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취임 100일 전후 조선일보의 ‘속보이는’ 쓴소리

보수세력과 이명박 정권의 ‘후견인’ 내지 ‘기관지’ 같은 역할을 하던 조선일보가 상상을 초월하는 촛불시위의 위력 앞에 입장을 조금씩 바꾸기 시작했다.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만 볼 때 그렇다는 것이다. ‘본질적인 변화’ 같지는 않다.

이명박 취임 100일을 전후해 조선일보의 주요 논설위원들과 칼럼니스트들은 이구동성으로 이명박 정권의 대선 승리 이후의 문제점과 국정운영 실패 사례들을 들어 비판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어리둥절하고 혼란스러울지 모른다.

이런 글들을 읽는 이명박 대통령과 그의 핵심 참모들은 어떻게 반응할지도 무척 궁금해진다. 조선일보를 이명박 정권에 진정으로 애정을 가진 수호자처럼 느낄까?

조선일보 특유의 ‘신문 팔아먹는 기술’ 발휘?

▲ 조선일보 6월3일자 사설.
기자가 보기에 조선일보의 최근 며칠 사이 달라진 겉모습은 “신문을 팔아먹는, 또 앞으로 팔아먹기 위한 특유의 기술 발휘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조선일보는 신문을 팔아먹는 기술 하나는 아주 뛰어나다. 물론 여기서 ‘신문을 팔아 먹는다’는 의미는 일선 지국이나 확장 요원들의 판촉기술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기사나 콘텐츠의 생산과 편집과정에서 독자들의 구미에 맞게 그때 그때 순발력있게 조절을 잘 한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구체적으로는 1면 머리기사의 선택을 포함한 기사의 지면 배치, 편집(lay-out or editing), 그리고 사설과 칼럼을 통한 주장 등으로 나타난다. 이런 일과 기술들은 원칙적으로 모든 신문과 매체에서 필요한 것이고 일상적으로 행하는 것이다.

그런데 왜 조선일보만 문제인가 반문하는 분이 있을지 모른다. 조선일보는 유달리 이 기술이 뛰어나다는 것이다. 독재 권력을 포함한 정치권력과 오랜 세월 동안 밀월 혹은 유착관계로 지내다가도 그 정권이 국민의 저항 앞에 위기에 내몰리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가차없이 '두들겨 패는' 것이 조선일보의 주특기다.

조선일보 스스로 그런 행태를 염두에 두거나 지칭한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할 말은 하는 신문’이란다. 지나가는 소가 웃는다.

애초에 국민과 서민대중의 이익보다는 자기회사 사주와 회사의 이익을 다른 모든 것보다 우선순위에 놓으면서도, 마치 자신들만이 정론인 것처럼 해 온 것이 조선일보다. 그런 ‘웃기는 행태’를 가장 극명하게 그리고 뻔뻔하게 보여주는 것이 회사 광고 전광판에 버젓이 등장하는 “할 말은 하는 신문”이다.

지나가는 소가 웃을 일 : 조선일보, 할 말은 하는 신문?

▲ 조선일보 5월30일자 10면.
문제는 조선일보 사람들은 남들이 자신들을 어떻게 비웃고 있든 별로 신경을 쓰는 것 같지 않다는 것이다. 그래서 조선일보 기자들은 입사 후 몇 년만 지나도 ‘확신범’처럼 보인다. 아니 어쩌면 확신범처럼 보이기 위해 철저히, 사시(社是)처럼 보이는 조선일보의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게 강한’ 행태를 온 몸으로 보여주기 위해, 자기최면을 걸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래야 조선일보 안에서 살아남아 승진과 출세를 할 수 있는지 모른다.

그런 조선일보의 모습에 너무 익숙해 있기 때문에 이명박 대통령의 취임 100일을 전후해 조선일보가 보이고 있는 ‘작은 변화’를 분석하고 추이를 예의주시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조선일보는 이명박 정권에 대해 어떤 태도를 취할까? 지금까지 이명박 정권을 대했던 것과 달리, 노무현 정권에게 했던 것처럼, 보다 전면적이고 집요하고 철저하게 비판을 겸한, 혹은 비판으로 위장한 무차별 공격을 감행할 것인가?

조선, 신문·방송 교차소유 무산 가능성 높으면 이명박 철저히 공격할 것

그 예측과 해답의 열쇠는 이명박 대통령과 그의 정부가 쥐고 있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방송통신위원회와 최시중 위원장이 쥐고 있다는 것이 기자의 생각이다.

이것이 무슨 소리인가? 놀랄 것 없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이달 중순 대통령에 대한 업무보고를 위해 마련한 초안 자료(한겨레신문 6월3일자 9쪽 보도 참조)가 생생한 단초를 제공하고 있다.

한겨레신문의 관련 기사 제목을 보자. “KBS2·MBC 민영화 가능성 커져”란 제목의 기사는 “방통위는 지상파방송을 소유할 수 있는 대기업의 기준을 현행 자산총액 3조원 미만에서 10조원 미만으로 크게 완화할 방침이다”고 되어 있다.

여기에 한나라당과 정부 고위 관계자들이 집요하게 추진하고 있는 신문과 방송의 교차소유 허용 방침을 추가하면 된다. 여기에 모든 열쇠가 들어있다.

이명박 정권이 공영방송과 방송의 공공성을 사수하려는 방송 현업인들과 언론시민사회단체들의 저항도 무시하고 쇠고기 수입 문제처럼 신문과 지상파 방송 혹은 종합편성PP의 진츨 허용을 밀어부칠 가능성이 높다.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은 (지상파)방송 장악에 모든 것이 달려있다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또 그것이 바로 '하자와 비리 백화점'이나 다름없는 최시중을 방송통신위원장에 앉힌 이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광우병 쇠고기 문제처럼 저항이 예상외로 강해 제어가 불가능한 상황이 오면, 지상파 방송이나 종합편성PP 허용 구상 자체를 보류하거나 연기해 다시 기회를 노릴 것이다. 그렇지 않고 저항이 예상보다는 약하지만 무시할 수 없을 정도가 되면, 우회로를 택할 가능성이 높다.

그런 상황이 오면, 조중동 등 재력이 있는 신문사들이 직접 주도권을 가지고 지상파 방송 혹은 종합편성PP 사업에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중소기업 혹은 대기업과의 컨소시엄 등을 통해 물타기를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

▲ 조선일보 5월27일자 3면.
이명박 정권, 차라리 조중동을 버리는 것이 국정에 도움될 것

이런 모든 상황들을 검토한 뒤, 지상파 방송이나 종합편성PP 사업 등이 완전히 물건너 갔다고 판단하는 순간부터 조선일보는 이명박 정권에 대한 무차별적인 공격을 감행하거나, 국민들의 퇴진 요구가 빗발칠 경우, 보수 혹은 수구 언론사 중에서 가장 먼저 이명박을 끌어내리려 할 것이다.

왜냐하면, 조선일보 사주와 경영진을 비롯한 수뇌부는 이명박 대통령이 5년 내내 죽을 쑤는 바람에 5년 뒤에 개혁세력에 정권을 다시 내주는 것 보다는, 이명박을 퇴임시키고 대통령 보궐선거를 실시해도 지금의 야당들의 지지도 등에 비추어 볼 때 한나라당 후보가 다시 승리할 것으로 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런 계산을 할 수 있는 신문사가 조선일보다. 아니 그런 식으로 계산해 가며 정권과 밀착 혹은 이속 챙기기를 해 왔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명박 정권의 입장에서 볼 때도 조선일보, 동아일보, 중앙일보가 기관지나 참모 같은 역할을 자처하는 듯한 보도가 촛불시위 사태에 대응하는데 도움이 되기는커녕, 오히려 악영향을 끼쳤다고 보는 것이 보다 정확할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그럴 가능성이 낮지만, 정말 ‘발상의 대전환’을 통해 국민의 뜻을 받들어 국정을 제대로 이끌고 싶다면, 차라리 조중동 등 족벌신문들을 버리라고 충고하고 싶다.

촛불혁명, 조중동에 방송 허용 절대 안되는 이유 증명

이와 별개로,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미래가 걸려있는 ‘공영방송과 방송의 공공성 지키기 투쟁’이 촛불문화제와 같은 ‘정부를 상대로 하는 혁명적인 소비자 운동’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인가? 앞으로의 정국을 관측하는데 중요한 단서가 될 것이다.

이번 촛불문화제와 촛불시위를 통해 우리 국민들은 오로지 사리사욕에 눈이 어두운 족벌신문들이 지상파 방송이나 종합편성 PP 같은 방송 사업에 진출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온 몸으로 체험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것이 또한 기자가 촛불문화제에 놀라고, 기대를 거는 이유이기도 하다.

문제는 방송현업인들이다. 그 중에서도 특히 바깥 상황을 아는지 모르는지, 피아가 누구인지 구분하는지 못하는지, 임기가 보장된 사장을 앞장서서 내쫓는데 혈안이 돼 있는 언론노조 KBS본부와 일부 간부들이 딱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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