 내놓고 있다. 대략 2% 남짓의 득표율이다. 즉, 72% 이후 구간부터는 민주당이 박빙 우세하단 계산이다. 74%는 박빙을 벗어나 어느 정도 승리를 담보할 수 있는 기점인 셈이다.

'70%에서 74% 사이', 당락을 가를 '운명의 투표율 구간'

결국 전체 약 4000만 유권자 가운데 투표율이 70%냐, 혹은 74%냐에 따라 엄청난 차이가 발생한다. 70% 투표율일 경우 유권자수는 2800만 남짓, 74%일 경우에는 2,960만 남짓이다. 따라서 70% 투표율에선 박 후보를 이기지 못하는 문 후보가 74% 투표율에선 박 후보를 이길 수 있다는 것은 이 구간에서 문 후보가 100만 표 정도를 더 얹는단 계산이고, 1%의 표가 40만표 남짓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73%가 되면 다소 불안하고 74%가 되면 확실하단 계산이 서는 셈이다.

그러나 만약, 투표율이 70~72.5% 사이에 머물 경우 승부는 알 수 없어진다. 그런데 문제는 많은 전문가들과 여론조사기관들이 70% 초반대의 투표율을 내다보고 있단 점이다.

70%대 투표율에서 필요한 '1400만표+a'를 양 후보 측에서 얻을 수 있는지 전례를 찾아보면 이렇다. 민주개혁세력이 얻은 최대 득표는 2002년 16대 대선이었다. 노무현 후보가 1201만표, 권영길 후보가 96만표를 얻었으니 합하면 ‘1300만표’를 얻은 상황이었다. 반면 보수세력이 얻은 최대 득표는 2007년 17대 대선이었다. 이명박 후보가 1149만표를 얻었지만 이회창 후보가 356만표를 얻었으니 합하면 ‘1500만표’를 얻은 적이 있다. 2002년의 투표율이 70.8%, 2007년의 투표율이 63.0%였지만 ‘파이의 크기’만으로 보면 보수세력의 성적이 더 좋았던 셈이다. 물론 2007년 선거에선 중도층들도 이명박 후보에게 쏠렸으니 이 ‘1500만표’가 박근혜 후보에게 다 올거라고 생각하기는 어렵다. 또 2002년 대선의 경우 유권자가 지금보다 600만 정도는 더 적었고, 새로이 유권자가 되는 청년세대의 경우 새누리당 지지율이 높지 않다는 사실도 고려되어야 한다.

▲ 득표율에 따른 '박근혜 파이 넘어서기' 시뮬레이션

위 그림에서 볼 수 있듯이 박근혜 후보의 최대 득표력이 ‘1400만표’냐 ‘1500만표’냐에 따라 시뮬레이션은 달라진다. 1400만표라면 투표율 70%에서부터 경합이 가능하지만 1500만표라면 투표율이 75%는 나와야 경합이 시작된다. 민주당에서 승리 기준을 ‘74%’로 잡고, 일각에서 “77%면 확실하다”고 말하는 데에 일정한 근거가 있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중도층을 잡지 못하고 TV토론에서 지지층마저 실망시킨 박근혜 후보의 득표력은 1400만표거나 이에 약간 못 미칠 것이다. 그렇다면 70%를 약간 웃도는 투표율에서는 초초초박빙 선거가 펼쳐질 가능성이 있다.

지역별 득표상황을 우호적으로 고려해보면

문재인 후보가 ‘70% 득표율’ 상황에서 승리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과업인지는 지역별 득표상황에서 민주당의 노림수가 맞아들어질 때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 시뮬레이션을 돌려보면 알 수 있다. 가령 다음 표를 보자.

▲ 투표율 70% 상황에서 민주당에게 꽤나 우호적인 지역별 지지율을 대입해본 결과 수식. 30만표차 석패다.

이 표는 투표율 ‘70%’ 상황에서 여론조사 결과보다는 민주당 측의 ‘바람’에 가깝게 지역별 지지율을 적용했을 때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를 보여준다. 편의상 무효표와 군소후보표는 계산하지 않았고, 문재인 후보가 얻지 못한 모든 표는 박근혜 후보가 가져간다고 계산했다. 수도권 전역에서 문재인 후보가 박근혜 후보에게 6% 가량 앞서는 상황은 고무적인 상황이다. 2002년 대선 당시의 노무현 후보도 그 정도 차이를 벌렸기 때문이다. 부산은 물론 PK 전역에서 문재인 후보가 40%를 가져가는 것도 결코 쉽지만은 않은 민주당의 ‘목표치’에 해당한다. 충청 지지율 역시 민주당이 말하는 ‘거의 따라잡았다’는 전제에서, 강원/제주 지지율의 경우 강원도에서의 새누리당 강세를 제주에서 어느 정도 회복한다는 전제에서 설정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30만표가 지는 결과가 나온다.

물론 이 결과는 지역별 득표율을 일률적으로 적용했다는 문제가 있다. 그러나 과거 선거를 보면 지역별 득표율의 경우 호남지역이 다른 지역보다 4~8% 높을 뿐 대체로 균일했다. 문재인 후보 측은 이번 선거운동에서 호남에 별로 공을 들이지 않았고, 그 효과는 호남투표율의 전국투표율에의 수렴으로 나오리라 예상된다.

'지역선거'가 '세대선거'가 되기 위해선...

이 수식에서 ‘지는 결과’를 뒤집으려면 TK에서 25%를 얻거나 호남에서 90%를 가져가야 한다. 그렇게 바꿔서 수식을 돌리면 1만표 이내로 문재인 후보가 이기는 것으로 나온다. 혹은 다른 조건들이 다소 뒤쳐진다 해도 충청도에서의 '극적인 뒤집기'가 이루어졌다면 다시 경합세가 될 수 있다. TK와 호남과 충청은 유권자수가 400만 명 조금 넘는, 엇비슷한 인구수를 가진 지역이다. 이 지역 유권자들이 70%의 투표율을 보인다고 예측하면 지역 유권자수는 300만이 조금 안 되는 숫자가 된다. 그러므로 이 지역에서 5% 정도의 지지율이 왔다갔다하면 결과적으로 30만표 정도의 차이가 뒤집힌다.

결국 어떻게 생각하더라도 민주당에게 꽤나 우호적인 가정들이 몇 개가 조합되어야 초초초박빙이 된다. 그렇다면 문재인 후보가 승리하는 길은 ‘지역투표의 수식’을 넘어서는 다른 길일 수밖에 없다. 물론 투표율이다. 70% 이후 구간에서 투표하는 층은 청년세대일 가능성이 높고 이들의 투표만이 위에서 설명한 비율을 뒤집을 수 있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적어도 '70%+a'의 투표율이 '지역선거'의 구도를 '세대선거'의 구도로 바꾸어낼 수 있는 분기점인 것이다.

하지만 1990년대에 80%였던 대선 투표율이 2000년대엔 70% 이하로 떨어진 것은 ‘의지’의 문제만은 아닐 것이다. 추세란 것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투표율이 그렇게 극적으로 반등될 거라고 보기는 어렵다. 만일 투표율이 70%를 넘어선다 하더라도 엄청난 상승이 되는 것이지만 결국 그 투표율은 70%대 초반에서 형성될 수밖에 없다. 이 정도 투표율에서 민주당의 몇몇 노림수가 맞아진다면 위에 나온 표와 비슷한 수준에서 초초초박빙 선거가 펼쳐질 가능성이 높다. 마지막 순간의 투표 독려가 더욱 중요한 이유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