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법원에서 노동자성을 인정받았으나 무기계약직인 '방송지원직' 직군으로 편입된 MBC 시사교양 작가 6명이 자체적으로 '문화방송노동조합'(문화방송노조)을 설립했다. 

이들은 28일 노조 설립을 알리는 성명을 내어 "MBC는 법적 노동자성을 인정받은 방송작가들을 '방송지원직'이라는 새로운 '신분'을 만들어 차별하고 있다"며 "MBC 제1노조 '전국언론노동조합 문화방송본부'(언론노조 MBC본부)는 방송지원직 작가들의 가입을 불허했고, 작가들은 개선을 요구할 통로도 없어 자체적으로 노조를 설립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8월 방송작가유니온이 서울 상암동 MBC 본사 앞에서 부당해고를 당한 프리랜서 작가들을 정규직으로 복직시키라고 촉구하는 피켓 시위를 벌이는 모습 (사진=방송작가유니온)
지난해 8월 방송작가유니온이 서울 상암동 MBC 본사 앞에서 부당해고를 당한 프리랜서 작가들을 정규직으로 복직시키라고 촉구하는 피켓 시위를 벌이는 모습 (사진=방송작가유니온)

지난 2021년 고용노동부는 KBS·MBC·SBS 보도·시사 분야 방송작가를 대상으로 근로감독을 실시하고 방송작가 363명 중 152명에 대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KBS는 70명, MBC는 33명, SBS는 49명이다. 하지만 노동자성 판단을 받기 전 방송사를 떠난 작가들이 있어 KBS는 54명, MBC 26명, SBS 49명 등 총 129명의 작가가 직접고용 시정지시 대상자가 됐다. 

지난해 7월 서울행정법원은 MBC가 '뉴스투데이' 프리랜서 방송작가 2명을 부당해고 했다고 판결하면서 방송작가를 방송사에 고용된 노동자로 봐야한다고 판단했다. 프리랜서 방송작가가 노동자성을 인정받은 첫 판결이다. 재판부는 작가들이 MBC의 지시와 감독을 받으면서 프로그램 제작 업무를 수행했다고 봤다. 

지난해 '뉴스투데이' 작가들의 법률대리인인 윤지영 변호사(공익인권법재단 공감) 설명에 따르면, MBC는 1심 판결이 날 때까지 작가들과의 교섭에 응하지 않겠다고 했다. MBC는 패소 이후 단일노조인 언론노조와 교섭하겠다며 방송작가지부와의 교섭에 나서지 않았다. 

MBC는 6명의 작가와 무기계약직 근로계약을 체결하면서 방송지원직 직군을 신설했다. MBC 방송지원직은 일반직원과 달리 호봉제가 아닌 개인연봉제를 적용받아 급여 인상에 있어 차별을 받는다. 방송지원직 계약 임금은 기존 방송작가 임금 수준인 것으로 전해졌다. 휴가보상수당의 경우 일반직원에게 휴가 하루당 '1일 180%' 지급되는 반면 방송지원직에게는 휴가보상수당만 지급된다. 이 밖에 방송지원직 작가들은 상여금, 식대 포함 법인카드 등을 지급받지 못한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방송지원직 작가들은 "모든 방송작가가 노동자성을 인정받고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하지 않는다. 프리랜서 직위가 더 적합한 방송 분야도 있다"며 "그러나 보도국 작가의 근무 형태는 정규직 방송 제작 노동자와 다를 바 없다. 상근에 상시로 업무 지시를 받아 이행하는 구조로 정규직 직원과 똑같은 업무를 수행하면서도 근무환경, 급여 등 거의 모든 대우에서 차별받는 것은 부당하다"고 했다. 

이어 작가들은 "공채가 아니면 사람 취급하지 않고 능력이 아니라 학벌과 출신을 먼저 따지는 방송국의 적폐 문화도 바뀌어야 한다"며 "문화방송노조는 무늬만 정규직인 방송작가들의 열악한 노동환경을 개선시켜 나갈 견인차가 될 것"이라고 했다. 

문화방송노조 관계자는 미디어스와 통화에서 '언론노조 MBC본부'가 노조 가입을 불허했다는 성명 내용과 관련해 "언론노조와 방송작가지부를 통해 여러차례 문의를 했다"면서 "언론노조 MBC본부는 저희를 받아들이려면 기존에 방송지원직을 받은 적이 없기 때문에 내부 규정을 정비해야 하고 당장은 계획이 없다고 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언론노조 MBC본부 관계자는 "방송지원직으로 계신 분들이 저희 조합에 가입을 의뢰한 적이 없다. 저희가 가입을 허락한다 불허한다 결정을 내린 적 없다"며 "방송작가지부쪽에서 가입 등을 타진해온 적은 있다. 저희가 드린 대답은 방송지원직이라는 직종 자체는 MBC에 없었던 직종이기 때문에 운영규약상 유권해석을 받아봐야 한다고 안내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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