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선 전날 필승을 다짐한 두 후보(왼쪽 문재인, 오른쪽 박근혜)의 모습 ⓒ뉴스1

대선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지금까지 소위 정치평론이라는 것을 하면서 전략이 어쩌고 중간층이 어쩌고 하는 소리를 지껄여 왔지만 결국 하루가 지나면 향후 5년을 좌우할 대통령은 투표에 의해 결정된다는 사실만이 분명할 뿐이다. 때문에 지금까지의 상황을 정리하고 마지막으로 남은 변수가 무엇인지를 함께 공유하는 작업 또한 지금 이 순간 참으로 필요한 것이라는 말할 수 있다.

'박빙' 상황, TV토론 결과는 문재인에게 유리할 것

우선 현재 상황을 정리해보자. 각종 여론조사 결과와 언론보도를 종합해서 판단해볼 때 ‘박빙’의 상황이라는 점은 틀림이 없는 것 같다. 문재인 후보의 지지율이 하락하던 추세가 안철수 후보의 재등장으로 인해 떠받쳐지고 수도권과 부산·경남에서의 지지율이 복원되면서 문재인 후보의 지지세는 상승세다. 박근혜 후보의 경우 소위 ‘콘크리트’라고 불리는 충성도 높은 지지율에 흔들림이 없는 상황이다.

3차례에 걸친 TV토론의 결과는 박근혜 후보보다는 문재인 후보에게 유리한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자신이 내놓은 정책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처럼 보이는 박근혜 후보의 모습과 다소 답답하긴 했지만 점잖게 자신의 정책을 설명하는 문재인 후보의 모습이 대비되어 유권자들의 뇌리에 각인됐기 때문이다. TV토론의 결과로 박근혜 후보의 ‘콘크리트’가 깨질 일은 없겠지만 최소한 중간층 일부가 문재인 후보에 대한 선택을 결심하게 만드는 데에는 상당한 기여를 했을 것이라고 본다.

이정희 후보의 사퇴 역시 문재인 후보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말 그대로 박빙승부가 펼쳐지는 싸움에서 이정희 후보가 갖고 있었던 1%대의 지지율이 어느 정도 문재인 후보 측으로 빨려 들어갈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야권연대 등의 협상 절차가 없었던 점도 문재인 후보에게 유리한 부분이다. 비례대표 경선 부정, 관악을 야권단일화 여론조사 부정, 색깔론 시비 등을 안고 있는 통합진보당과 선거연합을 하는 것을 민주통합당이 부담스러워 하던 상황에서 이정희 후보 측이 알아서(?) 물러나준 것이기 때문이다. 이정희 후보의 사퇴 덕에 박근혜 후보와의 비교우위를 보여줄 수 있는 양자토론이 성립되기 까지 한 것을 고려해보면 어쨌든 문재인 후보의 입장에서는 이정희 후보의 사퇴가 긍정적 영향으로 귀결됐다고 말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두 후보에게 남은 마지막 카드들

그러나 문재인 후보에게 우호적인 이러한 상황들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선거에서 이길 수 있을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을 냉정하게 보아야 할 것 같다. 일부 결과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여론조사 결과가 박근혜 후보의 우세를 보여주고 있으며 여기서 언급되는 그 일부도 오차범위 내에서 문재인 후보가 박근혜 후보를 소폭 앞선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핵심은 문재인 후보 지지율의 상승세가 박근혜 후보의 그것에 어느 정도 따라 붙었느냐, 추가로 따라붙을 여력이 있느냐 라고 밖에 말할 수 없을 것 같다.

그렇다면 선거가 하루 남은 지금 어떤 변수들이 아직 남아있는 것일까? 첫 번째는 박근혜 후보 측이 마지막 카드로 무엇을 남겨두고 있느냐 하는 것이다. 보수층의 추가적인 결집을 원한다면 안보와 관련한 문제를 집중 제기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안보와 관련한 어떤 사건이 존재한다. 북한이 이에 반응할 것이다. 그러므로 보수적 후보의 당선이 절실하다.’ 라는 것이 이와 관련한 논리이다.

지금 박근혜 후보 측이 쟁점화를 시도하고 있는 ‘NLL 관련 대화록’ 같은 문제도 이러한 범주에 들어간다. 다만 박근혜 후보 측이 원하는 만큼 쟁점화가 되지 못했기 때문에 이를 위한 어떤 다른 여론전이 진행될 수 있다는 추측을 할 수도 있다. 세간에 떠도는 소위 ‘김정남 망명설’같은 것이 현실화 된다면 이런 경우일 것이다. ‘김정남이 망명했다. 북한이 가만히 있을까? 이런 상황에 야당 후보는 NLL을 포기하자고 한다.’는 논리를 만들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딜레마는 이미 보수층이 충분히 결집해 있는 상황에서 이러한 전술을 통해 만들어낼 수 있는 균열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거다. 오히려 핵심은 중간층을 흔드는 것인데 여기에 적합한 이슈가 ‘국정원 댓글 사건’이라고 볼 수 있다. 이 사건은 사람들에게 ‘현 정부가 야당 후보를 모함하기 위한 작전을 폈다’는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지만 이후 과정에서 불거진 문제들 때문에 ‘야당이 정략적으로 엄한 사람을 모함했다’는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즉, 이 사건에서는 누가 피해자의 입장에 서느냐가 중요하고 그것에 따라 중간층이 선거에서 떠날 수도 있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중간층이 선거에서 손을 떼면 야당 후보의 지지층은 무너지고 콘크리트 위에 서있는 박근혜 후보가 승리하게 된다.

그렇다면 문재인 후보가 이길 수 있는 포인트는 없는 것일까? 앞서 언급한 내용을 정반대의 관점에서 재구성해보면 될 것 같다. 보수층 결집과 관련해서는 문재인 후보가 국가안보와 관련하여 안정적인 관점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 부각되어야 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NLL 대화록 공개 되어도 괜찮다’는 입장은 바로 이런 점을 강조하는 메시지일 것이다.

중간층으로의 지지율 확장과 관련해서는 안철수 전 후보의 행보가 여전히 중요한 문제인 것 같다. 안철수 전 후보는 중간층에게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에 마지막 타이밍에 어떤 행보를 하느냐에 따라 승부를 뒤집는 변수가 될 수 있다. 공개적 발언, 유세 방식, SNS 메시지 작성 등 어떤 수단을 써도 언론이 대서특필을 할 것이기 때문에 효과는 충분하다.

투표율의 중요성과 희망적 예측

또한 2, 30대 투표율을 제고하기 위한 캠페인을 내일까지 지속적으로 벌여나갈 필요 또한 절실하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나이가 많은 세대일수록 정치에 대한 고전적인 감각 때문에 투표행위에 충실한 흐름이 있다. 2, 30대의 경우 다양한 변수에 의해 특정 후보에 대한 지지의사를 보여 왔더라도 선거 당일에 투표를 포기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따라서 이들이 투표를 포기하지 않도록 인터넷과 SNS를 통한 정보 제공과 투표 독려를 계속해서 진행하지 않으면 안 된다. 핵심은 ‘술 깨고 투표’하는 시간인 15시 이후이다. 이 포인트에 투표를 해야 한다는 유인을 제공해주지 못하면 그냥 집에서 눌러 앉다가 18시가 지나버릴 가능성이 크다. ‘투표를 하면 이길 수 있다’는 믿음을 지속적으로 제공해주는 것만이 지금 할 수 있는 방법인 것 같다.

마지막으로, 그런 질문을 많이 받는다. ‘누가 이길 것 같은가?’ 이번 대선의 경우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얘기하는 것이 어렵다. 그런데, 또 어떻게 보면 대답하기 참 쉬운 질문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사실 정답이 있기 때문이다. ‘이대로 가면 박근혜 후보가 당선된다. 하지만 남은 시간에 따라 문재인 후보가 뒤집을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대답하는 게 정답이다. 물론 이런 대답이 만족하는 사람들은 없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그냥 ‘문재인 후보가 이길 것이다’라고 말하기로 마음먹었다. 근거는 없지만 야당 지지자들에게 작은 희망이나마 주고 싶어서다. 미리 샴페인을 터뜨리는 호들갑은 좀 떨지 말았으면 하는 바람 역시 함께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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